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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바로쓰기] 갑질, 인성의 문제일까요?‘을’의 죽음을 더이상 반복하지 말아야 합니다
  • 조서우 기자
  • 승인 2020.05.24 19:37
  • 호수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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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故 최희석 경비노동자를 폭행하고 ‘갑질’을 일삼은 아파트 주민 심씨가 구속됐습니다. 증거 인멸 및 도망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심씨는 현재 상해, 협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보복폭행 등의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해자 심씨는 지속해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0일, 강북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근무하던 경비실 앞에는 추모를 위한 공간이 마련됐다


지난 10일 우이동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故 최희석씨가 투신자살했습니다. 유서를 통해 밝힌 이유는 한 주민의 갑질이었습니다. 사건은 4월 21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중 주차 문제로 아파트 입주민인 심씨와 경비원 최씨 사이 말다툼이 벌어졌습니다. 최씨의 유족에 따르면 말다툼 이후 심씨는 최씨에게 폭언을 쏟아붓고 최씨를 폭행했습니다. 이후 최씨는 전치 2주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사건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후로도 심씨는 최씨를 협박했습니다. ‘산에 가 100대 맞자’, ‘빨리 그만둬라’, ‘그만두지 않으면 파묻어버리겠다’ 등 험악한 말이 이어졌습니다.

지난 4월 27일 최씨는 심씨에게 또 한 번 폭행당해 전치 3주 진단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더해 심씨는 최씨에게 계속해서 조롱 문자를 보냈습니다. 견디다 못한 최씨는 4월 28일 상해·폭행·협박 등을 이유로 심씨를 고소했습니다.

심씨는 지난 3일 경찰의 연락을 받고 최씨가 자신을 고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에 심씨는 허위 진단서를 보이며 최씨에게 맞아 2천만 원이 넘는 수술비를 지불하게 됐다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심씨는 최씨에게 ‘머슴에게 맞아 수술하게 됐다’, ‘망신이다’라는 폭언과 함께 돈을 마련하라고 압박했습니다. 결국 최씨는 끊임없는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최씨는 악랄한 갑질 속에서 보호받지 못했습니다. 아파트 입주민과 경비원이라는 권력 관계 속에서 최씨는 심씨의 악행에 고스란히 놓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는 故 최희석 경비노동자 사태를 통해 또 다른 갑질 사건을 목격했습니다. 사람들의 일상이 이뤄지는 아파트,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경비원. 우리와 밀접한 공간에서, 친근한 사람에게 일어난 사건은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을’의 위치에 놓인 사람들이 보호받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을의 위치에 놓인 사람들은 생계수단을 잃을까 두려워 갑질에 적극적으로 맞서지 못합니다. 을의 자발적인 저항을 기대하는 것, 상황의 해결을 을에게 맡기는 것은 상황을 해결하려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을을 도우려는 사회와 사회구성원의 노력이 없다면 갑질은 반복됩니다.

지난 2014년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경비원 분신자살 사건, 2019년 강남 아파트 경비원 폭행 사건 등 비슷한 형태의 갑질 관련 뉴스가 이어집니다. 이런 뉴스들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갑질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직 우리 사회는 을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합니다.

지난 2017년 입주민이 경비원에게 부당한 지시나 명령을 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습니다. 허울뿐인 법 아래서 을은 같은 고통에 놓일 수밖에 없습니다. 수많은 을들이 갑질을 겪지 않도록 갑질 자체를 규정하고 방지하려는 법안이 필요합니다. 법안과 더불어 강력한 처벌도 동반돼야 합니다. 이제는 갑질을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법이 자리 잡아야 할 때입니다.

故 최희석 경비노동자 사건 이후 정치권은 노동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안전하게 노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사람도 속속 등장했습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고인이 일하던 아파트 경비 초소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은 뒤, 관련 법령과 제도의 미비점을 살피고 보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역시 안전한 근로 환경을 위한 제도 보완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사회 구성원 사이 수직적인 권력 구조를 악용하는 갑질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정치인의 목소리와 법의 개선에만 기대선 안 됩니다.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합니다. 아직도 일상 곳곳에는 갑질 문화가 만연해 있습니다. 갑질 예방을 위해 직장 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인식 개선 차원의 노력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우리 일상까지 확대 적용하려는 노력은 아직 미진합니다. 법 개정과 더불어 인식 개선을 위한 갑질 예방 교육이 더 많은 사람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글 조서우 기자
mulkong@yonsei.ac.kr

사진 남궁현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조서우 기자  mulko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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