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넘어 전 세계를 매료시킨 역사드라마가 있다. 바로 『킹덤』이다. 시즌 1이 공개된 후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텔링과 답답함 없는 전개로 호평을 받은 『킹덤』은 지난 3월 시즌 2를 공개했다. 반전 섞인 『킹덤』만의 통쾌한 서사는 한국 드라마의 저력을 다시금 세상에 알리기 충분했다.

 

 

역사적 고증으로 재탄생한 한국식 좀비물

 

『킹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방탄소년단과 『기생충』의 연이은 성공으로 ‘한국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킹덤』이 ‘조선’이라는 역사적 배경과 ‘좀비’라는 서구 영화의 단골 소재를 결합하면서 외국인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일례로 해외 온라인 거래 사이트 ‘아마존(Amazon)’에서 한국의 갓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 시청자들이 단순한 시청 행위 이상으로 한국 문화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적인 것’을 잘 녹여냈다는 방증일 테다.

『킹덤』의 또 다른 성공 요인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그럴듯한 이야기 구성’이다. 『킹덤』은 ‘좀비물’이란 장르적 특성을 넘어, 정치적 갈등과 인물의 대립 그리고 역사적 고증이 잘 어우러진 드라마다. 이러한 세 요소의 화합은 시청자로 하여금 드라마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그런데 과연, 좀비물이란 장르가 역사성과 온전히 결합할 수 있을까? 조선에 정말 좀비 역병이 퍼지기라도 했던 걸까?

역사드라마 제작에 있어 고증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고증은 역사적 사실을 전달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이야기의 타당성을 높여주는 장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역사드라마를 보며 “저거 진짜 있었던 일이야?”란 질문을 던져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드라마에는 불가피하게 작가의 상상력이란 요소가 추가된다. 예를 들어, 영화 『명량』에서는 이순신의 전투 과정을 더욱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과장된 연출과 여러 갈등 상황이 실제 사건에 덧붙여졌다. 하지만 ‘임진왜란’과 ‘이순신의 승리’라는 역사적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처럼 기존에는 역사적 인물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얼마나 재미있게 풀어내느냐가 작품의 성공 여부를 결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고증 방법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인물과 사건의 흐름에 초점을 맞추던 영웅주의적 역사 서술이, 최근에는 사회적 상황과 삶의 모습 등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한국사 해석의 관점이 ‘거시사’에서 ‘미시사’로 이동하는 것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참혹한 전쟁 후 조선에 남은 것들

 

그렇다면 『킹덤』에서는 어떤 역사적 고증을 찾아볼 수 있을까. 『킹덤』이 정확히 조선의 어느 시점을 배경으로 하는지는 나와 있지 않지만, 임진왜란 이후의 일이라는 점으로 볼 때 선조에서 광해군으로 넘어가는 시기로 추정된다. 임진왜란을 전후로 조선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대외적으로는 명나라가 멸망하고, 일본은 도쿠카와 이에야스의 집권 아래 놓였다. 조선의 왕권은 크게 약화됐고, 국토는 황폐화됐다. 이 시기를 거치며 명나라에 사대를 주장하는 세력이 힘을 얻었고, 이는 조선이 병자호란이라는 또 다른 전쟁을 겪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킹덤』의 시대적 배경은 조선과 주변국이 격변하던 시기, 변화의 소용돌이가 몰아치던 시기다. 백성들은 늘 굶주렸으며 민심은 흉흉했다. 이러한 가운데 굶주림을 참지 못한 ‘지율헌’의 환자들이 인육을 먹으면서 비극이 시작된다. 작중 인물인 ‘영신’의 대사는 당시 처참했던 시대적 상황을 잘 드러낸다. ‘영신’은 자신을 질책하는 ‘서비’에게 “지율헌 백성들을 살린 건 나라님이 아니라 굶주림에 지쳐 쓰러진 이웃의 살과 피”라고 말한다, 백성들을 돌봐야 할 관리들이 부패했다는 점을 꼬집은 강렬한 한 마디였다.

『킹덤』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백성들이 굶주리던 시대적 배경에 주목하며 재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조정의 무능함을 상상하게 된다. 이와 같이 최신의 역사고증은 큰 사건들에 집중해서 전반적인 흐름을 보여주기보다 당시 ‘시대적 상황’과 ‘삶의 모습’에 초점을 맞춰서 상황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 탄생한 것이, 바로 『킹덤』이다.

 

최근 한국 문화의 저력은 대단하다. 빌보드 차트에서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영화 『기생충』은 아카데미 4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그 바통을 이어받은 『킹덤』 역시 역사드라마의 한 획을 그었단 호평을 받고 있다. 한국의 문화 산업이 연이은 성공을 거두는 것은 한국 문화와 새로운 고증 패러다임 그리고 창작자의 창의성을 보장하는 문화 시장의 개방이 이끌어낸 쾌거다.

몇 년 전만 해도 외국 문화에만 열광하던 한국은 이제 세계의 문화 시장을 주도하는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 노래가 뉴욕 중심가에 울려 퍼지고, 한국 사회의 모순을 담아낸 영화가 전 세계인의 공감을 얻어냈다. 또 한국의 역사를 모르는 사람도 한국 역사에 뿌리를 둔 드라마에 몰입하며 그 고증의 패러다임을 이해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접근과 그에 대한 숙고를 통해,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더욱 독창적인 색채로 입지를 다져 나가길 바란다.

 

 

글 조현준 기자
wandu-ko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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