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여론칼럼
[십계명] Y에게
  • 이희연 매거진부장
  • 승인 2020.05.31 20:22
  • 호수 1853
  • 댓글 1

이희연 매거진부장
(영문·18)

『The Y』가 새롭게 출발합니다.

치열했던 한 달의 고민은 단 한 문장으로 결론이 났다. 우리를 끝까지 지켜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신촌’이라는 울타리는 생각보다 안전하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스스로 다시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했다. ‘연세춘추’라는 이름 아래, 우리가 선택한 것은 바로 ‘청년’이다.

별지가 된 지난 2017년부터 『The Y』는 꾸준히 지역지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해왔다. 아마 유지하고자 노력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지도 모르겠다. 지역성이 확실히 드러나는 코너가 몇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코너도 반 이상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신촌과 연희동 일대의 사회적 문제점을 짚는 ‘기획’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기사가 맛집이나 카페 소개에 그쳤다. 주거문제, 연애관, 여행 등 대학생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를 다루는 ‘특집’에서는 지역과 관련된 것을 다룬 적이 거의 없었다. 기자의 통찰력이 가장 돋보인다고 할 수 있는 문화면이나 칼럼면 또한 지역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톡톡 튀는 매력이 장점인 인터뷰 기사도 지역과의 연관성은 찾을 수 없었다. 어느새 ‘말랑말랑한 문체’가 원래의 목적이었던 지역성보다 더 커져버린 것이다. 그렇게 정체성이 모호해진 『The Y』는 마지막 개편에서까지 코너의 신설과 폐지를 반복했다.

이렇게 계속되는 몇 번의 개편 속에서 『The Y』는 길을 헤맸다. 어느 순간 독자들이 늘지 않았다. 지난달에 발행한 호가, 그 전에 발행한 호가, 저번 학기에 발행한 호가 계속해서 쌓여만 갔다. 매 학기 모두가 온 힘을 다해 기사를 썼지만 독자들은 여전히 차가웠다. 그러던 올해 겨울, 고민의 시간이 온 것이다.

‘본지로 다시 들어올 것.’ 이는 곧 우리가 그렇게 주창하던 지역성을 포기해야 함을 뜻했다. 애초에 우리가 별지로 매거진을 운영하게 된 배경에는 지역성이 언제나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것은 신촌과 연희동이라는, 하나밖에 없던 울타리를 우리 스스로 무너뜨려야 한다는 뜻이었다. 글감이 자유로워진다는 동시에, 확실하게 정해져 있던 취재 대상과 범위가 이제는 한없이 넓어진다는 뜻이었다. 그 누구도 ‘그렇게 하자’라는 말을 선뜻 꺼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스스로 울타리를 부쉈다. 언론사 내부의 재정적인 문제도 일부 있었을 테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지역성’의 가치에 대한 우리들의 의문이었다. 이미 이곳의 모든 것은 온라인과 기성 언론에서 전부 찾아볼 수 있다. 더불어 신촌과 연희동이라는 작은 범위 안에서,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온갖 미디어가 장악해 버린 이곳에서, 한낱 학보사에 불과한 우리가 그들과 차별성을 둘 방법은 없었던 것이다.

바야흐로 ‘언택트’ 시대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의 확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전의 사회로 돌아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다시는 사라지지 않을 ‘언택트’ 사회 아래에서, 언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컨택트’된다. 사람 사이의 벽은 높아질지 몰라도, 역설적이게도 지역을 구분하는 울타리는 점차 사라지는 것이다. 어디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각국의, 각 지역의 소식을 접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친화적인 청년층에게, 비대면 사회에서의 지역성은 이전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것은 ‘청년’이다. 사라져가는 독자들을 잡기 위해서는 지역이 아닌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우리는 더 넓은 대상을 다루기로 했다. ‘연세춘추’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청년’의 이야기를 다루기로 한 것이다. 대학교 안에서 트렌스젠더 학생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폭토’를 일삼는 청년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청년층이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 새로운 도전 이후, 한 학기 동안 우리는 지금껏 해왔던 것보다 훨씬 더 좁고 깊은 이야기를 다룰 수 있었다.

『The Y』가 울타리 밖으로 새로운 출발을 한 지 한 학기가 지났다. 더 깊은 내용을 담기 위해, 더 많은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The Y』는 다시 천천히, 우리들의 글을 써 내려갈 것이다.

이희연 매거진부장  hyeun5939@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