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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민식이법'에 대한 학우들의 의견첫걸음이 미흡하더라도 걸음을 멈출 수는 없다.
  • 이성태(행정·17)
  • 승인 2020.05.31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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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행정·17)

지난 3월 25일부로 시행된 일명 ‘민식이법’은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아래 특가법)」으로 구성된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어린이보호구역(아래 스쿨존) 내 단속 및 안전시설 설치를 의무화했고, 특가법 개정안에서는 스쿨존 내 안전운전 의무 소홀 등으로 사망·상해 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가법 개정안은 스쿨존 내에서, 주행속도 30km/h를 초과하거나 어린이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해서 만 13세 미만 어린이를 죽게 하거나 다치게 한 운전자에게 적용된다. 또한 사망 사고는 3년 이상 징역이나 무기징역에 처하고, 상해 사고는 1~15년의 징역 또는 500~3천만 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본 개정안은 대개 “경과실로도 억울하게 처벌받는 운전자가 나올 수 있다” 혹은 “형이 과중하다”라는 이유로 비판받고 있다.

“억울하게 처벌받는 운전자가 나올 수 있다”는 입장을 살펴보자. 사실 민식이법 등장 전부터 도로교통법에서는 운전자에게 안전운전 의무를 부과하고 있었다. 안전운전 의무 조항은 운전 중 잡담, DMB 시청, 휴대전화 사용 등 구체적인 개별 조항이 없는 사유로 발생한 사고에 대해 적용된다. 민식이법 논란의 핵심인 “어린이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해야 할 의무”는 기존의 안전운전 의무를 보다 엄격히 부과하는 것이며, 이미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명시돼 있는 중과실 범죄행위다. 또한 현재 법원은 교통사고 사건에서 사고 회피가능성과 예견가능성을 바탕으로 안전운전 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운전자들이 흔히 염려하는 ‘어린이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경우’에 대한 처벌 가능성은 낮다. 실제로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시야가 차단된 상태에서 보행자가 갑작스레 뛰어나온 경우가 무죄로 선고된 바 있다.

그러나 과실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민식이법’과 고의 범죄인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가중처벌하는 ‘윤창호법’, 방화죄, 강간죄 등의 처벌 수위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형이 과중하다”는 비판은 수긍할 만한 점이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가중처벌이 통상의 형사처벌과 비교해서 현저히 정당성과 균형을 잃은 경우 위헌”이라고 판시한 바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민식이법’의 처벌 수위를 낮출지, 다른 고의 범죄 처벌 수위를 높일지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결정될 일이지만, 특가법 개정안이 보다 형벌 비례성의 원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재개정될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 모든 비판을 수용하더라도, ‘민식이법’의 개정 취지는 존중됐으면 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교통 환경은 여전히 어린이들에게 열악하기 때문이다. OECD 통계(2017년, 30개국 대상)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어린이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0.9명(21위), 보행 중 사망자 수는 0.54명(27위)이다. 또한 지난 1월 발표된 스쿨존 교통안전 강화대책에 따라 3배나 오를 예정인 스쿨존 내 범칙금·과태료는 평균 12만 원으로, 미국 평균 500달러(약 60만 원)에 현저히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단속 및 어린이 안전시설은 어떠한가? 대책 발표 당시 스쿨존 내 신호등 설치율은 61%, 심지어 무인교통단속장비 설치율은 고작 5%에 불과했다. 심지어 2018년 교통분석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어린이 교통사고의 95%는 스쿨존 이외의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어린이 교통 환경 전반에 대한 추가 개선 방안까지 필요한 실정이다.

운전자의 중과실이 빚은 어린이 사망·상해 사고에 대해 경각심을 높이고, 스쿨존 내 단속 및 안전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다는 점에서 ‘민식이법’이 어린이들에게 더 나은 교통 환경을 물려주기 위한 첫걸음임에는 틀림없다. 자연스레 감속을 유도하는 ‘도로 협착’ 혹은 착시형 도로 디자인을 도입하고, 적극적으로 불법 주·정차 차량을 단속하여 운전자의 시야를 보장하는 선진국의 교통문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렇기에 특가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과 재개정 요구가 일각에서 주장하는 ‘민식이법 전면 폐지’까지는 나아가지 않았으면 한다. 첫걸음이 다소 미흡했다 해서 걸음을 멈출 수야 없지 않은가?

이성태(행정·17)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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