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대학의 온라인 시험에서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떠들썩하다. 예기치 않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비대면 강의를 시행했고 시험도 온라인으로 치르면서 벌어진 일이다. 철저히 준비하지 못한 가운데 시험 관리와 감독에서 그전보다 더 많은 허점이 나타난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여러 부정행위 사례들이 마치 무용담처럼 올라오기도 하고, ‘교수님도 없는데’ 커닝을 ‘안 하면 바보’라는 말까지 돈다.

대학 당국과 교수는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정한 시험을 위해 화상으로 감독을 하거나 문제의 유형을 변경하기도 한다. 시험 대신 보고서로 평가하기도 한다. 심지어 코로나19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대면시험을 치르기도 한다. 이런 경우 학생들이 오히려 비대면 시험을 요구한다. 진퇴양난이다.

시험은 교육의 과정 중 필수불가결한 하나의 활동이다. 일반적으로 시험은 학생들이 학습한 정도를 측정하고 교육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을 갖는다. 그러나 그 방법은 교과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학습목표와 교수방법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과목의 특성에 맞게 평가를 해야 한다.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대학이 시험을 일률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은 교육의 가치를 훼손하는 또 다른 비교육적 또는 반교육적 처사가 될 것이다. 대학 당국과 교수들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어쩔 수 없이 급하게 시행한 온라인 시험이지만 이를 계기로 미래지향적 평가를 위한 근본적인 고민도 필요하다. 절대평가 확대, 적절한 재수강 기회 부여, 성적장학금제도 재고 등과 같이 대학이 비교적 빠르게 조치할 수 있는 것에서부터 대학교육의 전향적 개편, 기업의 채용 관행 개선, 이기적 경쟁 사회에 대한 반성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곧 닥칠 온라인 기말시험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천태만상으로 있어 온 부정행위를 대학 당국과 교수의 노력만으로 완벽하게 막는 건 불가능하다.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양심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 한 과목에서 배운 지식을 측정하는 시험에서 자신의 인격을 팔아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시험 관리의 허점을 노리는 극소수의 학생이라도 존재한다면 대다수의 정직한 학생도 부정한 유혹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악순환에 빠져들지 않고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를 위해 학생사회가 부정행위에 대한 자정 운동을 벌이기를 촉구한다. 그럼으로써 공부한 만큼 정당하게 평가받는 분위기를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 그것이 자신의 성적뿐만 아니라 양심과 인격을 보호하는 방법이고, 지성인으로서 명예를 지키는 올바른 길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무감독시험인들 무슨 문제가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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