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를 드릴게요』의 저자 정세랑 작가를 만나다

판타지 문학으로 등단한 정세랑 작가는 장르문학*과 본격문학**을 두루 섭렵해 다채로운 작품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월 출간된 『목소리를 드릴게요』는 현재까지도 베스트셀러이며, 많은 사랑을 받은 『보건교사 안은영』은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다. 독자들 사이에서 ‘언니’라는 친근한 호칭으로 불리며 사랑받고 있는 정세랑 작가를 『The Y』가 만났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A. 『목소리를 드릴게요』의 저자 소설가 정세랑이다. 과거 문학 잡지 편집자 일을 하다가 소설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난 2010년 등단해 아직은 신참 소설가라 할 수 있다. 초기에는 장르문학 위주로 작품 활동을 하다가 지난 2014년 『이만큼 가까이』라는 작품을 내며 본격문학까지도 작품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Q. 편집자와 소설가 일을 병행했다고 들었다.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이며 편집자 경험은 작가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A. 5년 정도 소설가와 편집자 일을 겸했다. 그 시기 동안 편집자로서 문학 잡지를 만들며 동시대 작품들을 실시간으로 흡수했다. 이러한 경험이 작가로서의 창작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이전까지 창작은 혼자 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했지만, 편집자 일을 통해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활동이라는 것을 배웠다. 함께 호흡했던 다른 작가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를 확인하면서 받는 자극도 컸다. 일이 재미있어 편집자를 계속하고 싶었지만, 체력적 무리로 인해 소설가의 삶을 택했다. 

 

Q. 작가로 활동하면서 겪은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최근에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다. 오랜 애독자 중 한 명이, 이제는 자녀와 함께 내 책을 읽는다는 말을 전해왔다. 그 순간 내 소설이 세대를 넘어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매우 흥미롭고 뿌듯했다. 

하지만 늘 좋은 순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성 서사를 쓴다는 이유만으로 각종 커뮤니티에서 익명의 누리꾼들이 나와 내 작품을 비난하곤 한다. 그런 순간이 힘들었고, 여전히 상처로 남아 있다.

 

Q. 소설 속 다채로운 세계관이 유독 눈에 띈다.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는가.

A. 주로 일상의 어긋남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평범해 보이던 순간이나 상황이 약간 틀어지거나, 평소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갑자기 기묘하다 느껴지는 순간처럼 말이다. 매일 다니던 길 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이 떨어져 있으면 상상력이 촉발되곤 한다. 

 

Q. 일전에 “세계는 더디게 더 많은 존재들을 존엄과 존중의 테두리 안으로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란 말을 남긴 바 있다. 이러한 성장에 있어 SF(Science Fiction)가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

A. 세계가 언제나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지만은 않는다. 오히려 좋지 않은 쪽으로 물러나 버리는 경우도 잦다. 그럴 때, 미래의 가치를 향해 시선을 던지는 SF 창작물들이 ‘나침반’으로 기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침반이 그 자체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를 가지고 못 가지고의 차이는 크니 말이다. 

 

Q. 본인이 생각하는 SF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SF 이외에 작가로서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 혹은 문학 갈래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A. SF와 같은 판타지의 매력은 시공간을 크게 쓸 수 있다는 것에 있는 듯하다. 국가와 행성 등 그 무대의 넓이가 무궁무진하며, 보다 더 과감하고 빠른 전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SF 이외에는 전공인 역사교육 관련 지식을 살려 역사 미스터리 소설을 제대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Q. 본인의 작품 중 하나인 『보건교사 안은영』이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제작된다고 들었다. 혼자 쓴 책을 드라마로 만드는 과정에서 함께 작업하는 이들과의 협업 과정은 어떤지 궁금하다. 

A. 나를 포함한 요즘의 작가들은 대부분 끝없이 다른 분야에 도전하며 ‘몸 바꾸기’를 하고 있다. 매체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빨리 변하는 시대이니, 매체에 따라 쓰는 이야기의 특색도 변할 수밖에 없다. 혼자 작업을 할 땐 디테일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나, 협업에선 그렇게 하기는 힘든 대신 여러 사람의 전문성이 더해져 새로운 자극을 얻게 된다. 

 

Q. 유독 많은 20대 독자층과 팬층을 가지고 있다. 팬들로부터 ‘언니’란 호칭으로도 불린다는 이야기도 봤다. 이처럼 많은 청년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이들을 위한 한 마디도 부탁한다.

A. 아마도 우리가 ‘위로가 되는 이야기에 먼저 손이 가게 만드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세계는 완벽하지 않고, 20대는 완벽하지 않은 세계를 탐색하며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혹독한 경험을 하는 시기다. 심지어 요즘의 20대는, ‘마음이 절벽에 서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던 나의 20대보다 한층 혹독해졌다. 이렇게 척박한 외부 세계로부터 내면을 지키는 데 읽는 행위는 꽤 도움이 될 것 같다. 자신만의 시선과 언어를 가진 사람은 좋지 않은 세계 앞에서 꺾이지 않을 수 있다. 그를 통해 부디 단단함을 얻어, 꼭 가닿아야 할 지점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이야기를 마치기 전 ‘독자들에게 어떠한 작가로 기억에 남고 싶나’는 질문에 정 작가는 “문학은 요약의 반대편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요약할 수 없는 문학을 쓰는 작가로 기억에 남고 싶다”는 답변을 남겼다. 요약할 수 없는,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그의 소설과 생각들이 오래도록 사회의 튼튼한 나침반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 

 

*장르문학: 추리, 무협, 판타지, SF 등 특정한 경향과 유형에 입각한 문학
**본격문학: 본디 예술을 위한 문학. 대중문학의 반대 개념

 

 

 

글 조재호 기자
jaehocho@yonsei.ac.kr
송정인 기자
haha2388@yonsei.ac.kr

사진제공 민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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