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독도 등 한국 근현대사 사료 연구의 권위자인 방촌(方寸) 최서면 선생(연희전문학교, 정치과·45)이 지난 5월 26일, 향년 94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지난 5월 28일, 발인 후 본관 뒤편에서 노제를 진행하는 모습

 

한국 근현대사 서지학의 대가
 

고인은 우리대학교의 전신인 연희전문학교의 학생으로 재학 중이던 1945년, 8·15 해방을 맞이했다. 이후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정적’이라 할 수 있는 장면 부통령을 돕다 체포 위기에 직면하자, 지난 1957년 일본으로 망명했다. 이때 일제의 식민지배 문서들을 접하면서 사료 연구자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평생에 걸쳐 안중근 의사와 독도 등 한국과 일본에 관련한 다양한 역사 자료를 수집·연구했다. 특히 1969년에 안중근 의사의 옥중 자서전인 『안응칠 역사』를 처음으로 발굴했고, 같은 해 도쿄한국연구원을 열면서 본격적으로 한국 근현대사 연구에 나섰다. 이후 이봉창 의사 재판기록, 추사 김정희 유묵 등 일본에 있던 우리 역사 관련 유물들을 한국으로 가져오는 성과를 거뒀다. 뿐만 아니라 고인은 동아시아 고지도 수집과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의 독도 영유권을 입증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이후 국제한국연구원장, 국가보훈처 안중근의사유해발굴추진단 자료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2010년에는 독도 영유권 수호 유공자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훈했다. 

한편, 고인은 지난 2017년 우리대학교 국가관리연구원 산하 ‘안중근사료연구센터’(아래 안중근센터) 개소 당시, 개인적으로 수집·연구한 방대한 양의 안중근 의사 관련 사료를 기증하며 센터 설립에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관련기사 1789호 3면 ‘우리대학교 ‘안중근사료센터 개소식’ 열려’> 안중근센터 관계자는 “고인이 1천 권 분량의 연구물과 사료를 기증했다”며 “그 덕에 우리 안중근센터의 안중근 의사 관련 사료 보유량은 그 어떤 연구소보다도 많다”고 말했다. 고인의 기증으로 현재 안중근센터는 안중근 의사 의거 당시 중국·일본·러시아의 신문기사, 안중근 의사에 대한 러시아 및 일본 정부의 반응을 보여주는 각종 문서들, 안중근 의사가 수감됐던 뤼순 감옥의 구리하라(栗原) 교도소장이 쓴 일기 사본 등을 보유 중이다. 현재 안중근센터는 고인을 기리는 행사를 열 예정이다. 안중근센터 관계자는 “안중근 사료실의 서재를 고인의 호를 따 ‘방촌문고’로 명명할 계획”이라며 “고인의 뜻을 기리는 세미나를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인은 평생에 걸쳐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으나, 끝내 찾지 못한 채 눈을 감아야 했다. 지난 5월 28일, 유족들은 장지에 가기 전 고인의 모교인 우리대학교를 방문해 본관을 한 바퀴 돈 뒤, 본관 뒤편에서 노제를 진행했다. 학교 관계자들도 함께 참석해 고인을 기리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안중근센터 개원 당시 국가관리연구원장으로 고인과 함께 안중근센터 개소를 추진했던 교무처장 이종수 교수(사과대·지방정부/인사행정)는 “우리대학교가 배출한 가장 뛰어난 연구자 중의 한 분”이라며 “고인과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글 김수영 기자
bodo_inssa@yonsei.ac.kr

<사진제공 안중근사료연구센터>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