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나’를 표현하는 도구다. 각자의 개성을 담은 룩(Look)은 상대방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각인한다. 유행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는 지금, 올해의 패션 트렌드로 무엇이 꼽히고 있을까. 『The Y』가 2020년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패션 트렌드를 알아봤다.

 

해질녘 황혼의 어스름
팬톤이 선정한 올해의 컬러, 클래식 블루

 

팬톤이 선정한 올해의 컬러 '클래식 블루'

 

세계적인 색채 연구소인 미국의 팬톤(Pantone)은 매년 ‘올해의 컬러’를 발표한다. 팬톤이 선정한 올해의 컬러는 각종 시각예술분야와 디지털 기술, 건축, 패션 등 산업 전반에 걸쳐 활발히 사용된다. 지난 2019년과 2018년의 컬러로는 각각 ‘리빙 코랄(Living Coral)’과 ‘울트라 바이올렛(Ultra Violet)’이 선정된 바 있다. 팬톤이 선정한 2020년의 컬러는 ‘클래식 블루(Classic Blue)’다. 클래식 블루는 ‘해가 질 무렵, 황혼의 하늘을 연상시키는 푸른색’이다. 팬톤은 클래식 블루를 보기만 해도 정신적인 평온을 가져다주는 차분하고 단아한 색이라고 소개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파란색보다 채도와 명도가 낮아 상대에게 믿음과 신뢰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팬톤의 부사장 로리 프레스맨(Laurie Pressman)에 따르면, 올해의 컬러는 세계의 분위기를 상징할 수 있어야 한다. 클래식 블루를 올해의 컬러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그는 “우리는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는 동시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안정적이고 강력한 기반을 원한다”며 “차분함과 자신감, 연대감을 주고 안정감까지 지닌 클래식 블루가 우리의 염원에 부응하는 컬러”라고 전했다. 『뉴욕 매거진』 또한 클래식 블루를 ‘불안을 막는 블루’라고 칭했고, CNN은 ‘2020년을 차분하게 시작하는 색’이라고 평가했다.

컬러는 옷의 소재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낸다. 클래식 블루로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다면 부드럽고 광택이 흐르는 새틴 소재의 드레스를 입으면 좋다. 또 클래식 블루의 니트를 입는다면 포근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한편 클래식 블루 하의는 감각적이고 도시적인 이미지를 자아낸다. 다양한 매력을 가진 클래식 블루로 오늘의 아웃핏(Outfit)에 포인트를 주면 어떨까?

 

애니멀 프린트와 플라워 패턴
‘자연’을 사랑한 그들의 이야기

 

트렌드를 짚을 때 패턴도 빼놓을 수 없다. 동일한 색상과 소재더라도 패턴에 따라 옷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올해 유행하는 패턴은 애니멀 프린트와 플라워 패턴이다. 이 두 패턴은 ‘자연’에서 착안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최근 패션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자연을 패턴으로 활용한 것이다.

 

돌체앤가바나의 '지브라 패턴 자켓'

 

애니멀 프린트는 동물의 무늬를 모티브로 한 패턴으로 얼룩말, 기린, 뱀, 표범 등 특색 있는 무늬의 동물을 모방한다. 애니멀 프린트는 지난 2018년부터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패션업계에 친환경 열풍이 불며 모피 대신 동물의 무늬를 활용하게 된 것이다. 특히 올해의 애니멀 프린트 디자인은 이전보다 과감해졌다는 평이 많다. 돌체앤가바나는 얼룩말 무늬를 트로피컬 패턴과 접목하는 디자인을 선보였고, 유명 디자이너 데이비드 코마(David Koma) 역시 드레스 전체에 얼룩말 무늬를 입히는 디자인을 연출했다. 발렌시아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얼룩말 무늬로 물들인 룩을 선보였다.

 

지방시의 '플라워 패턴 원피스'

 

플라워 패턴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세계 각국의 2020 S/S 패션쇼에서 플라워 패턴의 옷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텔라 매카트니, 로에베, 지방시는 들판에 핀 들꽃 같은 잔잔한 플라워 패턴을 선보였다. 또 펜디, 알렉산더 맥퀸, 드리스 반 노튼은 강렬한 트로피컬 플라워 패턴을 선보였다. 마크 제이콥스, 지방시, 프라발그롱, 파코라반 등은 할머니의 장롱 속에서 발견할 듯한 1960년대의 찬란한 빈티지 플라워 패턴을 선보이기도 했다. 1960년대의 알록달록한 빈티지 꽃무늬가 S/S 런웨이에서도 활짝 핀 것이다.

 

향수와 경험을 선사하는 뉴트로 패션

 

또 놓치지 말아야 할 트렌드로 뉴트로 패션이 있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 스타일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하는 트렌드다. 최근 추억의 아이템들이 오늘날의 감성에 맞게 재탄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발맞춰 패션업계는 1980~90년대에 대한 동경을 자극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기성세대에게는 향수를 일으키고, 신세대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자 하는 것이다.

 

알렉산더 맥퀸의 '퍼프 슬리브 드레스'

 

뉴트로 패션 열풍 속에서 주목할 만한 패션 아이템은 퍼프 슬리브(puff sleeve)다. 퍼프 슬리브는 어깨나 소매 끝에 주름을 넣어 볼륨감 있는 느낌을 연출한 상의들을 통칭한다. 1980년대에 유행한 파워 숄더 룩이 퍼프 슬리브를 활용한 전형적인 예다. 퍼프 슬리브를 활용하면 사랑스러우면서도 자신감 있는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 또 어깨와 팔 부분의 체형을 가려주고 얼굴을 작아 보이게 하는 효과도 있다. 올해에는 대표적으로 알렉산더 맥퀸이 퍼프 슬리브 디자인의 드레스를 선보인 바 있다.

 

샤넬의 '데님 자켓'

 

뉴트로 패션 아이템으로는 데님이 주목받고 있다. 데님은 올해의 컬러인 ‘클래식 블루’를 표현할 수 있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2020 S/S 샤넬 컬렉션에는 오버사이즈 데님 재킷이 등장했고 생 로랑은 무릎 기장이 밑단까지 떨어지는 데님 버뮤다 팬츠를 선보였다. 지방시 또한 발목까지 덮는 긴 데님 치마를 선보였다.

이 외에도 1990년대에 유행했던 슬립드레스, 브랜드를 과시하는 로고 플레이, 운동복 스타일의 일상복인 애슬레저룩, 눈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투명한 틴트 선글라스 등이 뉴트로 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성별의 경계를 허무는 젠더리스 패션

 

톰 브라운의 '젠더리스 남성복'

 

마지막으로 꼽은 올해의 패션 트렌드는 젠더리스(Genderless)다. 올해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스타일인 젠더리스는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옷을 입는 새로운 경향이다. 밀리터리룩을 입은 여성이나 치마를 입은 남성처럼 성(性)에 따른 고정적인 스타일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젠더리스 패션은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아이템을 조합하는 시도를 통해 독특한 스타일을 선보인다.

젠더리스 패션은 1970년대에 유행했던 유니섹스 패션과는 확연히 다르다. 당시엔 여성들이 남성복을 입는 경향이 강했지만 젠더리스는 남성이 여성복으로 포인트를 주는 경우가 많다. 젠더리스 패션의 가장 큰 특징은 중성성에 있다. 성별을 초월해 자신만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다. 다양한 성적 지향을 수용하고 성별 고정관념이 담긴 의복에서 탈피하는 것을 추구하기에 휴머니즘(Humanism)을 강조하는 패션이라는 평가도 있다.

런웨이 위의 모델만이 소화할 수 있는 패션이라는 생각이 드는가? 젠더리스룩은 우리의 일상에 이미 스며들어 있다. 미니백과 악세서리로 치장한 남성, 바지로 된 여학생 교복, 레이스와 같이 페미닌(Feminine)한 소재를 사용한 남성복, 넥타이로 포인트를 준 여성복 모두 젠더리스 패션의 영향을 받은 사례다. 남성용, 여성용이라는 간편한 정의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젠더리스 패션, 작은 소품부터 차근차근 도전해본다면 당신도 어렵지 않게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패션이 당신을 소유하게 하지 말고
당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결정하라”

 

베르사체의 창립자인 지아니 베르사체(Gianni Versace)가 한 말이다. 모두가 따르는 트렌드는 근사해 보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유행만을 좇아 개성을 잃어버리지는 않도록 주의하자. 트렌드의 적절한 활용은 우리 모두를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진정한 ‘패션 피플’로 만들어 줄 것이다.

 

 

 

글 변지후 기자
wlgnhuu@yonsei.ac.kr
송정인 기자
haha2388@yonsei.ac.kr

<사진제공 팬톤, 돌체앤가바나, 지방시, 알렉산더맥퀸, 샤넬, 톰브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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