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저자 김민섭 작가를 만나다.

한 사람의 개인적인 글이 때로는 대중의 공감을 얻기도 한다. 우리대학교에서 학사·석사·박사 과정을 마치고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로 작가 반열에 오른 김민섭 작가(인예국문·02)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김민섭 작가는 ‘북크루’ 플랫폼을 창업해 작가와 독자를 이어주고 있다.

Q. 김 작가의 대학 시절이 궁금하다.

A. 재미있는 대학 생활을 위해 노력했다. ‘몸짓패’ 동아리에 가입해 민중가요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으며, 정기공연도 했다. 학생회에서 활동하다 국어국문학과 16대 학생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대학원에 진학해야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었다. 당시 학생회장은 공부를 못한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모든 측면에서 잘해보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되돌아보면 대학 생활이 점수나 스펙보다는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다.

 

Q.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A.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는 미래캠에서 대학원생과 시간강사로서의 경험이 담긴 책이다. 당시 대학원생이자 시간강사로 들었던 고민을 개인 홈페이지에 일기 형태로 게재했다. 일기가 재밌다며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사람이 있을 만큼 반응이 좋았다.

이에 힘을 얻어 고민이 담긴 일기를 글로 작성해 익명 커뮤니티에 올렸다. 하루 조회 수 5만 건으로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고 이를 책으로 출판했다. 일상을 진솔하게 기록해 많은 이들로부터 이해와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Q. 인문사회 계열 대학원생이 처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연구가 노동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연구비는 물론 연구에 대한 대가도 돌아오지 않는다. 이를테면, 논문을 쓰기 위해 오히려 돈을 내야 하는 구조다. 연구자는 논문을 투고함으로써 연구 성과를 내지만, 정작 학회 가입비·심사비 등으로 최대 40만 원 정도의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반면 교수들은 연구비를 지원받아 연구하고, 논문 게재 시 그 공로를 인정받아 경제적 지원을 받는다. 이러한 경제적 지원은 후속 연구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Q. 미래캠에서 시간강사로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일이 있나.

A. 시간강사 시절 학생에게 배움을 줘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그러나 학생에게 배움을 주는 과정에서 오히려 배우는 점이 많았다. 한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조별과제를 위해 자율적으로 조원을 구성하라고 한 적이 있었다. 한 학생이 조 구성에 있어 형평성이 어긋날 수 있다며 무작위로 조 구성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때 인문학 수업에서 가장 인문학적이지 못한 사람은 내 자신임을 깨달았다.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서 스승과 제자가 함께 성장한다는 ‘교학상장’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Q. 책을 집필하면서 대리운전과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직업들을 겸직했다.

A. 시간강사를 그만둔 후, 글쓰기를 전업으로 삼고자 했다. 그러나 어떠한 일상적 경험도 없이 앉아서 글만 쓰니 쉽게 써지지 않았다. 좋은 반응을 이끌었던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의 집필 과정을 돌아보고, 일상 경험과 노동을 통한 경험 등이 없으면 좋은 글이 나올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기록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후 대리운전을 시작했고 경험에 대한 기록으로 『대리사회』를 집필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Q. ‘북크루’라는 회사를 창립하기도 했다.

A. 북크루는 작가와 수요자 간 소통을 매개해주는 회사다. 우선 강연 기획자와 작가를 매개한다. 강연을 희망하는 작가가 많음에도 강연 현장에서 강연 기획자는 작가 섭외에 어려움을 겪는다. 북크루는 강연담당자와 작가를 매개해 강연 기획을 돕는다. 또 일반 독자와 작가를 연결해주기도 한다. 작가와의 만남을 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만남을 주선해 원활한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

 

Q.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진행이 어려워졌다.

A. ‘작가 구독 서비스’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 7명의 작가가 구독자들에게 매일 온라인으로 에세이를 제공한다. 코로나19로 대면 서비스 제공이 불가한 상황에서 구독자 천 명이라는 성공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는 독자와의 직접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긍정적 효과를 불러왔다. 작가들은 자신의 책에 대한 독자들의 피드백을 원하지만, 기존의 구조에서는 독자의 반응을 알기 어렵다. 이번 계기로 작가들은 게시판이나 이메일을 통해 독자들의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받을 수 있었고, 독자들 역시 ‘나만을 위한 에세이’를 받게 돼 큰 만족감을 보였다. 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아 앞으로도 서비스를 확장해 나갈 것이다.

 

Q. 연세대 후배들과 청춘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A.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사람들은 과거의 잘못된 점이나 부조리한 점을 미화해 추억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부조리를 합리화하는 것이다. 순간순간을 기록함으로써 사실을 기억할 수 있다면, 부조리함을 바꿔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 권은주 기자
silverzoo@yonsei.ac.kr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사진 홍예진 기자
yeppeuji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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