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보 둘러싼 갈등, 해결점은 어디에

지난 3월 21일 총학생회(아래 총학)의 총여학생회실(학생회관 324호) 폐쇄조치 이후 총학과 총여학생회(아래 총여)의 소통 문제가 화두에 올랐다. <관련기사 1847호, ‘‘총여학생회실’ 폐쇄조치, 사용 권한은 누구에게?’> 이후 총여에서 3월 25일과 4월 1일, 7일 세 차례에 걸쳐 총학생회실(아래 총학실)에 붙인 대자보를 총학이 훼손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다시금 양측 간 갈등이 불거졌다. 이에 9일, 총학은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의 카드뉴스를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그러나 여전히 총학과 총여 간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깊어진 갈등의 골,
무엇이 문제였나

 

총학이 게시한 카드뉴스에는 ▲총여 대자보 철거 ▲소통 부족 ▲총학 업무 방해 등에 대한 총학의 입장이 담겼다.

총학은 가장 먼저 논란의 중심이 된 대자보·포스트잇 철거를 규명했다. 총학실 출입 유리문에 대자보를 붙인 탓에 통행과 방문자 확인이 어려워져 철거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또, 총학은 “문에 붙은 벽보는 총학이 철거할 수 있음을 명확히 공지한 후 총학실 문 옆 게시판으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총여는 총학에게서 대자보 이동에 대한 정당한 사유를 듣지 못했으며, 애초에 통행에 지장이 없도록 대자보를 붙였다는 입장이다. 총여는 “경첩에 붙은 테이프를 칼로 제거해 문을 여닫는 데 지장이 없었다”며 “총학 집행부원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총여 측은 총학실 앞 파쇄지 봉투에서 훼손된 대자보를 발견했다고 언급하며 “총학이 대자보를 찢어 버린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자보 훼손에 대한 총여의 문제 제기에 총학은 테이프로 강하게 부착된 대자보를 뜯어내는 과정에서 일부가 불가피하게 훼손된 것이라 설명했다. 철거 과정에서 훼손된 대자보를 파쇄지와 함께 버린 것일 뿐 고의로 훼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총여는 훼손 여부와 관계없이 총학에는 대자보 철거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총학은 카드뉴스를 통해 총여가 총학의 업무 집행을 방해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3월 25일 벽보 부착 과정에서 총여의 언행이 당시 총학 집행위원회 면접 대기자에게 위협감을 느끼게 했으며 ▲3월 28일 총학 집행위원을 둘러싸고 예고 없이 대집행 경위 설명을 요구하는 등 일련의 행위가 총학 업무에 지장을 가했다는 것이다. 이에 총여는 “3월 25일은 총학이 대자보를 옮기는 것을 보고 이유를 물었을 뿐이며, 3월 28일 당시 총여 집행위원은 두 사람뿐이라 ‘둘러싸고 요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총학은 사전 약속 없이 타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집행위원을 붙잡는 것은 정상 업무에 지장을 주는 일이라고 밝혔다.

 

소통과 불통,
좁혀지지 않는 의견차

 

총학은 카드뉴스에서 총여가 대자보를 통해 지적해온 소통 부족 문제도 전면 반박했다. ▲총학생회장은 소통을 거부한 적이 없으며 ▲총여의 공식 면담 신청이 없었다는 것이다.

총여는 앞서 대자보를 통해 “총학생회장은 면담을 요청할 때마다 담당자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밝혔다. 이에 총학은 “지난 3월 21일 예고 없이 총학실을 찾아 강제 집행 경위를 물은 총여를 총학생회장이 직접 응대했다”며 “이견이 있을 경우 중앙운영위원회로의 안건 상정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총여는 “총학생회장과 대화를 나눴을 때도 자신이 집행 관련 책임자가 아니라고 대답을 피했다”며 “당시 중앙운영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라는 것은 엄포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총학은 공식 면담 요청을 묵살한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지금까지 총여는 재실 시간이 아닌 밤중에 총학실 문을 두드리며 비공식적인 면담만 요청했다는 것이다. 총학은 “총학실을 찾은 총여 측에 이메일을 통한 공식 면담 방법을 안내했으나 지금까지 한 건의 이메일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총여는 ▲이메일은 소통 창구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점 ▲학생복지처(아래 학복처)의 중재 아래 입장을 전달했으나 총학이 이를 비공식적이라며 무시했다는 점을 이유로 총학의 주장을 지적했다. 그러나 총학은 학복처를 통해 내용을 전달받았을 때도 총여가 강제 집행 중단 등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내세워 면담에 응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총학의 주장에 총여는 “총여실을 폐쇄해 소통 기회를 차단한 데에 총학의 책임이 있으니 이를 되돌리라고 한 것일 뿐, 면담의 대가로 자물쇠 제거를 요구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총여는 “총학의 대자보 철거와 훼손은 어떠한 대화도 없이 이뤄졌다”며 소통 부족의 문제를 재차 지적했다. 이에 총학생회장 권순주(기계·16)씨는 “총학생회장도 정해진 업무와 일정이 있어 불시에 방문해 즉각적인 면담을 요청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답했다.

 

 

총학의 카드뉴스 게재 후 총여는 ‘총학생회다운 총학생회이길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양측이 각자의 방식으로 입장을 쏟아내는 상황 속에서 일방적 주장이 아닌 상호 간의 대화가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총학과 총여의 대치 상황은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글 김수영 기자
bodo_inssa@yonsei.ac.kr
이현진 기자
bodo_wooah@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