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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절식, 먹토, 씹뱉… 그 청년의 삶은 왜 얼룩졌을까섭식장애, 당신에게도 드리울 수 있는 그림자
  • 김병관 변지후 기자
  • 승인 2020.05.17 22:35
  • 호수 57
  • 댓글 0

#프로아나 #개말라 #먹토 #폭토 #씹뱉

어떤 의미의 해시태그인지 감이 오는가? 트위터를 비롯한 SNS를 사용하는 10대, 20대 섭식장애 환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해시태그다. ‘프로아나’는 Pro-anorexia의 줄임말로 거식증(Anorexia nervosa)을 선망하는 이들을 의미한다. 섭식장애 중 가장 위험한 것으로 알려진 거식증은 장기간 심각하게 음식을 거부하는 이상행동이다. ‘프로아나’라고 스스로를 지칭하는 젊은 여성들은 살을 빼기 위해 거식증 환자들이 나타내는 증상을 거리낌 없이 따라한다. 이들은 개말라(매우 마른 사람의 몸을 동경함), 먹토(먹고 토하다), 씹뱉(씹고 뱉다) 등의 자극적인 해시태그를 사용하며 서로의 이상행동을 칭찬하고 모방한다. 거식증의 증상을 마치 다이어트의 한 방법으로 여기는 것이다. 『The Y』는 누구에게나 언제든 도래할 수 있는 섭식장애의 그림자, 그 실체를 조명해봤다.

거식증, 폭식증 뭐가 달라?

섭식장애는 섭식(攝食) 혹은 식이(食餌) 행동에 문제가 생긴 정신질환의 일종이다. 섭식장애를 앓는 환자들은 먹는 양을 극도로 제한하거나, 폭식한 뒤 일부러 토하기도 한다. 거식증 및 폭식증과 같은 섭식장애는 미국에서 제정한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편람인 DSM-Ⅳ 기준에 따라 진단할 수 있다.

미국정신의학협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APA)는 섭식장애를 ▲신경성 식욕부진증(Anorexia nervosa) ▲신경성폭식증(Bulimia nervosa) ▲폭식장애(Binge-eating disorder)로 구분한다. 먼저 신경성 식욕부진증은 우리가 흔히 거식증으로 알고 있는 병으로,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은 저체중이다. 이 병을 앓는 환자들은 음식을 먹는 것 자체를 거부하며, 저체중에 대한 심각성 인식 또한 부족하다. 다음으로 신경성폭식증은 폭식과 함께 억지로 구토를 유발하는 제거 행동이 나타나는 병이다. 심한 경우 환자들은 하제(下劑), 이뇨제와 같은 약물로 음식의 소화를 막는다. 또한 과도한 운동으로 신체를 망가뜨리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폭식장애가 있다. 폭식장애는 1주일에 최소 2일 이상의 폭식 삽화가 6개월 동안 반복되는 장애다. 먹는 동안 통제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일정 시간 동안 대부분 사람이 먹는 양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한다.

미국정신의학협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해마다 약 500만 명의 섭식장애 환자가 발생하며 청소년기와 성인 초기 여성의 1~3%가 폭식의 임상적 증상을 보인다. 우리나라도 심각한 것은 마찬가지다. 누다심 심리상담센터 섭식클리닉 전문상담사 김윤아 씨는 “우리나라의 경우 섭식장애에 대한 연구나 통계가 미비해 그 심각성이 드러나지 않을 뿐”이라며 “실제 사례들을 보면 한국도 미국의 통계 결과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몸과 마음의 병, 섭식장애

섭식장애는 몸과 정신을 모두 피폐하게 한다. 김씨는 섭식장애가 육체에 미치는 영향으로 “영양섭취 불균형으로 인해 위장장애, 골다공증, 탈모, 수면 불안정, 저체온, 여성의 경우 생리불순까지 겪는다”고 말했다. 또한 김씨는 “먹토를 할 때는 위산이 역류해 식도와 치아가 크게 손상된다”며 제거 행동에 대한 위험성도 강조했다. 이처럼 섭식장애는 심각한 육체적 손상도 함께 가져온다. 특히 신경성 식욕부진증 환자의 경우, 지속적인 열량 및 영양부족은 몸의 근육을 점점 감소시킨다. 이후 심장 근육까지 손실돼 심장마비로 죽는 환자도 적지 않다.

하지만 섭식장애로 영양 불균형이나 영양실조와 같은 증상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섭식장애는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반드시 정신과 치료가 동반돼야 한다. 김씨는 “섭식장애는 우울장애를 수반한다”며 “불안증세가 나타나고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다큐멘터리 『Thin』의 출연 환자 중 한 명이 거식증으로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처럼 거식증으로 불리는 신경성 식욕부진증은 특히 자살률이 높은 정신질환이다.

이러한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섭식장애는 ‘다이어트를 하다가 생기는 병’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러나 섭식장애는 하나의 원인에서만 출발하는 질환이 아닌 ▲사회문화적 변인 ▲유전적 변인 ▲가족적 변인 ▲개인 심리적·성격 변인과 관련이 있다. 대중매체 속 마르고 예쁜 연예인의 모습을 본인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대상화하는 것은 사회문화적 변인에 속한다. 김씨는 과거 6년간 자신이 겪은 거식증과 폭식증의 아픔을 회상하며 “고등학생 때 학교생활을 하며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느꼈고, 그 해소책으로 공부와 다이어트를 병행하다가 섭식장애가 악화됐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솔 Another You’로 섭식장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이진솔씨도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섭식장애가 시작됐다고 전한다. 이씨는 “10대 때 어려운 집안 환경에서 자라면서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았다”며 “어느 순간부터 음식을 소화하기 어려웠고 이를 토하며 해소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섭식장애는 여러 변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병이다. 음식을 여러 가지 심리적 요인으로 생긴 스트레스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삼는 것이다. 완벽주의, 결벽증과 같은 다른 심리적 요인들 또한 환자들을 음식과 체중에만 몰두케 해 몸과 마음을 모두 병들게 한다.

극복하려면 모두의 도움이 필요해!

섭식장애는 ‘의지의 문제’라는 편견과 달리, 전문가들은 섭식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전문기관의 도움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섭식장애 환자를 위한 인터넷 카페 ‘소금인형’을 운영하는 오정연씨는 “섭식장애 중기를 지나면 인지 사고에 왜곡이 생겨 자가 치료가 어렵다”며 “의지의 문제가 아닌 중독에 가깝게 돼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섭식장애가 지속되면 공복감과 포만감을 감지하는 뇌의 신호 체계에 이상이 생기고, 실제보다 체중을 과하게 인식하게 돼 이상 섭식 행동을 멈추기 힘들다. 따라서 이와 같은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인지행동치료, 약물치료 등의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섭식장애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도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김씨는 “우리나라는 섭식장애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할 정도로 인식이 부족하다”며 “그만큼 부정확한 정보도 많아 전문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씨 또한 “부적절한 치료법을 따르게 되면 증상이 더 악화되기도 한다”며 “반드시 섭식장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섭식장애 발병률을 낮추기 위해 광고 및 미디어에 대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외모에 대한 왜곡된 잣대가 섭식장애를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우리나라의 다이어트·성형 광고나 아이돌 산업은 왜곡된 미적 기준을 조장한다”며 “과장된 다이어트·성형 광고를 규제하고, 특정 체중 이상이 되는 사람만 무대에 오를 수 있게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미용 성형수술과 몸 이미지를 규제하는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2005년부터 성형수술 광고를 전면 금지했고, 2017년부터는 ‘마른 모델 퇴출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프랑스에서는 건강 진단서와 체질량지수(BMI)를 제출한 모델만 런웨이에 설 수 있다. 이 외에도 프랑스는 포토샵으로 보정한 사진에 보정 내용을 명시하게 하는 ‘포토샵법’도 시행한다. 이스라엘 또한 ‘모델법’과 ‘포토샵법’을 시행 중이고, 영국 역시 보정된 몸 이미지를 미디어에 노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법과 제도적 노력을 넘어 외모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씨는 “외모를 평가하는 한마디 말에 섭식장애가 시작되는 경우도 있다”며 “농담 삼아서라도 ‘몸평’, ‘얼평’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외모가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검열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섭식장애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외모지상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세계적인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씨는 그 중 ‘보디 뉴트럴리티(Body Neutrality)’ 운동을 소개했다. 보디 뉴트럴리티는 신체를 무게나 형태가 아닌 기능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개념이다. 이씨는 “몸은 사랑받거나 평가받기 위함이 아닌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며 “내 몸이 어떻게 보일지보다 내 몸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섭식장애는 한 사람의 몸과 마음을 파괴하는 질병이다. 섭식장애를 부추기는 사회 구조에 자신이 연루돼 있지 않은지 성찰하는 시간이 모두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법과 제도적 노력에 더해 개개인의 태도에 변화가 있어야 섭식장애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섭식장애에 관한 더 많은 이야기>

기자: 소중한 의견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더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신가요?

김윤아: 섭식장애를 겪고 계신 분들께 생각보다 타인은 내 몸매에 관심 없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물론 제 말이 납득하기 쉬운 것은 아니겠지만, 몸매는 우리를 구성하는 극히 일부분일 뿐이에요. 몸매 말고도 우리를 표현할 수 있는 가치는 무궁무진하잖아요. 지금 당장 가족이나 친구에게 “내가 마르지 않더라도 곁에 있어 줄 거야?”라고 물어보세요. “당연하지”라는 답이 돌아올 거예요.

이진솔: 세상은 넓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아요. 외모와 상관없이 우리는 얼마든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냥’ 행복해도 괜찮은 존재예요. 상대방의 외모를 평가하는 분들께 그 잣대가 얼마나 높은지에 상관없이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외모를 향한 잣대는 결국 본인의 한계가 될 거라는 점도요.

오정연: 친구가 섭식장애를 앓고 있다고 털어놨을 때, 여러분들이 지지자가 돼주셨으면 좋겠어요. 자신이 섭식장애 환자라고 고백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거든요. 그럼에도 얘기를 했다는 건 도와달라는 뜻이에요. 이를 쉽게 지나치지 마시고, 힘이 되어주셨으면 좋겠어요. 한 명의 지지자가 치료에 큰 도움이 됩니다.

글 김병관 기자
byeongmag@yonsei.ac.kr
변지후 기자
wlgnhuu@yonsei.ac.kr

김병관 변지후 기자  byeongma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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