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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人] 일상 속 새로움을 발견하는 일, 탐험의 시작입니다국내 1호 과학탐험가 문경수를 만나다
  • 변지후 송정인 기자
  • 승인 2020.05.31 20:29
  • 호수 58
  • 댓글 0

“저는 어릴 때 과포자였어요”

국내 1호 과학탐험가의 말이라면 믿겠는가? 문경수씨는 자신이 중·고등학교 재학시절에 ‘과포자(과학포기자)’였다고 수줍게 고백했다. 그랬던 그가 어떻게 아시아인 최초로 미항공우주국(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NASA)과 함께 서호주를 탐험할 수 있었을까? 또 어떻게 고비사막에서 공룡화석을 발굴하고, 하와이에서 천문학을 연구할 수 있었을까? 하늘이 푸르고 햇살이 따스했던 맑은 날, 신촌 인근 카페에서 과학탐험가 문씨를 만났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A. 과학탐험가 문경수라고 한다. 우주, 공룡, 오로라, 화산 등의 탐험 주제를 가지고 20년 동안 지구상의 여러 곳을 탐험했다. 과학탐험가는 내가 이름 붙인 직업이다. 과학자와 탐험가 사이에서 대중들에게 새로운 발견을 전달하는 일을 한다. 특정 과학적 주제를 선정해 사전 조사를 거친 후 탐험 현장에서 화석 등 여러 자료를 수집한다. 이 외에도 책 발간, 방송 출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 워치를 개발하고 있다. 평범한 스마트 워치가 아니라,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며 즐겁게 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다.

Q. 과학탐험가가 된 계기가 무엇인가.

A. 나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전공을 살려 부산의 한 벤처기업에 입사했는데, 그곳에서 우리나라의 인공위성인 아리랑 관제 시스템을 만드는 일을 했다. 그 일을 하다 보니 어릴 때 좋아했던 우주에 대한 열망이 되살아났다.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독서모임이다. 매달 인문 서적과 과학 서적을 번갈아 가며 읽는 독서모임이었다. 그런데 과학 서적을 읽는 게 유독 힘들었다. 책 속에 나온 현장에 직접 가보면 이해가 더 잘 될까 싶어 17년 전, 독서모임 회원 6명과 서호주 사막으로 여행을 갔다. 취미 삼아 시작한 여행이었는데 현장에서 지구의 신비를 알아가는 즐거움이 컸다. 그 이후 본격적으로 과학탐험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Q. 그동안 하와이, 고비사막, 서호주 등 다양한 지역을 탐험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탐험지가 어디인가.

A. 가장 많이 방문한 서호주가 기억에 남는다. 서호주에서 죽음의 문턱까지 간 경험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처음 탐험했을 때, 차가 물웅덩이에 잠기는 조난을 당했다. 무사히 근처 마을까지 도착했지만, 200km가량을 걸어야 했던 고난이었다. 공포스런 경험이었지만 자연의 아름다움과 밤하늘의 경이로움을 만끽한 감동의 순간이기도 했다. 나중에는 좋은 기회가 닿아 NASA와 함께 서호주를 탐험하기도 했다.

서호주는 밤하늘이 압도적으로 아름다워서 애착이 간다. 서호주의 인구는 광활한 면적에 비해 약 250만 명뿐이라 불빛이 거의 없다. 덕분에 4천 개 이상의 별들을 관측할 수 있다. NASA가 지구에서 육안으로 관측 가능한 별이 5천개라고 했으니, 서호주는 별들의 성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서호주에서 밤하늘을 볼 때마다 가슴에 광활한 우주가 담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슬럼프가 찾아올 때면 이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힘을 얻곤 한다.

Q. 국내에서 제주도를 주로 탐험했다. 제주도를 중요한 탐험지로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A. 오랫동안 외국을 탐험하며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은 나를 볼 때마다 제주도에 가봤느냐고 질문했다. 외국 학자들은 제주도의 과학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제주도에는 예쁜 카페와 관광할 곳이 많다는 이야기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한국인 과학탐험가로서 부끄러움을 많이 느꼈다.

지난 2009년에 하와이 빅아일랜드에서 만난 화산학자도 제주도를 방문하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에는 지질학적 다양성, 생태학적 다양성, 인류학적 다양성이 풍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외국 학자들의 말을 듣고 제주를 탐험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17년에 『효리네 민박』에 출연하며 화산학자와 함께 제주도를 탐험할 기회가 생겼다. 그때 ‘그동안 제주도를 많이 여행했지만 진면목을 본 적은 없었구나’라는 생각에 충격을 받았다.

Q. 제주에서 탐험한 지역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어디인가.

A. 서귀포시에 위치한 탐라전파천문대를 소개해주고 싶다. 우리나라에 전파천문대는 제주도와 연세대, 울산대 단 세 곳에 있다. 전파천문대는 접시가 매우 커야 하는데, 이를 설치할 장소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전파천문대를 통해 우주에서 날아오는 전파신호를 분석해 우주의 기원과 블랙홀의 형성, 별의 생성과 소멸 과정 등을 연구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 개의 전파천문대를 이용해 전자적으로 연결된 지름 500m짜리 전파를 관측하고 있다.

제주도를 생각하면 많이들 자연환경을 떠올린다. 그런데 전파 천문 시설이 있다는 것도 알아줬으면 좋겠다. 천문학자의 연구 시설이고 우주의 비밀을 연구하는 인공 가공물이지만 ‘문화 랜드마크’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주의 자연환경도 좋지만, 천문대에서 우주를 관측하고 온다면 인식의 확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로 셀카 찍기에도 참 좋다. (웃음)

Q. 국내에서는 과학탐험이 생소한 것 같다. 과학탐험의 가치와 의의가 무엇인가.

A. 과학탐험은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안겨준다. 현대 사회는 자연을 위험하고 지저분한 곳으로 규정하며 도시로부터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과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 되짚을 필요가 있다. 탐험을 하면 지평선에서 해가 뜨고 지는 풍경과 달과 별이 운행하는 풍경을 교과서가 아닌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 이렇게 자연의 원리를 보고 자란 아이들과 학원과 집을 쳇바퀴처럼 반복한 아이들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과학탐험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든다면 자연과 친해지기 어려운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 자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Q. 탐험을 하는 데 힘든 점도 있을 것 같다.

A. 탐험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땐 금전적인 문제가 가장 힘들었다. 그러나 과학탐험가로 어느 정도 성장한 지금은 탐험에 앞서 탐험지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어려운 일인 것 같다. 탐험 준비의 8할은 장소에 대한 사전 공부에 있다. 공부하지 않은 채 탐험지에 가면 아무것도 관측할 수 없다. 나머지 2할은 함께 갈 동료를 찾는 일이다. 어찌 보면 마음 맞는 동료를 찾는 일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같이 탐험할 동료는 나와 다른 관점을 가진 타전공자일수록 좋다. 하나의 주제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봤을 때 의미 있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Q.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것이 있는가.

A. 두 가지 정도 있다. 하나는 알래스카다. 보통 극지방을 떠올릴 때 얼음과 빙하를 많이 생각한다. 그러나 알래스카의 경우는 다르다. 알래스카의 여름 기온은 영상까지 오르기 때문에 땅 위의 모든 눈이 녹는다. 그 녹은 땅 아래에 수많은 화석이 있다. 이를 통해 과거의 생태계뿐 아니라 현재의 기후변화 추이를 연구할 수 있다. 남극의 세종과학기지, 북극의 다산과학기지 같은 정부출연연구소가 ‘북극공동연구실’이라는 이름으로 알래스카에도 있다. 알래스카의 연구소에 가서 이에 대해 연구하고 싶다.

그리고 우주 탐험도 도전하고 싶다. 1년 반 전에 미국 유타 사막에 있는 화성탐사연구기지를 다녀왔다. 영화 『마션』의 촬영지이기도 한 이곳은 화성탐사를 준비하는 우주인들의 훈련장이기도 하다. 당시에 큰 영감을 받아서 그때 이후로 우주 탐험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다. 과학탐험가는 일반인과 우주인을 잇는 중간지점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대중들이 우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나의 역할을 잘 해내고 싶다.

Q. 과학을 어려워하고 거리감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다. 과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A. 나는 중·고등학교 재학시절에 전형적인 ‘과포자’였다. 교과서로만 과학을 공부하는 것은 따분해서 오히려 반감이 생길 수 있다. 과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은 과학 다큐멘터리를 많이 보길 추천한다. 다큐멘터리는 각 학문 최고 전공자들의 최신 연구 자료를 담은 훌륭한 교과서다. 생동감 있는 영상을 통해서라면 과학에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박물관이나 과학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특히 박물관의 도슨트 해설을 활용하면 좋다. 만약 설명 중 궁금한 것이 있거나 관심 있는 내용이 있다면 질문도 던지면 좋겠다. 또 유적지나 화석 발굴 현장을 방문해 박물관의 자료와 비교하며 탐구해보는 것도 좋다. 이런 방식으로 박물관을 즐긴다면 전 세계 모든 박물관이 개인 연구실처럼 느껴지며 과학에 흥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Q. 과학탐험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A. ‘호기심을 가져라’, ‘관찰을 하라’는 말이 많다. 그러나 나는 ‘독서를 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내가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은 독서모임에 참여한 것이다. 독서만큼 적은 비용으로 타인의 생각과 경험을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은 없다. 만약 지금 다시 대학생이 된다고 해도 나는 책만 볼 것이다. (웃음) 책을 읽다 보면 학구열과 호기심이 절로 생긴다. 책을 읽다 이해가 안 되면 현장에 가보기도 하며 과학탐험가의 꿈을 키웠으면 좋겠다.

Q. 마지막 질문이다. 과학탐험을 통해 대중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가.

A.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은 ‘어디선가, 굉장한 어떤 것이 알려지길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했다. 개인적으로 내가 정말 좋아하는 문장이다. 나는 이 문장이 꼭 천문학에만 적용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굉장한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전제조건이 있다. 가만히 기다리는 사람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새로운 영역에 대한 공부와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이 필요하다. 물론 바쁜 일상에서 새로움을 찾아 나서라는 말이 어렵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새로움을 발견하는 일은 거창하지 않다. 내가 생각하는 탐험은 ‘일상에서의 작고 우연한 발견’이다. 이를테면 계절이 변해가는 모습을 본다든가, 읽고 싶었던 절판 도서를 헌책방에서 발견했을 때의 소소한 희열감 같은 것 말이다. 인식의 지평이 조금이라도 넓어질 수 있다면 그 무엇도 탐험이 될 수 있다. 탐험은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행위가 아니라 새로움을 발견해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다. 탐험은 결코 사치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문씨는 국내 1호 과학탐험가로서 끊임없는 호기심과 연구로 한국 과학탐험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그동안 다녀온 탐험에 대해 이야기하며 내내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지구와 사랑에 빠진 천진난만한 소년 같은 모습이었다. 앞으로도 계속될 그의 탐험에 안전과 행운이 깃들길 바라며, 문씨의 찬란한 앞날을 응원한다.

글 변지후 기자
wlgnhuu@yonsei.ac.kr
송정인 기자
haha2388@yonsei.ac.kr

<사진제공 문경수>

변지후 송정인 기자  wlgnhu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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