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 정원 감소부터 우선 수강신청까지… 학생들은 ‘갈팡질팡’

2020학년도 2학기 수강신청은 지난 10~11일에 진행됐고, 그 결과는 12일에 발표됐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학사변동 속에 진행된 수강신청은 많은 혼란을 자아냈다. 학생들은 체감 수강신청 난이도가 이전 학기에 비해 높았다고 말한다.


“강의를 들을 수가 없어요”
수강신청의 높은 벽에 좌절한 학생들

 

학생들은 수강신청에서 ▲전공 강의 개수 감소 ▲전공 강의 정원 감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2020학년도 2학기 최대 수강 가능 학점이 3학점 추가되면서 전공 강의 수요가 늘어나 문제를 심화했다.

학생들은 개설된 전공강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었음을 호소했다. 실제로 이번 2020학년도 2학기와 지난 2019학년도 2학기 수강편람을 비교분석한 결과, 78개 중 44개의 학과는 개설된 전공 강의 수가 감소했다. 특히 14개 강의가 감소한 기계공학과를 비롯해 정치외교학과‧물리학과 등 전공 강의가 4개 이상 감소한 학과도 있었다. 이에 교무처 학사지원팀 김영숙 팀장은 “개설된 전체 강의의 수는 작년보다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설된 강의의 수가 증가한 이유는 음악대 등 일부 단과대의 7개 학과에서 각 10개 안팎의 전공 강의가 추가로 개설됐기 때문이다. 이에 음악대 관계자는 “강사법으로 인해 기존에 하나였던 강의가 강사 인원수에 따라 분리된 것”이라며 “강의 개수가 대폭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바뀐 건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 학과에서는 전공 강의 수강정원도 감소했다. 이에 김 팀장은 “대면 강의의 교수진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 착용과 학생들의 거리를 확보할 것을 부탁했다”며 “이 같은 방역 지침 준수를 위해 일부 과목에서 수강 인원이 축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주원(영문/정외·18)씨는 “최대 수강 가능 학점이 늘었으니 전공 강의 정원도 늘 줄 알았는데, 체감상 정원이 오히려 줄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경제학과의 경우 전공 강의 수가 3개 감소한 데다 69개 중 32개 전공 강의의 정원이 줄었다. 정원이 줄어든 강의 중 전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강의도 21개에 달했다. 이에 상경·경영대 비상대책위원회는 학생들의 민원을 모아 행정실에 문의했다. 상경·경영대 비상대책위원장 강시현(경영·18)씨는 “학생들이 민원을 넣은 대부분의 과목이 증원 완료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일부 교수진도 강의 수강 정원을 두고 고충을 토로했다. 수강 정원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및 통일성 있는 공지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이에 김 팀장은 “수강 정원은 각 단과대와 학과에서 결정해 교무처에서 일괄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설명했다.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10일 총학생회(아래 총학) 홈페이지에는 ‘비대면 수업의 수강 정원을 늘리는 것을 건의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시됐다. 이는 2주간 학생 205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후 총학은 ‘청원 답변 7호’를 통해 “일부 단과대의 필수 과목 수강 정원이 감소해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학생들이 수강에 어려움이 없도록 교무처에 수강 정원 확대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학생들의 피해 상황을 인지한 단과대 학생회가 움직였다. 사과대 일부 학과에서도 전공 강의 수와 정원 감소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사과대 학생회장 김은결(행정/심리·18)씨는 “학과 학생회에서 자체적인 대응을 진행하며 사과대 학생회는 잠시 대기 중”이라면서도 “추가적인 피해 상황 발생 시 수강변경 기간 전까지 행동할 계획”이라 전했다. 피해가 특히 컸던 기계공학과 사례에 대해 공과대 학생회장 유호균(기계·17)씨는 “피해 상황 인지 후 기계공학과 학생회와 협력해 문제를 해결했다”며 “다른 과·반의 문제 또한 각 학생회와 대응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계공학과는 추가 수강신청 기간에 총 13개의 강의에서 정원이 대폭 증가했다. 공과대 기계공학과 행정실 양혜진 직원은 “동역학 과목의 경우 수강 정원을 두 배 가까이 늘려 현재 잔여석도 남은 상태”라고 전했다.
 

누군가에게는 '막힌' 국제캠 수강신청,
누군가는 '우선' 수강신청

 

국제캠 관련 수강신청에서도 ▲2학년 이상 국제캠 과목 수강 불가 ▲RC미입사생 우선 수강신청제도로 인해 혼란이 유발됐다.

마일리지 수강신청 대상인 2~4학년은 국제캠 과목 신청이 불가했다. 이 같은 내용이 사전에 공지되지 않아 학생들의 혼란이 가중됐다. 특히 국제캠에서 열리는 전공기초 과목을 들어야 하는 복수전공생 및 편입생들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국제캠 전공기초 과목이 많은 생활디자인학과의 경우, 시각디자인기초, 제품디자인기초, 패션일러스트레이션 등 과목에 2~4학년 정원이 배정되지 않았다. 생과대 학생회장 추송화(식품영양·18)씨는 “국제캠 과목들에 수강신청을 할 수 없으니 마일리지를 빼라는 공지가 수강신청 마지막 날 낮 12시에 내려왔다”며 “이후 마감 2~3시간 전이 돼서야 각 수업 당 10명씩의 정원이 오픈됐고 갑작스러운 공지에 학생들은 혼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조치는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국제캠 과목들에 2~4학년이 몰릴 우려 때문에 시행됐다. 학부대학 권누리 과장은 “2~4학년의 수강신청이 1학년들보다 먼저 이뤄졌다”며 “국제캠 과목만 수강할 수 있는 1학년들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최해찬(글융공·19)씨는 “국제캠 교양과목의 경우 항상 1학년 정원과 타 학년 정원을 분리하여 독립적으로 수강신청을 해왔다”며 “학교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1학년 학생들의 수강권이 침해받을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교육권과 선택권이 침해되었다고 판단해 학부대학과 협의를 진행했고, 지난 13일 교양과목의 추가수강신청이 허용됐다. 하지만 대처가 뒤늦어 학생들의 피해는 완전히 복구되지 못했다.

1학년 수강신청에서도 혼란이 발생했다. 20학번 신입생의 국제캠 기숙사 입사가 선택으로 바뀌며 미입사자 우선 수강신청제도가 새롭게 도입됐다. 코로나19의 감염 우려로 인해 미입사를 선택한 학생들이 온라인 강좌를 수강할 수 있도록 더 이른 일자에 수강 신청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우선 수강신청은 지난 18일 진행됐다. 하지만 20일, 2학기 중간고사 기간까지 전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송도학사 입사가 보류됨에 따라 우선 수강신청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모두가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부만 먼저 수강신청을 할 수 있게 된 셈이기 때문이다. 기숙사 입사 예정이었던 서준형(기계·20)씨는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면 기숙사 입사가 아예 취소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미 주어진 특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에 대해 아무런 공지가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새롭게 도입된 강의 방식과 제도, 기숙사 입사 일정 변경 등으로 수강신청에 대한 학생들의 고충이 더욱 커졌다. 일부 학과에서는 전공자 보호 확대와 학년별 제한 등이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다. 수강신청은 학생들의 학교생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이 사태를 가벼운 시행착오라 여길 수는 없다. 더욱 체계적이고 치밀한 대책 마련을 통해 학생들의 교육권이 보호돼야 할 것이다.

 

 

 

 

이현진 기자
bodo_wooah@yonsei.ac.kr
정희원 기자
bodo_dambi@yonsei.ac.kr

그림 민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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