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안전장치부터 건축구조까지, 캠퍼스 화재 안전을 짚어보다

우리가 항상 오가는 건물 복도에 놓인 소화기와 방화문들. 무심코 지나치지만 화재가 발생했을 때 초기 진화와 대피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런 방화 시설물의 관리에도 정해진 규정이 있다. 하지만 우리대학교 곳곳에서 소방관계 법령 위반 사항이 발견되고 있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소화기 나이가 나보다 많다고?

먼저 소화기 내구연한 초과의 문제가 지적됐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아래 화재예방법)에 따르면, 우리대학교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축압식 분말 소화기의 내구연한은 10년이다. 내구연한은 소방청장이 지정한 전문 기관에서 성능검사를 받아 연장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1회에 한해 3년 연장하는 것이 최대다. 예를 들어 내구연한이 연장됐다고 가정해도 올해 기준으로 지난 2007년 이전에 생산된 소화기는 더이상 사용할 수 없다.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박재성 교수는 “여분으로 확보하고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연한이 지난 소화기는 교체하는 것이 좋다”며 “화재 상황에서 혼란을 일으키거나 2차적인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촌캠의 많은 건물에 비치된 소화기들은 화재예방법을 지키지 않고 있었다. 가장 문제가 두드러지는 곳은 신학관으로, 복도에 비치된 21개의 소화기 중 기준을 만족하는 소화기는 단 2개에 불과했다. 신학관 복도에 있는 소화기의 약 90%가 내구연한이 초과된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다른 건물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위당관의 경우 전체 소화기 중 80% 이상이 내구연한을 초과했으며 대우관본관, 외솔관, 연희관, 교육과학관 등도 내구연한을 초과한 소화기가 많이 비치돼 있었다. 특히 대우관본관의 경우 지난 1993년에 제작된 소화기가 여전히 비치돼 있었으며, 외솔관과 위당관에서도 각각 1997년과 1998년에 제작된 소화기들이 여럿 발견됐다. 
미래캠은 신촌캠에 비해 소화기 관리가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내구연한이 지난 소화기가 비치된 건물은 정의관, 미래관, 백운관뿐이었고 이마저도 각각 2개 이하였다. 미래캠 총무처 시설관리부 도용호 부장은 “소방업체의 정밀점검 중 일부 노후 소화기를 발견하지 못했을 수 있다”며 “점검상 문제가 발견되면 즉시 시정한다”고 말했다. 

 

▶▶ 대우관본관에 비치된 소화기로 1993년에 제조됐다. 법률에 따라 2007년 이전에 제조된 소화기는 사용할 수없지만 내구연한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불이 나면 우리는 잘 대피할 수 있을까?

방화문은 화재 발생 시 화염과 연기의 진입을 차단하는 문이다. 화재 발생 시 사망 원인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독가스나 연기를 막는다는 점에서 큰 역할을 한다. 방화문은 수동개폐식 방화문(아래 수동 방화문)과 자동폐쇄 방화문(아래 자동 방화문)으로 나뉜다. 「건축물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수동 방화문은 항상 닫아두는 것, 자동 방화문은 항상 열어두는 것이 원칙이다. 지난 2017년 우리신문사는 신촌캠 내의 방화문 실태를 조사한 바 있다. <관련기사 1794호 1면 ‘우리대학교 방화문의 70%, 화재 시 속수무책’> 그로부터 3년, 여전히 우리대학교 여러 건물에서는 쐐기 등을 이용해 수동 방화문을 열어두거나 자동 방화문 앞에 집기를 적재하는 등 방화문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교육과학관의 경우 10개의 수동 방화문이 모두 열려있었으며, 연희관 역시 11개의 수동 방화문 중 9개가 열려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관 역시 전체 방화문 중 88%에 달하는 방화문이 규정을 준수하고 있지 않았다. 특히 약품통 등 무거운 실험 자재로 수동 방화문이 열린 채 고정된 경우가 많았다. 또한, 파손으로 인해 정상적인 기능을 하기 힘든 방화문도 많았다. 대우관본관 지하2층에는 도어 클로저가 파손돼 자동으로 닫히지 않는 방화문이 있었으며, 제1공학관에도 문이 어긋나 닫히지 않는 방화문이 다수 발견됐다.
한편, 미래캠 내 방화문 대부분은 자동 방화문이기 때문에 수동 방화문 임의 개방으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가 적다. 미래캠 백운관의 경우 자동 방화문 앞에 각종 자재가 적재돼있는 문제가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의 방화문이 문제없이 관리되고 있었다. 도 부장은 “KT텔레캅과 연계해 방화문을 상시 관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소방청이 공표한 「화재발생시 국민행동요령」에 의하면 화재와 같은 비상 상황 발생 시 옥상은 중요한 대피 공간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신촌캠과 미래캠 내 옥상시설은 안전상의 문제로 폐쇄돼 있었다. 이 중 자동 제어 시스템을 통해 관리되는 옥상 문은 화재감지기와 연동돼 있어 화재 시 자동으로 개방된다. 신촌캠의 과학관, 과학원, 삼성관, 제4공학관, 학생회관, 경영관과 미래캠 건물 중 유일하게 옥상이 있는 미래관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신촌캠의 공학원, 신학관, 외솔관, 위당관, 제1공학관, 제3공학관, 교육과학관 등은 옥상 문이 자물쇠 등으로 폐쇄된 상태다. 이 경우 화재 발생 시 고층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원활하게 대피할 수 없다.
이에 학교 측은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과 안전사고 위험을 이유로 방화문과 옥상 대피로를 규정에 따라 준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신촌캠 총무처 총무팀 박재현 차장은 “각 건물 관리 주체에 옥상 대피로 개방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고 있지만, 건물을 직접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안전사고 방지를 이유로 따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화재감지기와 연동된 방화문과 옥상 출입문 등 자동 제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제시된다. 박 차장은 “현재 꼭 필요한 곳에서는 방화셔터 등을 이용하고 있고 자동 방화문 설치는 의무화가 돼 있지 않을 뿐더러 비용적 부담도 크기 때문에 전면적으로 도입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미래캠 백운관 내 자동 방화문. 문 앞의 적재물로 인해 화재 발생 시 빠른 폐쇄가 어렵다.

 

우리대학교 문화재 건물
철저히 관리되나?

신촌캠 본관 등 캠퍼스 곳곳의 오래된 건물들의 대피로 확보 문제도 제기된다. ▲문화재 건물들의 경우 개·증축이 문화재청의 관할 하에 놓인 점 ▲건물들이 소방법 제정 전에 건축됐다는 점 ▲건축 구조로 인해 방화문 추가 설치, 대피로 추가 확보를 위한 개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다. 먼저, 문화재 건물들은 문화재청이 총괄하고 지자체가 관리하기에 추가 소방시설을 설치하기 어렵다. 「문화재보호법 시행령」에 의하면 문화재 건물의 개·증축 시 문화재청의 심의와 특별자치시장의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설처 시설관리팀 관계자는 “안전장비 설치와 구조개편의 필요성을 느끼고는 있다”면서도 “문화재보호법 상 정부의 관리가 엄격해 진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촌캠 스팀슨관, 아펜젤러관, 본관에는 이중 화재 대피통로, 초기 화재 진압 장비 등이 확충돼 있지 않다. 소방법의 모태가 되는 「소방조사규정」이 지난 1952년 제정됐는데, 그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은 해당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안전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해당 건물들에는 건축구조로 인해 화재방지시설을 설치하기 어렵기도 하다. 현재 신촌캠에 위치한 모든 문화재 건물들의 경우 석조건물이기에 스프링클러와 같은 기본적인 소방설비 설치도 불가하다.
문화재 건물들의 경우, 소방시설을 설치하기 어려워 예방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교수는 “문화재 건물의 경우 현실적으로 화재 진압보다는 예방적 측면이 중요하다”며 “실험실 등 화재 위험이 있는 시설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열 감지 CCTV 등의 감지장치 설치를 해결책으로 제안했다. 열 감지 CCTV를 사용하면 특정 공간의 온도가 급격하게 변할 시 화재 상황으로 인식해 자동으로 경보를 울리게 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구조변경 없이도 각종 장치를 이용해 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대학교의 많은 공간은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 박 교수는 “불안정한 환경이 부적절한 행동과 만나면 대형 참사가 일어난다”며 “불안정한 환경을 최대한 없앨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김재현 기자 
bodo_boy@yonsei.ac.kr
 권은주 기자 
silverzoo@yonsei.ac.kr
김수영 기자 
bodo_inssa@yonsei.ac.kr

사진 박민진 기자 
katarina@yonsei.ac.kr
김수빈 기자 
sbhluv@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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