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가 된 4·19의 생생한 기록, 시대를 넘어 울림을 남기다

지난 1960년 4월, 3·15 부정 선거에 대한 저항이 전국 곳곳에서 일어났다. 대학생들은 그 선두에 서서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시위했다. 우리대학교 학생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피의 화요일’이었던 4월 19일, 3천여 명에 달하는 우리대학교 학생들이 시위에 참여했다. 이때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참여 못지않게 기록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한 두 학생이 있었다. 당시 우리대학교 학부생이었던 김달중 명예교수(우리대학교·국제정치), 안병준 명예교수(우리대학교·국제정치)는 4·19 혁명 당시부터 관련 자료들을 수집해 우리대학교에 보관했다. 해당 자료들은 지난 12일 문화재청으로부터 국가등록문화재 제793-1호, 제793-2호로 등록됐다.

 

▶▶ 4·19혁명 60주년을 기념해 우리대학교 박물관에서 열린 ‘청년 학생의 힘!’ 전시는 혁명 당시 우리대학교의 참여를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두 학생의 ‘기록 남기기’ 프로젝트

 

새롭게 국가등록문화재가 된 자료들은 ‘연세대학교 4월혁명연구반 4·19혁명 참여자 조사서’(아래 참여자 조사서) 195점과 ‘연세대학교 4월혁명연구반 4·19혁명 계엄 선포문’(아래 계엄 선포문) 20점이다. 박물관장 조태섭 교수(문과대·고고학)는 해당 사료들에 대해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알려주는 자료로서 역사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지금 책 등으로 전달되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4·19 혁명이 끝나고 나서부터 수집된 것”이라며 “참여자 조사서는 4·19 혁명과 관련해 가장 최초로 수집된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자료들을 모으고 보존할 수 있었던 데에는 당시 사태의 중심에 있던 두 학생의 역할이 컸다.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이던 김 교수와 안 교수는 시위의 기록을 남겨 후세의 학자들이 연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두 학생은 지난 1960년 4월 ‘연세대학교 4월혁명연구반’을 결성해 서울, 대구, 마산, 부산 등지에서 시위 참여자, 부상자 등을 대상으로 시위 참여 당시의 생각과 감정 등을 조사해 자료로 남겼다. 또한 당시의 신문, 포고문, 전단 등 많은 자료를 모아 보존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왜곡되고 흐려질 수밖에 없다”며 “시위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당시 어떻게 생각하고 느꼈는지를 즉시 기록으로, 증거로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여론조사가 사회과학연구방법으로 소개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여론조사 방법을 사용해 진행됐다는 사실도 이 사료의 가치를 증명해 준다. 김 교수는 “여론조사라는 것이 학계에 막 소개된 시점이었기에 하나하나 공부를 해가며 조사를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청년 학생의 힘!

 

어렵게 수집된 해당 자료들은 ‘청년 학생의 힘!’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대학교 박물관에서 열린 전시에서 공개됐다. 이번 전시는 4·19 혁명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됐다. 본래 전시는 지난 3월 23일부터 7월 31일까지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의 여파로 7월 30일부터 9월 26일까지로 미뤄졌다. 현재는 코로나19가 재확산함에 따라 관람은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해당 전시에는 우리대학교가 소장한 4·19 혁명 관련 자료들이 전시됐다. 4·19 혁명이라는 큰 혼란 속 많은 기록이 유실되거나, 여러 이유로 파괴된 탓에 우리대학교가 보유하고 있는 자료는 몹시 값지다. 우리대학교 박물관 이원규 차장은 “4·19 혁명의 기간이 짧았고 혁명 세력이 정권을 유지한 기간도 짧아 자료가 많지 않다”며 “4·19 혁명 자료들이 기록으로 잘 남아 있는 곳은 우리대학교가 거의 유일하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혁명 당시 우리대학교의 참여를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자료가 포함돼있다. 참여자 조사서 등의 사료를 통해 당시 학생들과 시민들이 어떤 심정으로 시위에 참여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시위 주도자들이 작성한 ‘데모사항조사서’를 바탕으로 당시 우리대학교 학생들의 시위 경로를 확인해볼 수도 있다. 이 차장은 “경찰의 공격에 일찍부터 흩어지게 된 다른 대학교와 달리 우리대학교 시위대는 경무대 앞에서 공격을 받기는 했지만 시위에 참여한 인원 모두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연세공동체가 역사적 사건 속에서 같은 경험을 공유한 아주 중요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더 이상 기획 전시를 진행할 수는 없지만 해당 자료들을 다른 방식을 통해 일반에 공개할 방법을 찾아볼 것”이라며 “우리대학교의 선배님들도 다른 학교 학생들 못지않은 뜨거운 열정으로 자유와 민주를 외쳤다는 사실을 소개할 수 있는 전시였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4.19 정신은 자유민주주의”라며 “젊은이들이 올바른 의식을 가지고 역사의 진행 과정과 함께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글 김수영 기자
bodo_inssa@yonsei.ac.kr
정희원 기자
bodo_dambi@yonsei.ac.kr

사진 홍지영 기자
ji0023you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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