HOME The Y
[커버스토리 2] “우리는 대학 입시를 거부합니다”‘투명가방끈’ 공현 활동가를 만나다
  • 김서하 윤수민 기자
  • 승인 2020.09.06 12:15
  • 호수 59
  • 댓글 0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A.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 운영회원 공현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청소년 인권 운동에 참여했다. 당시에도 대학 진학에 대한 고민이 많았지만, 대학 진학 거부라는 방식이 받아들여지지 않던 시절이어서 대학에 진학했다. 그러나 대학 진학 이후에도 학력주의나 대학 서열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계속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에 청소년 인권 운동을 함께했던 사람들과 대학입시거부선언에 참여하게 됐고, 그 길로 투명가방끈 활동을 시작했다. 활동을 시작하며 대학은 자퇴했다.

Q. 현재 우리 사회의 청년 담론은 대학생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청년’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주류에 속하는 사람들이 청년을 대표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대학생 중에서도 4년제 대학, 더 좁게는 서울권 대학생으로 한정된다. 반대로 고졸 청년 노동자나 장애 청년은 청년이라고 인식되기보다는 노동자 혹은 소수자로 분류된다. 따라서 청년 담론 자체가 문제 있는 담론이라고 생각한다.

Q. 대학 진학이 강제되지 않고 비대졸자가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매해 수능 거부 선언에 참가한 것으로 안다. 수능 거부 선언은 매년 어떻게 진행되는가.

A. 수능거부라는 방식 자체는 투명가방끈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수능 시험날에 1인 시위를 했던 수험생도 있었다. 투명가방끈에서는 그것을 단체 차원에서 하나의 체계적인 활동으로 정착시켰고, ‘대학입시거부선언’이라고 이름 붙였다.

매년 8, 9월에 동참할 이들을 모집한다. 지원자 대부분은 고등학교 3학년 혹은 탈학교 청소년이다. 간혹 재수생이나 대학생들이 동참하기도 한다. 9, 10월에는 거부선언자 모임을 통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거부선언의 제목과 표어를 논의한다. 거부선언 방식은 매년 달라진다. 선언을 하고 행진을 한 적도 있고,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작년에는 조국 사태와 관련해 교육단체들과 공정한 입시 제도에 관한 토론회를 진행했었다.

Q. 어떤 이유에서 대학 입시를 거부하는지 궁금하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 체계의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학생들의 성장이나 변화가 아닌 상급학교 진학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문제다. 학생들을 성적에 따라 서열화하고, 그 서열에 맞춰 대학에 진학하게 만든다. 그리고 대학 진학 결과에 따른 사회적 차별을 정당화하고, 조장하기도 한다. 교육의 결과가 사회 권력, 생존의 문제로 직결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교육 제도와 노동 환경이 변화해야 한다. 우선 경쟁 위주의 교육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평가는 학생 개개인이 교육을 통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보완하기 위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교육 제도는 평가를 통해 학생들을 줄 세우고 차별 대우한다. 차별을 재생산하는 교육 제도 자체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동시에 고용 과정에서 출신 학교나 학력에 따라 발생하는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야 한다.

Q.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노동시장에 뛰어든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대학 진학 거부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을 때 구직 과정에서의 장벽이 높다는 의견이 많았다. 최종학력이 고졸이면 구직할 때 기대할 수 있는 임금 수준이나 처우가 상대적으로 낮다. 일정 수준 이상의 대우를 위해선 당연하다는 듯이 대졸 이상의 학력을 요구한다. 고졸 노동자들은 대졸에 비해 근속연수가 짧고 이직률도 높다. 일자리의 질이 낮고 노동 환경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취업 이후 버티기에 성공해도 어려움은 존재한다. 중소기업 이상 규모의 직장에서는 제도적인 방식을 통해 차별을 둔다. 입사할 때부터 고졸 사원과 대졸 사원의 직렬을 다르게 하는 식이다. 고졸 근로자는 승진할 수 있는 상한선이 일찍부터 정해져 있다. 학력이 실질적인 업무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는데도 말이다. 한편, 소규모 기업들에서는 제도적인 방식보다는 문화적 측면에서의 차별이 있다. 고졸이라는 이유만으로 부족하다거나 문제가 있을 거라고 단정 짓는 경우가 많다. 일을 잘하면 “고졸인데도 잘하네”라는 말을 듣기 일쑤다. 이로 인해 고졸 노동자들은 대졸자 위주의 직장에서 소외감을 느끼곤 한다.

Q. 학벌 및 스펙이 개인의 노력의 산물이라고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A. 투명가방끈은 능력주의의 허구성을 주장한다. 보통 학벌주의와 반대되는 것이 능력주의라 여겨진다. 그러나 학벌주의 자체가 능력주의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능력이 주로 학벌을 통해 증명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능력이라는 것은 학벌, 시험성적, 또는 스펙으로 정확히 측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주변 환경이나 운 또한 능력을 결정짓는 요소이기 때문에 개인의 노력이 온전히 결과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학벌을 가지고 누가 더 우월한지 가리는 것은 잘못됐다. 좋은 대학 자체가 아니라 그곳에서 키운 역량으로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기업에서도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학벌이나 스펙을 무조건적으로 요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유창한 영어 실력이 필수적인 직종에서 토익 점수를 요구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업무 능력과 큰 연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토익 점수를 요구하는 게 문제다. 직무 능력과 관련된 교육은 기업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알아서 능력을 키워오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

Q. 투명가방끈이 지향하는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A. 대학이 필수가 아닌 사회가 됐으면 한다. 대학을 없애자는 게 아니다. 반드시 대학을 가야 한다는 인식을 바꾸고 싶다. 전문가 혹은 연구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대학에 진학해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면 된다. 대학은 지식을 쌓으러 가는 곳이지, 졸업장을 받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

또한 청년 담론이 다양화됐으면 한다. 대졸자들의 이야기와 고졸자들의 이야기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청년’ 담론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묶기보다는 여러 청년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으면 한다. 특히 학력으로 인해 차별받았던 사람들이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 놓인 고졸 청년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A. 투명가방끈 활동을 함께했으면 좋겠다. 고졸 청년들을 보면 ‘내가 대학을 못 갔으니까’라고 생각하며 차별대우를 합리화하는 경우가 많다. 차별당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의 인식이 문제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글 김서하 기자
seoha0313@yonsei.ac.kr

사진 윤수민 기자
suminyoon1222@yonsei.ac.kr

김서하 윤수민 기자  seoha0313@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