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인 수련 방식과 근무 강도 문제를 짚어 보다

전공의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면허를 취득한 후 전공과목이 정해지지 않은 채로 수련하는 의사들을 말한다.* 즉, 의사로서의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병원 현장에서 수련하는 피교육자임과 동시에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이기도 하다. 이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병원 시스템 아래 전공의들은 여러 고충을 겪는다. 전공의들의 처우와 관련한 문제는 ▲미흡한 수련체계 ▲높은 근무 강도 등으로 나타난다.

 

 

나 ‘수련’의 맞아요?

 

인턴에게 ‘수련의’라는 명칭은 붙었지만, 병원에서 제대로 된 수련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된다. 우리대학교 의료원 인턴 A씨는 “근로자성은 명확하지만, 수련의가 가지는 피교육자로서의 신분을 생각할 때 확실히 ‘배운다’는 느낌이 적다”고 밝혔다. 또한 A씨는 “인턴들은 지시에 따라 단순한 업무만 담당하게 된다”며 “피교육자보다는 값싼 인력 정도의 역할을 맡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인턴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수련과목을 충족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었다. 내과, 외과, 산부인과에서 각각 4주 이상, 소아·청소년과에서 2주 이상 근무해야 하지만 이것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까지 세브란스병원에서 필수 진료과와 인원이 필요한 진료과를 동시에 수련시키는 일이 적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병리과 2년차 레지던트 C씨는 “과거 업무량이 적은 진료과의 인턴들을 다른 과에 보내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세브란스병원 교육수련부 운영위원을 맡았던 양은배 교수(의과대·의학교육)는 “과거 인턴들이 필수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아 유관부서에서 지적을 받은 일이 있다”며 “해당 문제는 지적받은 후 시정이 완료된 상태”라고 말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내과 B 교수는 이런 문제가 수련 가이드라인과 현장 사이의 괴리 때문에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B 교수는 “진료과마다 환자 수나 필요 인력 등이 천차만별”이라며 “수련과 관련된 규정이 70년대 이후 개정된 적이 없어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 역시 “수련 가이드라인이 지켜져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환자 수나 인력 여건에 맞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련 가이드라인이 양적 수련에만 맞춰져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단순히 진료과별로 수련 기간만을 규정하는 현재의 체제에서 벗어나 인턴이 함양해야 할 능력에 초점을 맞추는 질적 수련이 이뤄져야 한다는 말이다. 양 교수는 “대형병원에서는 진료과를 넘나드는 통합진료가 이뤄진다”며 “특정 진료과에 일정 기간 머무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따라가며 가능한 많은 경우의 수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는 36시간 동안 못 쉬고 일했어요”

 

우리대학교 의료원 전공의들의 높은 노동 강도도 여전한 문제로 지적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7년부터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아래 전공의법) 제7조에 따라 전공의들에게 주당 80시간 이상의 근무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교육적 목적에 의해서는 1주일에 8시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 진행한 ‘2019년 전국 전공의 수련병원 평가 설문조사’(아래 수련병원 설문조사)에 따른 전국 94개 수련병원 전공의의 일주일 평균 근무 시간은 78.6시간이다. 그러나 신촌세브란스병원 전공의들의 평균 근무 시간은 85.6시간으로, 흔히 ‘빅5’라 불리는 대형병원 중 가장 길었다. 다른 대학 병원에 비해 많은 근무 시간을 수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실시한 ‘2019년도 수련규칙 이행여부 평가’에 따르면 우리대학교 의료원은 2018년과 2019년에 주당 최대수련시간, 최소휴식시간 등의 항목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근무 시간이 자료에 나타난 시간보다 많다는 주장도 있다. 심지어는 근무 시간을 줄여 기입하도록 유도한다는 전공의들의 증언도 있었다. A씨는 “위급 상황과 수술이 많은 진료과의 경우 주당 90~100시간 정도의 근무를 수행한다”고 말했다. 당직근무도 문제가 됐다. 수련의가 당직근무를 할 경우 24시간 중 공식적인 근무 시간은 수면시간 3시간과 식사시간 2시간을 제외한 19시간이지만, 실제로는 그 5시간조차 완전한 휴식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대학교 의료원 인턴 조모씨 역시 “내과에서 수련을 받을 때는 일주일에 당직을 네 번씩 서는 일도 있었다”며 “한 번 출근하면 36시간을 연달아 근무하는 일이 잦았다”고 지적했다. 레지던트 C씨 역시 “근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실제로 근무표에 정해져 있는 것보다 많이 근무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전공의법은 시행됐지만 인력은 늘지 않아 근무강도가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다.

근무 강도는 현장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진료과별로 근무강도가 다르고 긴급한 일들도 일어나기 때문이다. 양 교수는 “병원 측에서는 전공의법을 지키려 최대한 노력하는 중”이라며 “근무 시간 상한에 도달하면 아예 업무를 할 수 없도록 셧다운 되는 프로그램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전공의법에 따라 초과 근무를 중단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 의료계 특성상 담당하는 환자가 있거나 긴급한 수술이 있는 경우, 혹은 수술을 진행하는 경우 등에는 근무 상한선에 도달했다고 해서 근무를 중단하기 어렵다. 양 교수는 “인원 배치의 효율성을 높여 근무 강도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높은 노동 강도에 비해 급여가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련병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촌세브란스병원의 전공의들의 급여는 월평균 364.4만 원이다, 500명 이상의 전공의들이 있는 대형병원 평균 급여가 368.9만 원이고 설문조사에 참여한 94개 수련병원 전공의 평균 급여 370만임을 고려할 때 다소 낮은 수치다. 이에 대해 조씨는 노동 강도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조씨는 “실제 근무 시간이 길다 보니 급여를 시급으로 따지면 9천원 남짓”이라며 “의사가 아르바이트보다 시급이 낮다는 이야기가 농담만은 아닌 셈”이라고 말했다. A씨 또한 “월 급여만 놓고 보면 다른 대학 병원과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일의 강도를 고려했을 때는 낮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양 교수는 “전공의는 교육과 근무를 동시에 수행한다”며 “적정한 급여 수준을 찾기는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의 문제를 의료원이 독자적으로 해결하기는 힘들다. 국가와 수련병원의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양 교수는 “장기적으로 볼 때 전공의와 수련병원을 모니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바탕으로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해야 한다”며 “축적된 결과를 바탕으로 국가와 수련병원 각 단계에서 해야 할 일들을 체계적으로 정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제2조의 1에 따르면 전공의는 인턴과 레지던트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기사 중 수련의는 인턴을 말한다.

 
 
 
글 김수영 기자
bodo_inssa@yonsei.ac.kr
조성해 기자
bodo_soohyang@yonsei.ac.kr
 
그림 민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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