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사랑하는 패션피플을 위한 안내서

이탈리아의 ‘구찌’, 스웨덴의 ‘H&M’, 독일의 ‘아디다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2050년까지 기업 활동 중에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을 ‘제로’로 만들기로 협약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문제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며 패션업계에도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2019년 G7 정상회담에서 생태계 보호를 위한 패션협약(Fashion pact)이 체결된 데 이어, ‘지속 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패션업체들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패션업체가 주도하는 친환경 돌풍

 

그동안 패션업계는 지구온난화와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돼왔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UNFCCC)’은 패션업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 배출량의 10%를 차지한다고 분석했고, ‘자라’, ‘유니클로’로 대표되는 패스트패션*이 유행하며 의류 폐기물 문제가 떠오르기도 했다. 이에 패션업계는 지난 2019년 8월 25일 G7 정상회담에서 패션협약을 체결했다. 온실가스 감축과 생물종다양성 보호, 플라스틱 사용 절감을 위한 실행방안을 업체가 수립토록 하는 게 협약의 골자다. 구찌, H&M, 아디다스 등 글로벌 패션업체 32곳이 주도한 패션협약은 4월 20일 현재 34곳이 추가 가입하며 친환경 패션의 돌풍이 되고 있다. 이들의 패션협약은 패션업계의 자체적인 변화 노력으로 손꼽힌다.

패션협약에 참여한 업체들은 ‘친환경 컬렉션’을 출범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H&M은 2030년까지 모든 제품을 친환경 소재로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컨셔스 익스클루시브(Conscious Exclusive)’ 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이 라인은 파인애플 잎 섬유나 유칼립투스 나무 추출물을 활용해 재킷, 드레스를 만드는 등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제품을 생산한다. 아디다스 또한 2024년부터 전 제품을 재활용 폴리에스터로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한 운동화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쓰레기를 세상에서 하나뿐인 ‘패션템’으로!

 

큐클리프의 군용 낙하산으로 만든 초크백이다.

 

‘지속가능한 패션’을 목표로 설립된 패션 브랜드들도 증가하고 있다. 이 중 업사이클링 패션은 최근 들어 가장 주목받는 분야로 꼽힌다. 업사이클링은 신문지, 과자 봉지 등의 폐기물을 심미성과 실용성을 갖춘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는 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고 자원을 절약하는 효과가 있어 친환경적이다. 대표적인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로는 스위스의 ‘프라이탁’이 있다. 프라이탁은 버려진 트럭 방수천을 활용해 가방을 만든다. 이들의 가방은 무작위로 디자인된 독특한 패턴과 높은 내구성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도 업사이클링 브랜드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지난 2016년에 설립된 ‘큐클리프’도 그중 하나다. 큐클리프는 재활용선별장에서 직접 수거하는 방식, 개인에게 제공받는 방식, 전문 업체에서 구입하는 방식 등 다양한 방법으로 폐기물을 수거해 제품을 생산한다. 군용 낙하산으로 만든 초크백, 홍보 포스터로 만든 필통, 현수막으로 만든 지갑이 대표적이다. 큐클리프 이윤호 공동대표는 “예뻐서 구매했는데 사회적인 의미도 있는 제품이라는 칭찬을 받을 때 뿌듯하다”며 “사회와 환경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브랜드로 남고 싶다”고 전했다. 실제로 큐클리프는 포장재로 생분해성 비닐을 사용하거나 테이프가 필요 없는 상자를 사용하는 등 브랜드의 전반적인 운영에 사회적 고민을 더하고 있다.

 

동물의 고통 없게 패션도 비건으로!

 

낫아워스의 페이크 퍼 하프 코트다.

 

가죽, 오리털, 자개 등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 패션’ 또한 친환경 트렌드로 등장하고 있다. 일부 품목에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넘어, 제품 전체를 비동물성 소재로 생산하는 비건 패션 브랜드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비거니즘이 정착하지 못한 국내에서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비건 패션 브랜드를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6년에 설립된 ‘비건 타이거’는 퍼 제품부터 드레스까지 거의 모든 패션 품목을 비동물성 소재로 만들고 있다. 비건 타이거는 지난 1월 밀라노 박람회에 초청받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지난 2017년 설립된 ‘낫아워스’ 또한 나일론, 폴리에스터 등 비동물성 소재로 가방, 지갑 등 다양한 의류를 생산한다. 낫아워스는 “패션에서는 동물들이 존중받아야 하는 개체가 아닌 재료로서 소비되고 있다”며 “패션계에 다양한 옵션을 더하고 비동물성 소재로도 세련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브랜드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낫아워스 또한 생분해성 의류 비닐, 재활용 택배 봉투 등을 사용하며 생산과 유통 전 분야에서 친환경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낫아워스는 “패션은 정유 산업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산업일 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며 “제품이 세상에 나오고 폐기되기까지의 전 과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0년대는 친환경 시대가 아닌, ‘필환경’ 시대다. 먼 미래로만 여겨졌던 기후재앙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춰 우리의 의복생활을 점검해보는 게 어떨까. 지구를 위한 패션 선택지는 이미 마련돼 있다.

 

*패스트패션: 최신 트렌드를 즉각 반영하여 빠르게 제작하고 빠르게 유통하는 의류

 

 

 

글 김병관 기자
byeongmag@yonsei.ac.kr

<사진제공 큐클리프 낫아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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