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과 지역구 후보자들은 이른바 '묻지마'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8일 총선 후보자들의 공약을 분석한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보고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444명은 모두 1만 3천536개의 공약을 발표했으며 이를 시행하는데 약 4천399조 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정부 예산 512조 3000억 원의 8.6배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매달 60만 원의 전 국민 기본소득에 372조 원, 지역구 투자기업에 대한 토지 무상임대와 세제 혜택에 150조 원 등을 비롯해 늘 단골로 등장하는 도로와 철도 건설도 전체 공약의 14%를 차지했다. 전국 253개 지역구에 입후보한 후보자가 1천118명인 것을 감안하면, '경' 단위의 재원 요구는 당연해 보인다. 

사실 포퓰리즘은 일반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한 정치 형태로 그 자체가 무조건 비판받아야 할 것은 아니다. 대중이 필요로 하거나 만족할만한 것을 공약(公約)하고 실천하는 정치는 민주주의와 그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다만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어렵거나 국가 재정상  공약(空約)이 될 수밖에 없는 정책을 오로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해 내놓을 때 무분별한 선심성 공약이 되고 포퓰리즘 공약이 된다. 정책의 파급효과나 재원 조달에 대한 일말의 고민도 없이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위해 공약을 남발한다면, 이는 일종의 매표 행위이며 국가 전체의 발전을 저해한다. 

포퓰리즘 공약의 또 다른 문제는 상대적으로 소수의 사람들이 갖는 문제나 이슈를 외면하는 데 있다. 다수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은 소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며, 이들을 위한 정책은 필연적으로 배제돼 정책적 사각지대를 곳곳에 낳는다. 한 사회가 성숙할수록 소수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사각지대를 없애려는 노력을 기울이기 마련인데, 포퓰리즘은 이러한 시대적 소명과도 역행한다.     

포퓰리즘 공약을 근절하기 위한 첫 단추로서 현재 국회의원 후보에게 적용되지 않고 있는 공약 재정 추계 의무를 부여해 선거공약서에 공약사업의 목표와 이행방법, 재원조달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또한 국민 스스로도 성숙된 정치의식을 바탕으로 포퓰리즘 공약을 냉철하게 판별하고, 포퓰리즘에 단호하게 맞서는 유권자로서의 의지를 투표로서 보여주어야 한다. 15일(수), 포퓰리즘과의 단절을 선언할 때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