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기 전, 먼저 ‘가족’이란 단어를 머릿속에 떠올려보자. 어떤 이미지가 그려지나. 아마 많은 이들의 뇌리엔 부부와 그들의 자녀들로 이뤄져 있는 그림이 떠오를 것이다. 사회적 차원의 인식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사회에서 말하는 ‘정상 가족’이란 엄마와 아빠, 자녀로 구성된 전형적인 핵가족 형태의 가족이다. ‘가족’이란 단어에 앞에 붙는 ‘정상’이란 수식어가 다소 기이해 보이나 우리 사회는 매우 자연스레 가족이란 개념에도 정상과 비정상의 잣대를 대고 있다. 그리고 그 잣대의 이면에는 무자녀·조손·입양·동거·동성결혼 가족 등 다양한 가족 형태가 비정상적이며 부족한 가족으로 인식된단 사실이 있다.

 

가족의 형태에 정상과 비정상은 없다

 

정의조차 불명확한 ‘정상 가족’의 개념은 여타 가족의 형태를 억누르기도 한다. 가부장제를 근간으로 한 우리나라의 전통적 가족 형태는 산업화를 거치면서 성별에 따라 그 역할이 더욱 강화됐다. 가족 구성원 중 남성은 밖에 나가 돈을 벌어오는 가장의 역할을, 그와 혼인한 여성은 출산 후 육아와 가사 일을 맡아왔다. 시대 흐름이 변해 맞벌이를 하는 가족이 증가했지만 그럼에도 여성이 맡게 되는 양육이나 가사노동의 양은 현저히 많다. 개인의 성장과 사회 유지의 기본 단위인 가족에 이 같은 고정적인 성 역할이 작용한다는 사실은 곧 사회 전반에 이 의식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는 잘못된 성 고정 역할을 심고 편협한 가족의 의미를 만들어내 정상 가족 범주 내에 속하지 않는 가족은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유교적 가족주의가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는 한국 사회에서 비정상 가족에 속하는 일이란 무시와 차별에 무방비로 노출됨을 뜻한다. 이렇게 한 번 찍힌 낙인에서 벗어나는 일 또한 쉽지 않다. ‘정상 가족’으로 분류되지 못하고 ‘비정상’의 낙인이 찍히게 되면 그 가정에 속한 사람들은 다양한 차별과 마주하게 된다. 가령 “결혼하셨어요?”, “어머니는 뭐 하시니?”, “아버지 연세가 어떻게 되셔?”와 같은 질문은 대상자에게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이 될 수 있다. 질문에 답하는 순간 내 가족 형태는 일반적이지 않은, 비정상의 가족이 되기 때문이다.

너무도 대수롭지 않은 일상적인 질문이 우리 주변의 누군가에겐 불편함으로 와 닿을 수 있다. 반복적인 ‘비정상’으로의 분류는 낮은 자존감과 사회적 차별을 낳는다. 사회가 내린 정상 가족의 범주에 속하지 못한 가정의 구성원은 자신의 가정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고, 그로 인해 생긴 분노와 무력감은 가정 내부로 향할 수 있다. 이렇듯 ‘정상 가족’이라는 용어는 성적 역할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고, 이에 따라 가족에 대한 편협한 의미를 재생산한다. 

 

정상 가족 개념은 해체 중

 

그러나 고무적인 변화 또한 분명 존재한다.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결혼과 이혼, 재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느리게라도 점차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점차 발달함과 동시에 동거, 입양 등의 가족 형태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개인의 가치관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면서, 사람들이 보다 다양한 형태의 삶을 영위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면서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가 완화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고는 있지만, 기존의 고정적인 가족 가치관을 깨뜨리기 위해선 제도적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변화하는 사회적 인식이 제도를 통해 잘 반영된 해외에선  정상 가족의 형태에서 벗어난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을 볼 수 있다. 스웨덴에서는 가족 형태의 1/3이 동거가족인 만큼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난 가족 형태가 보편화 돼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출산율이 낮아지고, 비혼율은 높아지고 있다. 표준으로 여겨지던 4인 가구는 줄어들고 1인 가구는 증가하고 있다. 변화하는 시대와 가치관에 맞춰 새로운 가족 제도가 정립돼야 할 때다. 가족의 존재 이유는 소속감과 안정감에 있다. 이는 소위 정상 부모와 정상 자식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가능한 감정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고정적인 개념이 희석됨으로써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향한 포용력을 보여주는 사회가 오길 희망한다.

 

 

글 변지후 기자
wlgnhu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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