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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성 질환, 백신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 단장, 성백린 교수를 만나다
  • 박진성 변지현 홍예진 기자, 김서하 수습기자
  • 승인 2020.04.19 15:39
  • 호수 1850
  • 댓글 0

보건복지부 기획으로, 오는 7월부터 10년간 진행되는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의 사업단장으로 우리대학교 성백린 교수(생명대‧생명공학)가 선임됐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의 백신 개발에 관심이 쏠리는 요즘, 우리신문사는 성 교수의 백신 이야기를 들어봤다.

▶▶성백린 교수(생명대·생명공학)는 국내 자체 백신 개발을 위해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추진하는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의 사업단장으로 선정됐다.

Q.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A. 우리나라는 백신 공급을 해외 수입에 의존해 그동안 감염성 질환이 유행할 때마다 사회가 혼란스러웠다. 백신을 수입에 의존하면 가격이 높아지기도 하지만, 생산국이 수출보다는 백신을 자국에 우선 공급하기 바빠 공급량 자체가 부족해진다. 이번 사업은 국가 백신을 자급화하고 신·변종 질환에 대한 백신 신약을 개발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약 2천100억 원의 국고에 민간 매칭펀드까지 더해진 2천500억 원 정도 규모의 사업이다.

Q. 사업 추진 계기가 궁금하다. 사업 기획 단계에선 코로나19와 관련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

A. 지난 2009년 ‘2009인플루엔자A’(아래 신종플루)가 유행하기 전,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백신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매년 유행하는 유행성 독감을 위한 백신을 생산하기 위해서였다. 그 덕분에 당시 때맞춰 신종플루 백신을 생산·공급할 수 있었다. 생산시설이 없었다면 국가적으로 큰 낭패를 봤을 것이다.

해당 사건으로 선제 투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사업 역시도 감염병은 언제든 다시 유행할 수 있으니 선제 투자를 하는 의미에서 계획됐다. 지난 2018년 계획 당시엔 코로나19와 전혀 상관없던 사업이었는데, 이번 사태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함께 추진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백신 사업단을 미리부터 구성한 덕에 코로나19 백신도 연계해 연구할 수 있게 됐다.

Q. 앞으로 최대 10년간 사업 단장을 역임하게 됐다.

A. 백신은 깨끗한 물 다음으로 투자 비용 대비 보건 효과가 높아 치료제보다 중요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백신으로 종식된 질병에는 대표적으로 천연두가 있다. 천연두가 다시 유행한다면 보건 의료비 지출이 어마어마할 텐데, 백신을 통해 이를 예방했으므로 비용 절감의 효과가 컸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좋은 백신은 국민 보건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선진국에서 개발된 백신을 수입해 사용해왔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 대열에 올랐으니 선진국 못지않게 백신 개발에 앞장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정부에서 감염성 질환 예방을 위한 대책투자방안을 고심한 끝에 이번 사업단이 출범하게 됐다. 이런 큰 사업의 단장을 맡게 돼 책임이 무겁다.

Q. 이번 사업의 주요 목표는 무엇인가.

A. 크게 3가지 영역을 중점적으로 개발하려 한다. 첫째는 필수접종 백신 중 기존에 개발이 완료됐으나 국내에서 자체생산이 되지 않아 수급문제가 지속돼 온 분야다. 크게 DTaP백신*, 일본뇌염백신, A형간염백신 3가지가 있다. 둘째는 필수접종 백신은 아니지만, 아직 전 세계적으로 개발되지 않아 개발 성공 시, 지대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기대되는 영역이다. 여기에는 노로장염식중독, 수족구병, 차세대결핵백신,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백신, 범용인플루엔자백신***이 있다. 이렇게 총 8개 백신에 대해 2상 연구까지 계획하고 있다. 세 번째로 기반기술로서 면역증강제와 백신 전달 기술이다. 이는 거의 모든 백신의 효능 증강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기술로,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한다.

보통 백신은 비 임상연구를 거친 후 3번(1‧2‧3상****)의 임상시험을 추가로 거쳐야 한다. 이번 사업에서 개발하는 8가지 백신은 2상 연구까지 계획돼있다. 3상 연구부터는 기업 투자로 개발해 상용화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Q. 세계 백신 시장은 새로운 형태의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기존 형태의 백신 개발도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들었다.

A. 필수접종 백신의 경우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시장가격이 낮아 기업이 투자하기를 꺼린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인구가 적어 백신을 개발해도 판매 시장이 작아 필수접종 백신은 수입에 의존해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필수접종 백신에 대한 국가의 개발비 지원이 필요하다.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은 기업들이 백신 개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백신을 개발한 이후엔 정부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정부가 백신을 구매해 비축해놓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으면 시장 판로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후 발생할 질병을 대비해, 개발된 백신을 국가가 구매해 비축해두는 체계가 필요하다.

Q. 현재 우리나라는 신‧변종 및 원인불명인 미해결 감염병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책이 미비한 상태다.

A. 사실 코로나도 세 번째 유행이다. 지난 2003년의 사스, 2013년의 메르스, 그리고 2019년의 코로나19 모두 코로나의 변종이다. 코로나의 발병 주기는 점점 더 짧아질 것이다. 그때마다 변종에 대한 백신을 만들려고 하면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다. 따라서 백신의 개발 주기 자체를 짧게 해야 한다. 기존의 시스템으로는 백신 개발 및 허가에 10여 년이 걸린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해 식약처가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허가 기준을 낮추겠다고 발표한 것처럼 백신 개발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해야 한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백신 개발의 숙제라고 할 수 있다.

Q. 까다로운 백신 허가 절차가 완화되기 어려운 이유가 있나.

A. 의약품은 크게 치료제와 예방제로 나뉜다. 치료제는 환자에게, 예방제는 건강한 사람에게 투여한다. 모든 의약품은 안전하면서도 효능이 좋아야 하나, 상대적으로 치료제는 효능이, 예방제는 안전성이 더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백신은 예방제에 해당한다. 건강한 사람에게 투여하는 백신에 독성이 있거나 안전성에 문제가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규제가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현재 코로나19에 대한 백신도 안전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며 개발하다 보니 범용성이 낮아 1년 뒤에 효능이 없을 수 있다. 메르스 사태 때도 큰 투자로 백신이 개발됐으나, 아무런 효능을 내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지금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지만,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선택지가 달리 없다.

Q. 세계시장에서 국내 백신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시장가격도 원가보다 낮아 생산할수록 손해라고 들었다.

A. 제도적 문제와 보험 수가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나타나는 문제다. 어떤 점에서는 백신 개발의 문제보다도 인류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국제시장에서 백신은 고가에 판매해야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고가의 백신을 사들일 경제력을 갖춘 선진국은 보통 환경이 깨끗하다 보니 전염성 질환이 흔하게 발발하지 않아 백신이 필요 없다. 결국, 백신의 주요 시장은 후진국인데, 후진국은 고가의 백신을 구매할 경제력이 없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기구나 금전적 여유가 있는 개인들이 자선기금을 모아 백신을 일괄구매하고, 이를 제3세계에 공급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DTaP 백신: 한 번의 접종으로 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을 예방하는 혼합 백신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주로 진드기로 인해 유발된다.

***범용인플루엔자백신: 한 번의 백신 접종으로 인플루엔자의 변종까지 예방할 수 있는 백신

****임상 1·2·3상 연구: 1상은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주로 약물의 체내 흡수, 분포, 대사 배설 등의 약동학적 자료 및 주요한 부작용 등에 대해 관찰하는 시험이다. 2상부터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며, 의약품의 약리효능, 용량, 용법 및 부작용 등에 대해 확인하는 시험이다. 2상,3상 각각 정해진 목적이 있으며 의약품을 실험하는 단계로, 일반적으로 3상이 2상보다 시험하는 피험자 수도 많아지고, 연구기간도 길어진다.

글 박진성 기자
bodo_yojeong@yonsei.ac.kr
변지현 기자
bodo_aegiya@yonsei.ac.kr
김서하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사진 홍예진 기자
yeppeujin@yonsei.ac.kr

박진성 변지현 홍예진 기자, 김서하 수습기자  bodo_yojeo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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