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을 만나다

배달음식이 빠진 우리의 삶은 상상하기 힘들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로 인해 마음 놓고 외식하기 어려운 요즘은 더욱 그렇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한산해진 거리에는 배달 오토바이 배기음만 울려 퍼진다. 한편, 언젠가부터 그들의 오토바이에서 달라진 점을 눈치챈 이들도 있을 것이다. 배달 상자에 특정 음식점의 상호가 아닌, ‘부릉’과 ‘배달의 민족‘ 같은 대행업체의 상호를 붙인 오토바이들이 부쩍 늘어났다. 이처럼 대행업체의 상호를 달고 배달하는 이들을 플랫폼배달대행기사, ‘라이더’라고 부른다. 지난 2019년 5월 1일, 한국 최초의 배달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이 설립됐다. 그 중심에 박정훈 위원장이 있다. 얼마 전 아르바이트노동자에 대한 책 『이것은 왜 직업이 아니란 말인가』를 펴낸 박 위원장을 만나 라이더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플랫폼 노동과 특수고용의 사각지대에서 달리는 라이더

 

박 위원장은 라이더라는 직업의 장점 중 하나로 ‘자유로운 근무시간’을 꼽았다. 그러나 그는 이를 “양면성을 가진 자유로움”이라고 말한다. 출퇴근이 자유롭다고 해서 그들의 삶까지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건당 맺는 ‘제로 아워 계약*’으로 인해 사실상 ‘24시간 대기조’가 되면서 라이더의 근무시간과 여가시간의 경계는 모호해진다. 그들의 이 같은 불안정한 삶의 밑바탕에는 ‘플랫폼 노동자’라는 신분이 깔려있다.

박 위원장은 라이더들을 “배달대행플랫폼을 통해 일자리를 구하는 플랫폼 노동자”라고 소개한다. 플랫폼 기업의 목적은 이러한 ‘플랫폼 노동자’들을 최대한 많이 포섭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노동 공급시장을 독점하면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노동 수요시장도 독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플랫폼 기업의 독점이 일어나면, 횡포가 발생해도 라이더들이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배달수수료 일방적 인하가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 라이더를 모집할 때 건당 배달수수료를 4천 원대로 공고한 플랫폼 기업이 시간이 지나면 3천 원대로 인하해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독점 플랫폼 기업에 종속된 라이더들은 항의하기 어렵다. 박 위원장은 “기업들은 데이터만 있으면 라이더들을 골라 그때그때 ‘쓰고 버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플랫폼 기업의 ‘갑질’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들은 ‘다수의 사용자성’이라는 플랫폼 노동의 특성과 ‘특수고용노동’(이하 특고노동)***이라는 라이더의 계약 형태를 이용해 고용 책임을 회피한다. 우선 플랫폼 노동시장에는 다수의 사용자가 존재한다. 우리가 배달앱을 통해 주문한 음식은 일반적으로 네 가지 오프라인 주체(음식점, 배달대행사, 라이더, 소비자)와 두 가지 플랫폼(주문 중개·배달 중개 플랫폼)을 거쳐 배달된다.**** 소비자의 주문이 주문중개 플랫폼을 거쳐 음식점에 전달되고, 배달중개 플랫폼이 배달대행사에 속한 라이더를 연결해 음식을 배달하는 구조인 것이다. 이어 박 위원장은 “배달앱을 통한 주문-배달 과정은 전통 주문 방식보다 복잡하다”고 말했다. 음식점에 고용된 배달원이 전화로 주문된 음식을 배달하는 것이 전통적인 방식이라면, 배달앱에서는 더 많은 주체가 이 과정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행 노동법에서 정의하는 ‘사용자-노동자 일대일 관계’로 플랫폼 노동시장의 사용자성을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사용자가 많아 누가 일감을 주는지 특정할 수 없으니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진다.

 


또한, 박 위원장은 “사용자가 특고노동자에게 ‘사장님’이라는 이름표를 붙임으로써 책임과 의무로부터 해방된다”고 말했다. 근로계약이 아닌 용역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라이더들은 생산수단 준비, 사고 수습 등 모든 의무와 책임을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라이더들은 4대 보험, 근로기준법 적용과 같은 노동자로서의 권리는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산업재해보험(아래 산재보험) 적용 시에도 그들의 신분이 문제가 된다. 일반적으로 노동자들은 사업자가 보험료를 전액 납부하는 산재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한다. 하지만 특고노동자는 사장이라는 신분상 사업주와 보험료를 5:5로 분담해 내야 하며, ‘산재적용 제외신청’(이하 제외신청) 대상이 된다. 사업주는 보험료를 내지 않기 위해 라이더들이 제외신청을 하도록 압박하고, 라이더들도 보험료가 부담되니 자발적으로 제외신청 하기도 한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산재보험은 사업을 하다 발생한 사고에 대한 책임을 논하는 것이기 때문에 노동자가 아닌 사업주를 위한 보험”이라며, “특고노동자가 산재 보험료를 분담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라이더가 짊어져야 할 책임 중 가장 무거운 것은 사고에 대한 책임”이라고 말한다. 라이더들이 사고를 당해도 사용자를 특정할 수 없는 플랫폼의 특성상 ‘책임질 사장 나와라’라는 구호가 성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특고노동자의 신분상 회사가 가입해둔 사보험이 없을뿐더러 4대 보험의 혜택조차 받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사보험은 납부액이 높아 라이더 개인에게 부담스러운 선택지다. 배달용 사보험인 ‘유상운송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선 1년에 20대 연령 기준 약 6~700만 원, 30대는 약 300만 원을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유상운송보험에 가입하더라도 상대의 피해만 보상할 뿐 라이더 본인은 보상받을 수 없다.

 

라이더의 목소리를 배달하는 라이더유니온

 

이 같은 플랫폼 노동의 복합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 위원장이 선택한 방법은 ‘단결’이었다. 지난 2018년 여름, 최악의 불볕더위 속 “폭염 수당 100원을 달라”는 박 위원장의 1인 시위를 계기로 라이더의 목소리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라이더유니온의 결성으로 이어졌고, 현재 200명가량의 조합원과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라이더유니온의 목표를 “배달산업 규제를 만들고 나아가 산업구조를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달산업에 규제를 만들어야 라이더가 책임을 짊어지는 플랫폼 산업의 구조를 바꾸고, 궁극적으로는 사용자와 라이더, 소비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당장 실현 가능한 규제방안으로 ▲배달대행업체등록제 ▲원동기면허요건 강화를 꼽았다. 그는 이 두 가지 방안을 “일종의 진입 장벽을 세우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배달대행업에 누구나 진입 가능한 현실이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는 업체와 서비스 수준이 낮은 라이더를 양산한다는 지적이다. 더 나아가 박 위원장은 전반적인 산업구조를 바꿀 방안으로 ▲플랫폼사용자 전반이 참여하는 사회보험 ▲안전배달료 도입을 제안한다. 이때 사회보험은 문제가 많은 유상운송보험을 대체할 방안으로 제시된다. 박 위원장은 “특정 기업에 직고용된 라이더였다면 기업이 분담했을 비용이, 플랫폼 시장에서는 라이더들에게 전가된다”며 “플랫폼사용자들이 창출한 매출의 일정 비율을 보험료로 적립하는 사회적 보험 출시를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전배달료’는 안전한 배달을 위해 라이더들이 받는 현행 3천 원대의 수수료를 4천 원대로 인상하는 것을 말한다. 박 위원장은 “현재의 수수료체계에서 라이더들은 음식점 여러 곳을 돌며 음식을 쌓아 한꺼번에 배달하는 이른바 ‘돈 줍기’방식의 배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기름값, 보험료, 오토바이 유지비용 등을 빼면 최저임금보다 적게 버는 경우가 많아 무리하게 배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4천 원의 수수료가 확보된다면 라이더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무리하게 배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 역시 라이더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는 점을 인정한다. 비용 분담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질 소비자가 있다는 점 또한 알고 있다. “라이더를 욕하기는 쉽지만 그로 인해 바뀌는 것은 없다”고 입을 뗀 그는 “산업구조를 개선해 안전망을 확충하면 배달 서비스의 질이 바뀔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라이더들은 무리하지 않고 안전하게 배달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식지 않은 음식을 빠르게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박 위원장은 상생의 정신을 사회 전반으로 확장해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박 위원장은 “계산기를 두드려보자”고 독자들에게 제안했다. ‘개인 안전망’ 안에서 각자도생하는 사회와 ‘사회적 안전망’이 확충된 사회 중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일지 계산해보자는 것이다.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능력 부족으로 돌리는 사회는 ‘개인의 안전망’을 만들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소모하기 마련이다. 이를 각자가 능력에 맞게 출자해 삶의 위험을 완충해주는 공동의 안전망으로 바꾼다면 훨씬 효율적인 사회가 될 수 있다. 박 위원장은 오늘도 그런 사회를 배달하기 위해 달리고 있다.

 

 

*제로 아워 계약: 정해진 노동시간 없이 임시직 계약을 한 뒤 일한 만큼 시급을 받는 노동 계약
**네트워크 효과: 상품의 가치가 그 상품의 사용자 수에 영향을 받는 현상
***정확한 명칭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그들을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함에도 「근로기준법」등이 적용되지 않아 업무상의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주문중개 플랫폼은 배달의 민족, 요기요와 같이 소비자와 음식점을 연결한다. 배달중개 플랫폼은 음식점과 라이더 (또는 배달대행사)를 연결한다. 배달대행사는 오프라인에서 음식을 배달하는 회사로 ‘부릉’이 대표적이다.

 

 

글 고병찬 수습기자
윤수민 수습기자
연세춘추

사진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자료사진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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