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과 도전의 장인, 이슬예나 PD를 만나다

근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자이언트 펭TV』의 펭수.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던 독특한 매력을 가진 펭수는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유명인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펭수와 동고동락하며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연세인이 있다. 『자이언트 펭TV』의 초기 기획, 그리고 연출을 맡은 EBS 이슬예나 PD(신방·03)를 만났다.

 

▶▶ 『자이언트 펭TV』를 기획·연출한 이슬예나 PD는 무엇이든 실천해보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Q. 이 PD의 대학 생활은 어땠나.

A. 별로 남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각종 학교 행사와 에너지 넘치는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재밌었던 추억도 많지만, 마냥 신나지만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이게 내가 원하던 대학 생활인가?’라는 고민도 많이 했다. 그때 한 수많은 생각과 고민이 현재의 일을 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YVAC’ 활동도 기억에 남는다. 직접 쓴 각본으로 드라마를 두 편 제작했다. 돌이켜보면 허접한 수준의 작품이었다. 그런데도 ‘감동받았다’, ‘재미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촬영과 편집의 고통이 잊힐 만큼 뿌듯했다. 그때의 경험이 진로 선택에도 영향을 줬다.

 

Q. 『자이언트 펭TV』에서 PD와 펭수의 관계는 제작자와 연기자라기보단 친구 같은 느낌을 준다. 펭수와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하나.

A. 시청자들은 알겠지만, 친구 같은 느낌이 있다. 『자이언트 펭TV』는 모바일 플랫폼을 매체로 하는, 펭수가 중심인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최근 모바일 플랫폼이 급부상하게 된 이유는 단순 플랫폼의 특징보다는 콘텐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모바일 플랫폼에서는 크리에이터가 중심이 돼 콘텐츠를 이끌어가다 보니 리얼리티가 살아있다. 『자이언트 펭TV』 제작진도 펭수가 돋보일 수 있는 상황,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크리에이터로서 각자의 역량을 자유롭게 발휘하곤 한다. 펭수에게 세세한 연기 방향을 설정해주는 관리·감독의 역할보다는 상황 설계사의 역할에 가깝다.

 

Q. 기존 EBS 프로그램과 다른,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내부반발은 없었나.

A. 처음 방송을 하겠다고 했을 때 ‘EBS가 이런 프로그램을 왜 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지만, 내부반발이 크지는 않았다. EBS가 의외로 PD를 믿고 맡기는 경향이 있다. 초반 방송 때는 선배들이 좋은 피드백을 주기도 했다.

콘텐츠가 기획 단계에서 훌륭하더라도 막상 제작됐을 때 사랑받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편집이나 촬영에서 작은 요소 하나만 어긋나도 기획과 전혀 다른 콘텐츠가 되기도 한다. 피드백이 빠른 디지털 플랫폼에서는 빨리 시도해보고 평가받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탁상공론보단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보여주고자 했다.

 

Q. 펭수는 매우 솔직하고, 호불호가 뚜렷한 성격을 지녔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도전정신도 있다. 이런 펭수의 성격이 이 PD를 닮은 것은 아닌가.

A. 처음에 선배들이 나와 펭수가 외모도 닮았다고 했다. 본부장님도 펭수를 보면서 ‘예나가 보인다’고 말씀하셨다. 평소 직설적이고 위아래 없이 구는 모습이 닮아 보인단다. 나는 하고 싶은 말을 못 참고 다 해서 때론 뒤돌아서 후회하기도 한다. 자유로우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그런 부분에서 펭수와 비슷하다.

 

Q. 펭수를 단순히 ‘인형 탈 쓴 사람’으로 대하는 등 펭수가 제작진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소비되기도 한다.

A. 속상한 마음은 있지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한다. 펭수는 EBS가 기존에 제작하던 콘텐츠와는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다른 콘텐츠들은 촘촘하게 짜인 틀 내에서 픽션을 연기하지만, 『자이언트 펭TV』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기본적인 세계관 외에는 정해진 틀이 없다. 현장에 나가 사람들과 소통하며 나아가는 콘텐츠다. 대중에게 개방돼 있다는 것이 장점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원하지 않은, 혹은 의도하지 않은 해석이 나올 여지도 있다고 생각한다.

 

Q. 대기업에서 퇴사하고 PD로 새 출발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그 계기가 궁금하다.

A. 처음부터 PD를 꿈꾸며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방송사에 합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에 PD의 꿈을 접고 대기업에 취업했다. 당시 광고 부서에 있었다. 업무는 마음에 들었지만, 여전히 방송 일에 아쉬움이 남았다. 결국, PD 시험을 준비해 직장을 옮겼다. 처음 취업을 준비하던 때보다 이직할 때가 오히려 두려움은 적었다. 사회생활을 겪으며 시야도 넓어지고 여유도 생겼기 때문이다. 그동안 쌓인 경험과 깊이가 나의 힘이 됐다.

 

Q. 『자이언트 펭TV』 이전에도 EBS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가장 애착이 가는 프로그램이 무엇인가.

A. 프로그램 『보니하니』에서 ‘멍냥꽁냥’이라는 웹드라마를 제작했다. 고양이 소녀가 인간의 삶에 애착을 가져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청소년들도 고민이 많고 마냥 즐겁고 행복하게 살지만은 않는다. 그런 친구들이 ‘멍냥꽁냥’을 보며 공감도 하고 희망도 얻길 바랐다. 내가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때를 떠올리게도 한다. 그래서 애정이 간다.

『하나뿐인 지구』라는 환경 다큐멘터리에서 미니멀리즘을 주제로 ‘물건 다이어트’라는 에피소드를 기획하기도 했다. 흥행과는 별개로 온라인상에서 ‘나도 실천해 보고 싶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아 뜻깊게 생각한다.

 

Q. 이 PD는 한 팀을 이끌어가는 리더이기도 하다. 팀을 이끌면서 고충도 있을텐데, 리더로서의 철학이 있나.

A. 우선, 팀 분위기를 자유롭고 즐겁게 유지하려고 한다.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걸 만드는 사람들이 즐겁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팀원들이 전반적으로 개성이 넘치는 편이다. 그 개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일관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최근 펭수가 인기를 끌다 보니 외부에서도 출연 요청 등 여러 가지 제안이 많이 들어온다. 이런 요청에 팀원들이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Q. 창의력이 강조되는 시대다. 어떤 분야에서든 자신만의 콘텐츠를 찾아 독자적인 길을 걷도록 요구받는다. 막연하다는 느낌도 받는다.

A. 내가 대학 시절 가장 후회하는 부분이 앉아서 고민만 하며 시간을 보낸 것이다. 감히 조언하자면 세상에 정답은 없고, 대단한 사람만 창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조금 더 빨리 만들어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평가에 두려워하지 않고 나아간다면 누구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들 용감하게 뛰어들었으면 좋겠다.

 

Q. 앞으로는 어떤 도전을 꿈꾸고 있나.

A. 미래 계획을 세워두는 성격이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당장 내가 맡은 일을 재밌게 하는 것, 그리고 좋은 결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그 정도 목표가 있다. 『자이언트 펭TV』 이전에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기획해왔다. 이것저것 다양하게만 하다 보니 나만의 색깔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경험이 모두 자양분이 됐다. 지금 펭수를 통해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고 있고, 시청자들이 좋아해 주고 있지 않나. 앞으로도 장르나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해 보고 싶다.

 

 

글 변지현 기자
bodo_aegiya@yonsei.ac.kr
김수영 기자
bodo_inssa@yonsei.ac.kr

사진 홍예진 기자
yeppeuji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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