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반환 요구의 결말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온라인강의가 시행된 지 5주 차에 접어들었다. 온라인강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대면 강의에 비해 낮은 강의의 질 ▲학내 시설 이용 불가 ▲실습수업 진행상 어려움 등의 이유로 등록금 부분 반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등록금 반환하라’
가시화되는 학생들의 목소리

 

▶▶지난 7일 온라인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을 종합해 학교 측에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연세 교육권 네트워크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우리대학교 재학생으로 구성된 ‘연세 교육권 네트워크’(아래 연교넷)는 지난 3월 25~29일까지 우리대학교 학부·대학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1학기 등록금 부분 반환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재학생 및 대학원생 4천959명이 설문에 참여했으며, 그중 약 94%가 ‘등록금을 부분적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난 4일에는 총학생회(아래 총학) 홈페이지에 ‘이번 학기 등록금 20% 이상 환급을 학교 측에 요구’라는 제목의 청원이 등록돼 7일까지 5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청원에 참여했다. 이에 총학은 “예산 변동 내역 공개와 등록금 일부 반환을 중심 의제로 논의하겠다”며 “다만 환급 비율을 고정하기보다는 환급 여부가 먼저 논의돼야 한다”고 답했다. <관련기사 1848호 1면, ‘계속되는 학사일정 변경, 2020학년도 1학기 어떻게 운영되나’>

연교넷은 지난 7일 낮 4시 우리대학교 정문에서 ‘연세 교육권 네트워크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교넷 회원 박여찬(문화인류·18)씨는 “지금까지 학교가 등록금 반환에 적극적인 움직임이나 노력을 보이지 않아 기자회견을 추진하게 됐다”고 개최 의도를 설명했다. 일부 등록금심의위원회(아래 등심위) 위원과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아래 전대넷) 의장단이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연교넷은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학교 측이 1학기 등록금을 부분적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교넷은 ‘연세대학교는 4천959명 학생들의 목소리에 응답하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등록금 반환 ▲온라인강의 질 개선 ▲교육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전대넷 공동의장 임지혜(숙명여대, 법학·16)씨는 “대학가는 이미 재난 상황”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대학은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연대 발언했다. 이어 연교넷 의장 공필규(국문·15)씨는 “이미 대구·경북 지역 대학들은 10~20만 원가량의 등록금을 장학금 형식으로 반환하고 있다”며 “우리대학교도 약 5천 명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요구에
학교본부 대응은 어땠나

 

등록금 반환 여부에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학교본부는 ▲등심위 회의 ▲총학과의 면담을 진행했다.

지난 7일, 2019년 회계연도 결산 심사·의결을 골자로 한 5차 등심위 회의가 열렸다. 등심위 학생위원으로 참여한 김은결(행정·18)씨는 “결산 의결 후 학생위원들은 학교본부에 2020학년도 1학기 등록금을 다시 책정할 것과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지출 내역의 공유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아직 학교 측에서 학생들이 이해하고 납득할 만한 투명한 회계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학교본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하면서 지출이 계속 늘어나 당장 자료 공유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획처 예산팀 채석명 팀장은 “상황이 마무리될 때쯤 예산안을 정리하고 총학에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재로서는 등록금 반환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총학은 지난 8일 기획처와의 면담을 통해 등록금 환불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날 면담에서는 총학과 기획처가 학생 측의 요구와 학교본부의 입장을 주고받는 포괄적 수준의 담화만 이뤄졌다. 면담 직후 총학생회장 권순주(기계·16)씨는 “기획처로부터 코로나19 사태 완화 이후 지출사항이 어느 정도 확정되면 총학의 요청에 따라 자료를 제공해 줄 것을 약속받았다”며 “학교 측에서 앞으로의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권씨는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아래 대학등록금규칙)을 근거로 등록금 환불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현 코로나19 사태가 대학등록금규칙 제3조 제1항*에 언급된 천재지변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권씨는 “성공적인 대화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등록금 반환 요구 전국적으로 확산돼

 

등록금 반환 및 교육권 보장을 향한 학생들의 목소리는 우리대학교 뿐만 아니라 대학가 전체로 번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부분 대학에서 온라인강의 기간이 연장되면서 학생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밖에서는 ▲릴레이 재난 시국선언 ▲정치권 간담회 ▲한국대학교육협의회(아래 대교협)의 특별장학금 확대 제안 등이 잇따랐다. 지난 6일, 전대넷은 ‘코로나19 대학가 재난 시국선언’을 시작했다. 전대넷은 이날 선언문을 통해 “등록금 반환, 수업 문제 등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며 “비상경제 시국에 대학생들을 위한 경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성신여대, 숙명여대, 이화여대에서 재난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도 등록금 반환에 목소리를 더했다. 지난 7일 정의당은 ‘코로나사태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주제로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에서는 코로나 특별 무상등록금을 통한 대학 등록금 반환 추진이 논의됐다. 같은 날 교육부와 대교협 신임 회장단이 만나 등록금 반환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일련의 움직임에 대교협은 등록금 일부 반환은 어려우나 특별장학금 지급을 검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후 9일 대교협은 보도자료를 통해 대학혁신지원사업 예산을 특별장학금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고 정부에 제안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특별장학금 지급을 결정했다. 계명대는 ‘코로나 19 극복을 위한 학업장려금(생활비)’의 형태로 학부·대학원 재학생 약 2만 3천 명에게 20만 원씩 지급할 예정이다. 계명대 홍보팀 최인선씨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라 학생들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존 장학금과 별도로 학업장려금을 재학생 전원에게 지급해 도움을 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최씨는 “2천여 명의 교직원이 봉급 일부를 내놓았으며, 기존의 기부금도 보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대구대, 동명대 등에서도 특별장학금 지급이 예정돼있다.

지난 8일에는 교육부에서 등록금 일부 반환을 검토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에 채 팀장은 “아직 구체적인 논의를 하기엔 이른 상태”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총학과 꾸준히 소통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총학은 학내외 여러 단체와 연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권씨는 “학교나 교육부, 누구를 대상으로 목소리를 내느냐에 따라 적절한 단체와 협력해 의제를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아직은 결정된 바가 없어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강의로 인해 학생과 학교본부, 나아가 사회 전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권씨는 “현재 총학 집행위원들이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교육권 수호를 위해 비상 체제로 활동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종결되고 일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제3조(등록금의 면제·감액) 제1항 제3호: 천재지변 등으로 인하여 등록금의 납입이 곤란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등록금을 면제하거나 감액할 수 있다.

 

 

 

글 김수영 기자
bodo_inssa@yonsei.ac.kr
이현진 기자
bodo_wooah@yonsei.ac.kr

사진 홍예진 기자
yeppeuji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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