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잉넛의 쌍둥이 형제 이상면, 이상혁을 만나다

‘룩, 룩, 룩셈부르크, 아, 아, 아르헨티나!’ 우리대학교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노랫말이다. 우리대학교 응원가로 쓰인 「룩셈부르크」를 비롯해 숱한 히트곡을 보유한 밴드 ‘크라잉넛’의 기타리스트 이상면(45)씨와 드러머 이상혁(45)씨를 만났다.

 

▶▶인터뷰 내내 유쾌한 모습을 보이던 왼쪽부터 크라잉넛의 멤버 이상혁·이상면씨

 

Q. 크라잉넛을 어떻게 결성하게 됐나. 또 크라잉넛은 본인에게 어떤 존재인가.
이상혁: 고등학생 시절부터 밴드 활동을 했다. 당시엔 놀거리가 많이 없다 보니 합주실에서 연주하며 시간을 보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클럽 ‘드럭’에 놀러 갔다가 오디션 제의를 받아 드럭에서 공연을 하게 됐다. 그 공연으로 본격적인 밴드 생활을 시작했다. 지금의 소속사명 ‘드럭레코드’도 그 클럽 이름에서 따왔다. 그때부터 크라잉넛이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해왔다. 학창 시절부터 25년간 크라잉넛으로 활동하면서 가족만큼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제 크라잉넛은 서로에게 공기 같은 존재다.

 

Q. 밴드명을 크라잉넛이라고 지은 이유가 있나.
이상면: 크라잉넛은 ‘우는 호두과자’라는 의미다. 고등학생 시절 건전지로 작동되는 워크맨을 가지고 다녔다. 건전지를 사야 했는데 너무 비싸서 사러 갈 때는 걸어가고, 돌아올 때 버스를 탈 생각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버스를 기다리는데 정류장 근처에서 호두과자 냄새가 풍겼다. 호두과자를 사고 거스름돈을 받으면 버스를 겨우 탈 수 있는 금액이 남겠다고 예상했다. 호두과자를 샀는데 판매자가 거스름돈을 주지 않아 실랑이를 벌였다. 그 사이에 이상하게도 같은 번호 버스 3대가 연달아 지나갔다. 버스 파업이 일던 때라 배차 간격이 컸다. 결국 1~2시간 기다리다가 울면서 집까지 걸어갔다. 이때를 회상하며 크라잉넛이라고 지었다. 사실 그때는 호두가 영어로 월넛(Walnut)이 아니라 넛(nut)인줄 알았다. 그래서 크라잉‘넛’이 된 것이다.

 

Q. 대학 시절이 궁금하다.
이상면: 둘이 함께 밴드동아리 ‘소리를 창조하는 사람들’(아래 소창사)에서 활동했다. 우리는 그 시절 유행했던 얼터너티브 록(alternative rock)* 음악에 빠져 있었는데, 소창사가 추구하는 음악과는 맞지 않았다. 당시 선배가 소창사의 정체성이라며 하드 록을 하라고 강요해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래도 나중에는 펑크나 얼터너티브 록 같은 새로운 장르의 곡도 연주할 기회가 주어졌다.
이상혁: 소창사에서 정기공연을 했던 것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우리가 추구하는 새로운 음악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주니 반응이 좋았다. 학생들이 똑같은 음악들을 지겨워하던 참이라 더 큰 호응을 얻었던 것 같다.

 

Q. 음악 활동을 통해 얻은 것이 있나.
이상면: 음악 그 자체를 얻었다. 크라잉넛은 작곡부터 녹음까지 모두 직접 진행한다. 그 과정에서 기술적인 부분을 배웠을 뿐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갖게 됐다. 사실 과거에는 학업과 취업에 대한 걱정이 있었고, 음악으로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그런데 밴드 일이 잘 풀리면서 음악 활동을 직업으로 해도 괜찮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음악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무언가를 얻은 것 아닌가.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이상면, 이상혁: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계획했던 공연이 대부분 취소돼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 메르스나 조류인플루엔자 등 감염병 사태 때도 비슷했다. 잘 버텼던 그때처럼 지금의 어려운 상황도 이겨내려 한다. 공연 스케줄이 없을 때는 베스트 앨범을 녹음하고 유튜브 영상 활동을 한다.

 

Q. 우리대학교 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이상면: 하나의 일에 매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을 때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도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얼터너티브 록 (alternative rock): 장대한 콘셉트를 앞세우는 클래식 록(Classic Rock)이나 메인스트림 록의 ‘대안’으로 시작된 록 음악.

 

 


글 권은주 기자
silverzoo@yonsei.ac.kr
박채연 기자 
bodo_cy526@yonsei.ac.kr

사진 김수빈 기자 
sbhluv@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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