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넷플릭스 규제법’이라고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은 통신업체의 망 설치 및 관리 비용을 콘텐츠 기업도 부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보화시대의 고속도로와 같은 기반시설인 데이터 통신망은 설치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 하지만 일단 데이터 통신망이 설치되면 경쟁기업의 진입이 어렵고 통신망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독점적 이익을 누릴 수 있다. 이로 인해 많은 국가들은 국영기업을 활용해 통신망을 구축한다.

음성정보만을 주고받던 통신망에 각종 콘텐츠가 얹혀 소비되면서부터 데이터 통신망의 용량과 속도는 더욱 증가하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일반소비자의 데이터 사용에 따라 과금하는 종량제가 아닌 정액제를 유지하기 때문에 데이터 통신망을 유지 및 보수하는 통신회사는 많은 불만을 표명해 왔다. 정액제를 채택해 인터넷을 빠르게 보급할 수 있었던 우리나라의 경우 인터넷 종량제로의 변화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급격한 변화다. 결국 관건은 늘어나는 데이터 통신망의 신설 및 유지 보수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였다.

이로 인해 데이터 통신망 업자들과 콘텐츠 제공 회사들 간 비용부담을 두고 줄다리기가 이어져 왔다. 데이터 통신망 업자들은 콘텐츠 제공회사들이 데이터 통신망을 무료로 사용하여 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망 구축 및 유지보수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콘텐츠 제공회사들은 데이터 통신망은 공기와 같은 일종의 공공재로 그 사용을 위해 비용을 부담한다면 혁신적인 서비스의 제공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번 법이 통과된 이유는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간의 형평성 문제가 크다. 이미 네이버와 카카오 등은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지만, 구글이나 넷플릭스와 같은 국제적인 규모의 회사들은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이 ‘넷플릭스 규제법’이라고 불린 이유는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망에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지만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거의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형평성 차원에서 국내기업과 해외기업이 모두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에는 동의한다.

다만 망 사용료를 결정하는 근거자료나 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협상력이 낮은 국내 혁신기업들은 높은 망 사용료를 물게 되고 규모가 큰 대기업들은 유리한 조건을 갖게 되는 상황을 피하도록 시행령에서 보다 구체적인 장치들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작지만 혁신적인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성장 후 보다 큰 망 사용료를 지불할 수 있도록 생애주기적 관점을 지니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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