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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기획] 혐오 없는 정치는 언제쯤?끊이지 않는 정치인의 소수자 혐오 발언, 무엇이 문제인가
  • 민소정 홍예진 기자
  • 승인 2020.04.19 15:42
  • 호수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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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막말 논란’은 유권자들에게 더는 낯설지 않다. 21대 총선 유세에서도 일부 국회의원 후보자가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혐오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하지만 논란도 잠시, 혐오 발언을 한 정치인은 금세 활동을 이어간다. ‘혐오의 정치학’이 통용되는 사회에서 사회적 소수자는 혐오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

정치인이 내뱉는 혐오 발언,
표적은 사회적 소수자

사회적 의미의 혐오는 개인이나 집단이 가진 속성을 이유로 그들을 열등하게 규정하고 행하는 폭력을 뜻한다. 혐오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 및 폭력으로 이어진다. 지난 2016년 발생한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이 대표적이다.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여기는 혐오가 증오와 물리적 폭력으로 이어진 사례다.

혐오 발언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말로 표출하는 것으로, 역시 차별과 배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회적 문제로 논의된다. 숙명여대 법학부 홍성수 교수는 지난 2019년 한 토론회에서 “혐오 발언은 차별을 정당화, 조정, 강화하는 효과를 갖는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차별 문제”라고 규정했다.

차별 및 폭력의 기제가 되는 혐오는 정치권에서도 나타난다. 정치인이 공식 석상에서 혐오를 표출하고 정당화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이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지난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혐오차별 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04명 중 58.8%가 정치인이 혐오를 조장하는 부정적 역할을 한다고 답했다. 반면, 혐오와 관련한 정치인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비율은 3.8%에 그쳤다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생방송 도중 “선천적 장애인은 어려서부터 장애를 갖고 나오니까 의지가 약하다고 한다”며 “그런데 사고가 나서 장애인이 된 분들은 정상적으로 살던 것에 대한 꿈이 있어 의지가 강하다”고 발언했다.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는 편견을 조장하고 장애라는 특성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한 혐오 발언이다. 이런 혐오는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배제와 폭력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정치인의 혐오 발언에는 여러 종류가 존재한다. 특정 집단을 노리는 직접적인 혐오 발언 외에 비교를 위한 혐오 역시 쉽게 볼 수 있다. 타인을 비하하기 위해 사회적 소수자를 비교군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지난 2019년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하태경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려는 의도로 “문 대통령과 지지자들은 꿀 먹은 벙어리”라고 발언했다. 장애인을 비하할 목적이 아니었어도 장애인을 모욕적인 단어로 사용한 것은 일종의 혐오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차연) 김성연 사무국장은 “해당 발언을 뉴스로 접한 청각장애인의 자녀가 ‘엄마 벙어리야?’라고 물어 상처를 입은 사례가 있다”며 “정치인의 장애인 혐오 발언은 당사자들의 자존감을 크게 훼손한다”고 말했다.

혐오 발언 일삼는 국민대표자
되풀이되는 이유는?

공식 석상에서 정치인의 혐오 발언은 사회 전체로 혐오를 퍼뜨릴 수 있다. 혐오 발언이 정당한 의견 제기인양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김문수 전 의원은 유튜브 방송에서 “동성애자들 때문에 사회적 문제가 심각하다”며 “박원순 시장이 허가해주고 있는 퀴어 퍼레이드를 금지하겠다”고 발언했다. 14일 ‘정치계 혐오 발언 규탄 성명’을 발표한 대학‧청년성소수자모임연대 QUV(아래 큐브) 김이희윤 행정팀장은 “정치인의 혐오 발언은 시민에게 혐오를 ‘공인된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 수 있다”며 “정치인에 의해 확산된 성 소수자 혐오는 2018년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발생한 혐오 폭력*과 같은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은 지지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혐오를 이용하기도 한다. 일부 국민이 갖는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를 자극하는 식이다. 지난 2019년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는 “우리나라에 기여한 것이 없는 외국인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민정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이주노동자의 경제 유발효과는 74조 원에 달했다. 황 전 대표의 발언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조장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에 정치인의 혐오 발언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장차연 김 사무국장은 “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정치인의 혐오 발언을 제지하기 위한 규제가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형사처벌이다. 지난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1천200명 중 74.4%가 혐오‧차별에 대한 형사처벌에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정치인이 인종차별 및 성 소수자 혐오 발언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가 존재한다.

▶▶정치인의 혐오발언이 끊이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가 혐오 없는 국회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1대 국회, 혐오 없는 국회 될까
다양성‧차별금지법 관건

그러나 현행 법제상 혐오 발언을 한 정치인을 처벌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형법상 피해자가 특정돼야 하고, 구체적 피해를 입증해야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혐오 발언은 특정 개인이 아닌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고, 피해를 구체적으로 측정할 수 없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 혐오 발언에 형사처벌이 적절한 규제방식인가 대한 사회적 합의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9년 각 정당과 국회, 선거관리위원회(아래 선관위) 차원에서 혐오 발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정치권의 자정작용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21대 총선 유세 과정에서도 혐오 발언을 한 후보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장차연 김 사무국장은 “정치인 혐오 발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관위, 국가인권위원회와 면담하는 등 각종 활동을 펼쳤지만, 실질적인 규제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며 “이번 총선 유세 과정에서 지지층 결집을 위한 혐오 발언 문제가 특히 심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광진구 을 후보자 토론회에서 미래통합당 오세훈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후보의 성 소수자 논쟁이 대표적이다. 오 후보는 “동성애에 반대한다”며 “고민정 후보는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고 후보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큐브 김이 행정팀장은 “성 소수자의 성적지향은 자기 결정권이지 사회적 동의가 필요한 영역이 아니”라며 “성 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 동등한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두 후보의 발언에 대한 선관위나 정당 차원의 징계, 혹은 해당 후보의 사과는 이뤄지지 않았다.

반복되는 정치권 내 혐오 발언을 해결하기 위해 ▲국회 다양성 제고 ▲차별금지법 제정이 방안으로 제시된다.

정치인의 발언을 혐오라 지적할 사회적 소수자가 국회에 진출하지 못한 상황에서 혐오 발언에 대한 자정작용이 이뤄지기는 어렵다. 21대 국회의원 300명 중 여성은 57명(19%), 장애인은 3명(1%)이다. 전체 국민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 49.9%, 장애인 비율 5%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장차연 김 사무국장은 “국회 전반에 인권감수성이 부족하다”며 “인권에 대한 소수자의 인식이 국회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 다양성 부족은 혐오가 단순 발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입법에 반영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큐브 김이 행정팀장은 “소수자를 혐오하는 사람이 입법권을 가진다면 소수자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성적지향을 삭제하려는 입법 시도가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이에 비례대표제 강화를 비롯해 국회의 대표성 제고를 위한 대책이 요구된다.

21대 국회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의 움직임을 보일지도 관건이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에서 혐오 및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성별, 국적, 종교, 성적지향, 장애, 가난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으로, 차별에 해당하는 구체적 행위를 정의하고 이를 금지하는 내용을 명시한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몽’은 “차별을 이해하지 않고 혐오 표현을 규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차별을 논의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은 지난 2007년 처음 발의된 이후, 지속적인 입법 시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차별 금지 사유에 ‘성적지향’을 포함하는 것에 대한 보수기독교계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이 통과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으로 가득한 국회는 우리 사회의 단상이다. 국민의 대표자인 정치인의 혐오 발언은 지지자의 혐오를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방관할 경우 이는 실제 차별과 폭력으로 이어진다. 유권자들은 정치권에서 혐오가 재생산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할 필요가 있다.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 폭력 사태: 지난 2018년 9월 8일 동인천역에서 개최된 퀴어문화축제 현장에서 일부 기독교 단체 회원들이 축제 참가자에게 폭언, 폭행, 성추행을 가한 사건이다.

글 민소정 기자
socio_jeong@yonsei.ac.kr

사진 홍예진 기자
yeppeujin@yonsei.ac.kr

민소정 홍예진 기자  socio_jeo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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