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재난지원금, 보편지급해야 마땅

김승수 (정외·18)

지난 8월 사랑제일교회 집단감염과 광화문 집회로 잠잠하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를 보이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됐다. 시민들 간 대면 접촉을 줄여야만 하는 방역은 필연적으로 경제 활동의 위축을 불러올 수밖에 없으며, 경기 악화에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분야가 자영업임은 자명하다.

특히 1차 긴급재난지원금의 경험이 전 국민에게 각인된 상황에서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문제는 그 방식인데, 1차 재난지원금 지급에서 빚어졌던 선별지급 대 보편지급의 논의가 다시금 되풀이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동등하지 않고, 특정 계층 혹은 직종에 집중됐다. 그렇기에 그들을 대상으로 한 선별지급이 옳다는 의견 역시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2차 재난지원금은 모든 시민에게 보편적으로 지급돼야 한다.

선별지급의 가장 주요한 두 가지 논거는 효율성과 재원 문제다. 그러나 과연 선별지급이 보편지급보다 효율적인지 의문이다. 기본적으로 미증유의 전염병과 경기 악화에 대응하는 재난지원금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과 경기 부양이라는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그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 선별지급을 택할 경우 신청 및 심사 절차가 더욱 복잡해져 시행 속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보편지급한 1차 재난지원금이 신청 2일 만에 즉각 지급됐던 반면, 선별지급되는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은 7월 20일에 신청이 마감됐음에도 현재까지 지급받지 못한 업장이 발생하는 것이 그 예다.

또 다른 문제는 선별지급 시 그 기준을 어떻게 놓느냐다. 당초 소득 하위 70%에 지급되기로 했던 1차 재난지원금이 보편지급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4월에는 국민 중 약 30%만이 보편지급에 동의했다가 5월에 약 60%로 전환됐다. 이는 곧 국민 다수가 보편지급에 동의한다는 사실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재난지원금 선별기준에 대한 국민 여론이 수시로 요동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평시라면 이런 논의를 최대한 반영하고 숙고하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 결정 과정이겠으나, 속도가 가장 중요한 코로나19 비상시기에 재난지원금 지원 기준을 놓고 소모적인 논쟁이 길어지는 것이 과연 효율적일지 의문이다. 지난 4월 국회예산정책처 역시 시기와 행정비용, 형평성에 대해 유사한 지적을 한 바 있다.

재원 문제의 경우 정부가 더욱 과감하게 추가 지출을 감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본과 독일을 비롯한 각 선진국이 1인당 100만 원 이상의 공격적인 지원을 감행할 동안, 4인 가구당 100만 원을 지원한 한국의 정책은 이미 충분히 보수적이다. 아울러 기준금리를 0%에 놓고 있는 유럽이나 -0.10%에 놓고 있는 일본에 비해 아직 0.50%의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한국은 보다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펼 수 있다는 견해 또한 존재한다.

최종적으로 보편지급이 중요한 이유는 향후 한국 복지 정책이 맞이할 딜레마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복지 정책은 하위 계층에 집중되는 것이 효율적이다. 서구에서는 대부분의 계층에서 불평등이 악화되며 정책 시행이 가능한 정치적 환경이 마련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10년간 소득 상위 계층과 중간 계층 간의 소득 격차는 벌어지지 않았으며, 하위 계층과의 격차만이 벌어졌다. 이런 환경에서 수적 다수인 수도권 중산층이 자신에게 혜택이 오지 않는 선별적 복지 정책에 찬성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이상적이다. 소득 하위 10% 계층의 대다수가 경제보다는 연령과 코호트 효과에 의해 투표하는 60대 이상임을 고려할 때 이 문제는 더욱 심화한다. 즉 향후 하위 계층을 위해 복지 정책을 시행하고자 한다면 이는 중간 계층에도 효능감을 안겨줘야 한다는 아이러니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재난지원금 보편지급이 안겨줄 복지 효능감은 선별지급과 그 기준에 대한 논의로 빚어질 계층 간 충돌보다 훨씬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K-방역이 세계적 찬사를 받는 이유는 단지 감염 확산을 억제해냈기 때문이 아니다. 감염자 추적과 격리, 사회적 거리두기 등에서 새로운 정책을 빠르고 과감하게 고안해냈으며, 위기 상황에도 비대면화를 통한 정보통신기술에 투자하는 등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과 복지에 있어서도 그런 과감성과 미래지향적 관점을 견지하는 정부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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