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5일에 치러진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이들은 총 180석을 차지해 1948년 제헌 국회 이후 한 정당이 차지한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고,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103석을 차지하며 개헌 저지선을 간신히 지키는데 만족해야 했다.

이처럼 거대 여당의 탄생과 보수 야당의 참패라는 투표 결과와 함께 이번 선거에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투표율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사태로 저조한 투표율에 대한 우려가 팽배했지만, 완벽에 가까운 투표소 방역과 관련 지침을 준수한 수준 높은 시민의식은 선거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외신들도 우리의 선거에 경의를 표하고 세계적인 모범 사례로서 앞 다투어 보도했다.

그러나 4·15 총선은 우리에게 많은 숙제도 남겼다. 대한민국을 동·서로 나누었을 때 동쪽은 미래통합당이, 서쪽은 더불어민주당이 대부분 차지하면서 의석 쏠림이 심화됐다. 20대 총선 이전으로 회귀한 셈이다. 또한 소수정당의 의회진출을 확대하기 위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역시 거대 양당의 두 위성정당에게 비례대표 의석의 약 77%가 돌아가면서 본래의 취지는 무색해졌다.

총선 과정에서도 여성,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비하 발언을 비롯해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막말까지 수많은 언어폭력이 난무했다. 또한 선거운동 중 허위사실 공표와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후보자 간 고소·고발이 끊이지 않았으며, 금품수수와 폭행사건 역시 근절되지 못했다. 검찰은 15일 현재 1천270명의 선거사범을 입건하고, 당선자 90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코로나19의 위력은 여전하다. 무서운 감염병 앞에서 무엇이 우리 국민들을 투표장까지 이끌었을까. 반드시 올바른 일꾼을 뽑아야한다는 절박한 심정이 있었기에 답답한 마스크와 비닐장갑을 착용한 채 긴 줄을 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21대 국회의원은 이렇게 선출되었다. 이에 정치권은 그 어느 때보다도 민심에 겸허해야 한다. 선거과정에서의 부적절한 언행여부를 돌이켜보고, 지역주의와 비례용 위성정당을 당리당략과 득표만을 위해 이용한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해야 한다. 지난 과오에 대한 성찰이 없다면, 국민은 또다시 절박한 심정으로 22대 총선 투표장에 나가 엄중한 참정권을 행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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