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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기획, 시사 바로쓰기] 21대 총선, 무엇을 거두고 무엇을 남겼나
  • 박준영 조서우 기자
  • 승인 2020.04.19 15:42
  • 호수 1850
  • 댓글 0

지난 15일 진행된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전국 66.2%라는 높은 투표율로 마무리됐습니다. 이번 총선은 여러모로 처음 겪는 일이 많았습니다. 예기치 않은 전염성 바이러스, 처음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만 18세로의 투표 가능 연령 하향 조정 등 변화가 있었습니다.

위성 비례 정당의 등장, 다당제 아닌 양당제로 이어지나

이번 총선에 처음 적용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 목적은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를 일치시켜 진정한 대의제를 실현하기 위함입니다. 기존에는 지역구 의석수(253석)를 제외한 비례대표 의석수(47석)에만 정당 득표율을 적용해 정당 득표율과 의석률 간 차이가 생겼습니다. 이 경우 정당 득표율이 높더라도 정당이 차지하는 의석수가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실제로 지난 20대 총선 결과를 보면 국민의당 득표율은 26.74%인데 의석률은 12.67%에 불과했습니다. 정의당 역시 득표율 7.23%에 훨씬 못 미치는 2%의 의석률을 기록했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군소정당에 희소식으로 다가왔습니다. 군소정당이라 할지라도 국회 내 의석을 배분받을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소수정당이 도전장을 내밀며 투표용지가 48.1cm라는 역대 최장 길이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군소정당 몰락이라는 초라한 결과로 돌아왔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위성 정당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비례 정당 투표지엔 각각의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만 존재했습니다. 집으로 배달된 홍보물과 정당 사이트에서 이들의 자체적인 공약을 찾아보긴 어려웠습니다. 이들은 오히려 본래 정당과 한 몸임을 의도적으로 더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총선 결과 이전보다 거대양당이 차지하는 비율은 더 높아졌습니다. 여당과 제1야당의 의석 점유율은 약 94.3%로, 약 81.6%를 차지했던 20대 국회보다 훨씬 높습니다. 나머지 5.7%는 정의당, 국민의당, 열린민주당에 돌아갔습니다. 총 35개 비례 정당 중 의석을 가져간 정당은 5개에 불과합니다. 거대양당을 제외하고 3개의 정당만이 국회 의석을 가져간 것입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예견된 실패?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실패는 이미 예견됐을지 모릅니다. 선거법 개정안 발의부터 개정까지 불협화음이 내내 끊이지 않았습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미래통합당을 제외한 4+1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통합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의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에 의석수 감소를 우려한 미래통합당은 반발했습니다. 개정안이 통과되자 미래통합당은 선거법 개정이 개악이라며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성 정당을 창당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맞수로 대응했습니다. 더불어시민당 창당이라는 자가당착적 선택을 한 것입니다. 위성 정당이라는 꼼수는 곧 거대양당이 의석을 나눠 갖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서로를 명분으로 삼아 덩치를 키운 셈입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퇴색은 합의되지 못한 제도가 어떤 방식으로든 부작용을 드러낸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정치에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은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합의가 도출되지 못하면 합법적 절차를 거친 제도라도 효과를 거두지 못합니다. 또한 「공직선거법」 개정은 위성 정당을 방지할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채 기이한 선거 구도를 낳았습니다. 치밀하게 설계되지 못한 제도는 목표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이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실패는 ‘어떻게 제도를 도입하고 시행해야 하는가’에 관한 숙제를 남겼습니다.

하버드대 정치학과 스티븐 레비츠키(Steven Levitsky) 교수와 대니얼 지블렛(Daniel Ziblatt) 교수는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근본적인 힘으로 규범을 꼽았습니다. 그중 핵심은 ‘상호 관용’입니다. 상호 관용은 다른 집단의 의견도 존중하는 정치인의 집단 의지를 뜻합니다. 정치는 약속입니다. 본 회의장을 거쳐 통과된 법은 지켜야 하는 약속입니다. 「공직선거법」 개정 취지를 살리려면 위성 정당을 금하는 장치가 없어도 만들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선거법 개정 이후 오히려 공고해진 양당체제는 우리에게 민주적 정당정치에 대한 고민을 안겨줍니다.

▶▶지난 총선에 비해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우세를 거뒀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을 제외한 나머지 1석과 5석은 각각 정의당과 무소속에 돌아갔다.

더불어민주당에 돌아간 180석이 보여준 민의(民意)

이번 총선은 여당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그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전체 의석 중 180석을 차지한 반면, 미래통합당과 그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의 의석수는 103석에 그쳤습니다. 한 정당이 전체 의석수의 3분의 2 가까이 차지한 것은 전례 없는 일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가져간 180석의 위력은 막대합니다. 재적 의원 중 180명 이상이 찬성할 경우 국회 선진화법 무력화, 패스트트랙 단독 추진, 야당 필리버스터 24시간 내 강제 종료 등이 가능합니다. 과반수(150명)만 동의해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임명권 확보, 국무총리 임명 등이 가능합니다. 이로써 여당의 기존 목표였던 개혁과제 추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당을 향한 몰표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번 선거 결과는 민심을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이라는 이례적인 의석수를 거머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국민이 일방적으로 한 곳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은 무언가를 확실히 바라고 전략 투표를 했다는 증거로 보입니다.

더이상 민심은 보수와 진보라는 양극화된 진영 논리에 갇혀있지 않습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전략적으로 움직입니다. KBS와 한국리서치의 ‘2020 신년기획 여론조사 결과표’에서 ‘공정’과 ‘안전’이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핵심가치로 꼽혔습니다. 일상에서 접하는 크고 작은 사건은 사회가 기울어졌다는 의심을 키워 개혁을 통한 사회 정상화 요구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여당에 표를 던져 힘을 실어준 것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 검찰개혁을 비롯한 개혁을 지지한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반면 미래통합당이 참패한 이유는 국민의 요구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미래통합당은 선거 운동 내내 민심을 겨냥하기보다 ‘정부 견제’에 매달렸습니다. 코로나 대응에서도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선거 초반에는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을 포퓰리즘이라 비난하다가도 갑자기 1인당 50만 원 지원 대안을 내놓은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대안이 없는 채로 정부를 오로지 견제하기만 하면 그 주장은 관철되기 어렵습니다.

야당 후보자들의 막말 논란도 빼놓을 수 없는 참패 주역입니다. 정치인의 막말 논란은 선거철이 다가올수록 거세집니다. 이번 선거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평소 막말로 유명한 미래통합당 차명진 후보, 미래통합당 민경욱 후보와 “N번방 호기심에 들어갔다면 다르게 처벌해야 한다” 발언으로 공분을 산 황교안 후보까지 모두 이번 지역구 선거에서 낙선했습니다.

후보들의 막말 논란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당 차원의 문제로 환원됩니다. 막말 논란이 있던 후보들이 당의 공천 절차를 거쳐 임명됐기 때문입니다. 수차례 불거진 막말 논란에도 다시 공천받는 의원들을 보며 국민은 어떻게 후보들과 후보들이 속한 당에 대의(代議)를 맡길 수 있을까요. 파랗게 물든 국회를 단순히 여당의 승리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진보와 보수의 싸움으로만 볼 수도 없습니다. 기성 정치인들이 얼마나 현실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통렬히 반성하고 돌이켜 봐야 할 시점입니다.

여야의 승패와 관계없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무색하게 끝난 이번 선거에 씁쓸함이 남습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당시엔 거대정당이 차지한 국회에 소수정당이 파고들 틈이 생기며 국회 내 다양성이 확보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습니다. 국회가 진정 국민을 대표하려면 다양성을 갖춰야 합니다. 다양성이 확보되면 여성, 성 소수자, 장애인, 노동 취약계층 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힘이 커집니다. 20대 청년의 국회 진입 역시 예상되며 청년의 정치적 요구가 입법에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수포로 돌아가며 국회에서 다양성을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러나 여당으로 쏠린 표심이 다양성을 부정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다양성 보장을 위한 선결과제가 있음을 표명했습니다. 다양성이 물들 수 있도록 우선 공정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입니다. 다채로운 색상이 칠해지기 위해서는 새하얀 도화지가 필요합니다. 지금 우리는 새하얀 도화지를 만드는 단계에 있습니다. 당선된 이들이 표심에 반영된 요구를 엄중히 수행하기를 고대합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정당 득표율에 따른 의석수에 비해 지역구 당선으로 확보한 의석수가 적을 때, 부족분만큼 비례대표 의석에서 확보하는 것. 비례대표 의석 47석 중 30석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부족한 의석수의 50%만큼 비례대표 의석에서 가져갈 수 있다.

글 박준영 기자
jun0267@yonsei.ac.kr

조서우 기자
mulkong@yonsei.ac.kr

<자료사진 KBS 데이터저널리즘팀>

박준영 조서우 기자  jun0267@yonsei.ac.kr, mulko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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