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반에서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정부는 원격의료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18대 국회부터 논의돼 온 원격의료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 정부주도의 원격의료 추진에 대해 의료계와 시민단체는 우려하고 있다. 원격의료 관련 주요 쟁점으로 환자의 편이성 증대와 의료취약계층 접근성 확대, 감염병 시대에 요구되는 새로운 의료서비스 모델, 환자안전 위험과 의료의 질 하락, 의료전달체계의 붕괴와 대형병원 집중화, 의료 민영화와 비용 상승, 개인정보유출 우려 등이 있다. 각각의 쟁점에 대해 다음 몇 가지 사항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첫째, 환자의 안전과 의료의 질은 의료서비스의 핵심 가치이다.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질병의 진단과 치료 과정은 불확실성을 전제한다. 미국의 경우 매년 2천100억 달러의 의료과오 비용, 1천200만 명의 진단 오류를 보고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 좋은 병원, 더 훌륭한 의사에게 진료받기를 원한다. 원격의료가 가져올 몇 가지 편익, 일자리 창출, 원격의료 관련 산업의 발전을 논하기 전에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환자안전과 의료의 질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둘째, 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원격의료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허용된 26만 건(2018년 총진료 건수의 0.018%)의 전화 진료 자료로는 충분하지 않다. 외국 사례가 근거를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인구집단의 밀집 분포와 의료기관 접근성, 의료전달 체계, 의료의 소비형태 등 맥락적 특수성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우리는 근거가 불명확한 가정에 기초한 정책이 실패로 귀결되는 사례를 너무도 자주 봐왔기에 더 분명한 근거가 필요하다. 셋째, 원격의료와 관련한 이해 당사자들의 논의와 합의가 중요하다. 주요 이해당사자인 정부, 의료계, 시민단체나 국민은 각기 다른 논리로 원격의료의 필요성을 주장하거나 신중론을 견지한다. 원격의료는 그 자체로 도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단일 논제가 아니라 의료전달체계, 공공의료, 국민건강보험 등 의료시스템 전반과 연계돼있는 사안이다. 문제는 이해당사자 간의 상호이해와 소통이다. 

코로나19를 통해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높은 의료 접근성, 양질의 의료수준, 적은 비용으로 의료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보통신기술은 진단과 경과 관찰을 위한 원격 모니터링, 의료상담 등 의료서비스와 접목해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변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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