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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로 하는 연기, 귀로 감상하는 작품『스타크래프트 2』 불곰, 정영웅 성우를 만나다
  • 조현석 기자
  • 승인 2020.04.12 23:13
  • 호수 1849
  • 댓글 6

『히든싱어』에서 출연자를 소개하는 목소리, 『스타크래프트 2』의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불곰 목소리, 『아바타』에서 부족을 지키기 위해 뛰는 쯔테이 목소리. 이 목소리를 낸 단 한 명의 성우, 천의 목소리를 가진 EBS 20기 공채 정영웅 성우를 만나봤다.

▶▶정영웅 성우는 굵직하고 신뢰감 있는 목소리로 다양한 방송에서 오디오를 채우고 있다.

Q. 성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계기가 궁금하다.
A. 어릴 때부터 목소리를 쓰는 활동을 좋아했다. 학창 시절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목소리와 관련된 일을 잘한다는 칭찬을 들으면서 흥미를 갖게 됐다. 본격적으로 성우를 결심한 것은 대학교 2학년쯤이었다. 내레이션을 맡아 출품했던 작품이 심사위원의 호평을 받으며 수상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성우로 진로를 굳혔다.

Q. 성우들은 방송사 공채 시험을 통해 전문 성우로 데뷔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성우 공채 경쟁률이 매우 높지 않나.
A. 성우 공채 경쟁률은 수백 대 1에 달한다. 수천 명의 성우 지망생이 방송국별로 공채를 보기 위해 돌아다닌다. 내가 성우 공채 시험을 볼 당시에는 공채 합격 후 3년이 지나면 한국성우협회에 프리랜서로 등록됐다. 요즘은 공채 합격 후 2년만 지나면 프리랜서가 된다고 알고 있다.

Q. 본인만의 작품 선택 기준이 궁금하다.
A. 성우는 배역을 선택하는 경우가 드물다. 보통 PD 등 관련 종사자가 먼저 연락한다. 한 배역에 2~3명씩 불러 오디션을 보기도 하지만 내레이션 같은 경우는 섭외할 성우에게 바로 연락한다. 목소리와 너무 맞지 않는 배역이거나 종교적 색채가 많이 드러나는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참여한다.

Q. 출연한 작품 중 인상 깊었던 작품이 있나.
A. 여러 캐릭터가 기억에 남는다. 먼저 『로보카 폴리』의 맥스나 『냉장고 나라 코코몽』의 감자팡처럼 사랑스럽고 귀여운 캐릭터가 기억에 남는다. 『트랜스포머 프라임』의 벌크헤드를 연기했을 땐 팬레터를 많이 받았다. 성우들이 팬레터를 받는 경우가 드문데 벌크헤드가 유독 인기를 끌었다.
『스타크래프트 2』의 불곰 캐릭터도 기억난다. 10년이 지난 작품인데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새로운 작품에 참여할 때 게임과 관련된 작품이 아닌데도 PD들이 불곰 팬이라며 만나보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Q. 녹음 중 힘들었던 적이 있었나.
A. 프리랜서로 활동을 시작했을 때다.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마계 대모험 7인의 마법사』의 대마왕 역을 맡았다. 신인에게 상당히 큰 배역이었는데, 몇 분을 웃어야 하는 장면이 있었다. 계속 웃음 연기를 하다 보니 힘이 빠져 웃음이 유지가 안 됐다. 잠시 쉬면서 식사를 챙겨 먹고 연습했다. 그렇게 먹고 다시 연기하니 잘 되더라. 완성된 영화를 보니 희열이 느껴졌고 어려운 배역이었는데 잘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성우로 활동하면서 보람을 느낀 일도 많을 것 같다.
A. MBC, EBS, 팟캐스트 등 다양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다. 한 번은 라디오 출연 당시 한 시각장애 학생에게 사인해준 적이 있었다. 종일 라디오를 듣는데 내 목소리가 가장 좋다고 칭찬했다. 그때 학생이 나를 진정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또 한 번은 여러 성우가 참여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담당 작가가 시간대나 방송 주제와 무관하게 내가 작업한 부분의 청취율이 가장 높다고 말한 적 있다. 이렇게 내 분야에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을 때 보람을 느낀다.

Q. 영화 더빙 외에도 시상식 내레이션을 많이 맡았다. 특히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내레이션을 지난 2014년부터 6년간 진행했는데 소감이 어떤가.
A. 백상예술대상은 기밀 유지가 매우 철저하다. 특히 대상의 경우 발표 몇 분 전에 수상자가 전달되기 때문에 내레이션 도중 수상자를 듣게 된다. 긴장감과 생동감이 넘치는 방송이라 실시간 방송 특유의 희열을 느낄 수 있다. 또 한 해를 풍미한 방송인들을 보면서 즐겁게 하고 있다.

Q. 목소리로 감정을 전달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 보인다. 정 성우는 어떤 방식으로 목소리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나.
A. 감정 표현을 위해 연기할 때 호흡에 많이 신경 쓴다. 말의 박자와 강세를 조절하기도 한다. 일반 연기자는 화면 앵글 속에서 눈물만 흘려도 슬프다는 감정을 드러낼 수 있다. 하지만 성우가 눈물만 흘리면 방송사고다. 성우는 목소리만으로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

Q. 외국 영화 등에서 더빙 대신 자막을 넣는 경우가 많아졌다. 더빙하는 영상이 줄어들수록 성우의 입지가 줄어드는 게 아닌가.
A. 자막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눈이 좋지 않거나 연로한 사람들, 그날따라 피곤한 사람들은 더빙이 편할 수 있다. 자막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편하게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더빙이나 자막 중 하나만을 고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술이 발전해 간단한 조작만으로 더빙과 자막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다. TV만큼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미래의 성우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물어보고 싶다.
A. 요즘은 과거에 없던 새로운 매체들이 생겨나면서 성우들이 TV 출연, 연기, 개인 방송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한다. 더빙이 축소되긴 했지만 그만큼 성우들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도 다양해졌다.

Q. 성우로서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다.
A. 우선 나만의 브랜드를 가진 성우가 되고 싶다. 또 할리우드 영화 예고편을 33년 동안 녹음한 미국의 돈 라폰테인(Don LaFontaine) 성우처럼 오래 자리를 지키는 것도 목표다. 맡고 싶은 배역도 있다. 할리우드에서 하는 것처럼 큰 퀴즈 프로그램의 내레이션에 참여하거나 『꼬마자동차 붕붕』처럼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귀엽고 아기자기한 캐릭터도 맡아보고 싶다.

Q. 성우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A. 성우를 지망하는 사람은 많고 공채의 문턱은 높다. 성우가 되는 것도 힘들지만 성우가 된 이후 버티는 과정도 힘들다. 도전하기 전에 자신이 이 분야에 소질이 있는지 많은 사람에게 묻고 조언을 얻었으면 한다. 성우라는 직업이 즐거운 일임은 틀림없다. 아직도 월요일 아침 눈을 뜰 때, 마이크 앞에서 녹음할 때 항상 즐겁다. 성우를 지망하는 사람들이 열심히 해서 자기만의 브랜드로, 목소리로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

경험을 이야기하는 내내 성우라는 직업에 대한 정 성우의 애정이 느껴졌다. 소리로 만들어 낼 수많은 캐릭터, 캐릭터에 생명과 감정을 불어넣어 줄 정 성우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글 조현석 기자
justice_socio@yonsei.ac.kr

<자료사진 정영웅 성우>

조현석 기자  justice_soci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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