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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직장생활, 멈추지 말고 직진여성 경력단절 문제가 해결될 날을 기대하며

직장에 다니며 아이를 돌보는 여성을 ‘워킹맘’이라 부른다. 육아 및 가사에 여성의 부담이 전적으로 큰 한국 사회에서 워킹맘의 어깨는 무겁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 여성은 직장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들은 제도적·인식적 한계에 부딪힌다. 직장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결국 경력단절로 이어진다.

여성의 경력단절…
모두가 공유하는 문제

경력단절 여성* 문제는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경력단절 여성의 수는 169만 9천명이었다. 이는 2011년에 기록된 192만 6천명보다 30만 명 감소한 수치이지만, 전체 기혼여성 중 경력단절 여성의 비율은 19.2%로 변화가 없었다.

여성 경력단절의 가장 큰 원인은 육아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여성가족부가 기혼 여성 6천20명을 상대로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경력단절 여성이 직장을 그만둔 사유는 육아가 38.2%로 가장 많았다. 육아는 가족 구성원 모두의 책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의 역할이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지난 2018년 취업포털 ‘잡코리아’에서 맞벌이 여성 직장인 28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독박육아’를 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이 1/3을 넘었다. 여성정책연구원 오은진 선임연구원은 “독박육아로 인해 일과 가정의 균형이 무너질 때 여성들이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고 말했다.

많은 여성이 경력단절 이후 경제적·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한다. 여성의 퇴사 이후 대부분 외벌이 가구가 되면서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된다. 지난 2016년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경력단절 이후 배우자 수입만으로 생활 유지가 충분하다고 답한 비율은 26.3%에 불과했다. 경력단절 여성 A씨는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며 “아이들이 커갈수록 생활비 걱정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커리어가 끊긴 뒤에도 아이들을 키우며 보람을 느꼈다”면서도 “아이들이 다 자란 이후 일을 통해 ‘나’의 정체성을 찾자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울산과학대학 사회복지학과 박은주 전형미 교수의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 경험에 대한 질적 연구’에 의하면 경력단절 여성들은 누구의 아내나 엄마가 아닌 개인으로서 일을 통한 자기정체성 회복과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력단절 여성들은 구직의 과정에서 기대와 현실과의 괴리를 느끼며 심리적 우울감을 경험한다.

한편 여성 경력단절은 개인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막대한 사회적 손실을 불러온다. 지난 2014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여성 경력단절의 사회적 비용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여성 경력단절로 예상되는 사회적 비용은 195조 원에 달했다. 경력단절 이후의 임금손실액, 여성 경력단절 방지 예산 등의 비용으로 국가와 개인은 매년 15조 원가량의 비용을 치른 셈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선주 선임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고학력 여성이 늘어나면서 생산성이 높은 여성 인력의 미활용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한 여성이 다시 취업하기까지

정부는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취업 지원 사업에 주력한다. 지난 2008년 여성가족부와 고용노동부는 여성새로일하기센터(아래 여성새일센터)를 설립했다. 여성새일센터는 직업교육훈련, 새일여성 인턴제도, 온라인경력개발 등을 통해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돕는다. 지난 2019년 12월 기준 전국 여성새일센터는 158개다.

하지만 경력단절 여성이 마주하는 일자리의 질은 낮다. 이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최민정 초빙연구원은 2015년 「경력단절 여성 지원정책의 현황과 과제 연구」를 통해 단순 일자리 확대 정책에서 여성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연결해줄 수 있는 정책으로 질적 개선을 도모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지난 2018년 서울경제신문에서 여성새일센터 일자리 정보를 분석한 결과 여전히 간단한 문서 처리 업무를 맡는 단순 사무직이 36%로 가장 많았고,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정규사무직은 8%에 불과했다.

경력단절 여성에게 양질의 재취업 일자리가 제공되지 않는 이유는 기업들이 경력단절 여성 채용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취업 포털 ‘사람인’이 기업 24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한 기업의 62.1%가 경력단절 여성 채용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채용 분위기가 경력단절 여성에게 배타적인 상황 속에서 좋은 일자리는 더욱 찾기 힘들다. D기업 인사관계자 B씨는 “채용에 있어 경력이 단절된 여성보다 더 우수한 핵심인재가 많기 때문에 경력단절 여성을 뽑을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경력단절 여성 지원과 담당자 C씨는 “경력단절 기간이 길어지다 보면 아무래도 경력을 살리기 힘든 경우가 많다”며 “자신이 원래 일하던 분야와 괴리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재취업 사업도 실질적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지난 2019년 여성새일센터를 통한 재취업자 수는 17만 7천589명으로 여성새일센터 전체 구직자 54만 396명 중 1/3에 해당한다. 기업의 구인 수요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업체의 구인 수요는 50만 9천326명에 달했으나 경력단절 여성이 해당 일자리를 희망하지 않았다.

한편 재취업에 성공한 경력단절 여성들의 일자리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 2015년 여성정책연구원에서 재취업한 여성 716명을 분석한 결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비율은 경력단절 전과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단절 전 76%였던 정규직 비율은 재취업 이후 20%로 줄어든 반면 비정규직의 비율은 17%에서 60%로 3배 이상 상승했다. 직종 변화 역시 일자리 질의 하락을 보여준다. 경력단절 전 저임금일자리에 속하는 서비스직·판매직·단순노무직 비율이 30.5%였으나 재취업 이후 50%로 높아졌다.

경력단절 예방
‘소 잃기 전 외양간 고치기’

이에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후 처방적 대책이 아닌 사전 예방적 대책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여성가족부 이건정 여성정책국장은 지난 2019년 공식석상에서 “그간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을 위한 취업 지원정책은 이미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 직업훈련, 취업 알선 등 재취업지원 중심이었다”며 “경력단절 예방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여성 경력단절 예방에 있어서 육아휴직 제도는 필수불가결하다. 그러나 기업 문화와 규모에 따라 육아휴직 제도 활용은 천차만별이다. 오 연구원은 “현재 우리나라는 선진국 이상의 육아휴직 제도를 갖추고 있으나 실제로 쓰기 힘든 구조”라며 “환경이 열악한 기업들은 대체인력이 부족해 직원의 휴직 기간을 기다려줄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회원 1천14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유급육아휴직을 하지 못하는 이유로 ‘상사 눈치’가 22.7%로 1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제약은 중소기업으로 갈수록 심해진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613개사를 대상으로 ‘육아휴직 사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의 92.1%가 있다고 답했으나, 중소기업은 44.3%에 불과했다.

한편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한 여성들도 끝내 퇴사를 결정한다. 지난 2017년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성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5명 중 1명은 퇴직을 결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했지만 결국 육아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했다”며 “육아휴직 사용 이후에도 육아와 일을 양립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육아휴직 이후에도 많은 여성이 현실적 한계에 부딪혀 일터를 떠날 수밖에 없다. 휴직 이상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이에 육아휴직 이후에도 장기적으로 근무와 양육을 병행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9년 경력단절 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에 의하면 여성이 경력유지를 위해 정부에 바라는 정책은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 확충’이 33.6%로 가장 많았고, ‘유연근무제 도입과 확대’가 32.1%로 뒤따랐다. 정부의 각종 부처들은 여성의 경력유지를 위해 긴밀히 협력한다. 보건복지부는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 국공립어린이집 설치 의무화하는 등 공공보육확충에 앞장서고 있다. 고용노동부 또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제도를 도입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고자 한다.

여성 경력단절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계속된다. 제도의 점진적인 발전과 각종 부처의 긴밀한 협력은 여성 경력단절 문제 해결을 향해 수렴하고 있다. 언젠가 이 노력이 빛을 발할 날을 기대해본다.

*경력단절 여성: 15~54세 기혼여성 중 현재 비취업인 여성으로 결혼, 임신 및 출산, 육아, 자녀교육(초등학교), 가족돌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 여성

글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사진 조현준 기자
wandu-kong@yonsei.ac.kr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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