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젠더 연구원 손희정 문화평론가를 만나다

“저는 트랜스젠더입니다. 그리고 우승하겠습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 등장한 한 트랜스젠더 여성의 대사다. 중요한 경연을 앞두고, 그녀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이 모두에게 밝혀졌다. 그 순간 사람들은 그녀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들의 차가운 시선이 두려워 도망갈까 고민도 했지만, 그녀는 그 시선에 정면으로 맞섰고, 끝내 경연에서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따가웠던 사람들의 시선은 비단 드라마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바야흐로 혐오와 배제로 가득 찬 세계다. 특히, 사회적 성과 지정 성별이 일치하지 않아 성별 변경을 택한 트랜스젠더는 사회의 냉정한 외면을 견뎌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The Y』는 이 세계의 진정한 변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페미니스트이자 『다시, 쓰는, 세계』의 저자 손희정 평론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손희정 평론가가 젠더 차별 문제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A. 연세대 젠더 연구소 소속 손희정이다. 동대학원에서 영화이론을 전공했다. 페미니스트이고, 문화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EBS 교양 프로그램 『까칠남녀』에 전문가 패널로 출연하기도 했다. 현재는 퀴어 유튜브 채널인 ‘큐플래닛’에서 ‘손희정의 TMI’란 영상 시리즈의 진행을 맡고 있다.

 

Q. 가장 궁금한 질문이다. ‘트랜스젠더’란 단어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A. 사실 트랜스젠더는 정의 내릴 수 없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 사회는 기존에 규정된 ‘성별 이원제’에 따라 트랜스젠더를 정의하려 한다. 트랜스젠더의 입장에서는 그 규정의 시도 자체가 의문일 수 있다. 트랜스젠더 또한 우리와 같은 개인으로서 존재하고 있을 뿐인데, 그를 따로 규정하거나 무언가로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트랜스젠더를 어떠한 존재로 규정하는 것보다 그를 개인으로서 인정하고, ‘똑같이’ 대하는 것이 가장 옳다고 본다.

 

Q. ‘성별 이원제’란 용어가 낯설다. 어떤 의미인가.

A. 페미니즘에서는 성(性)을 섹스(sex), 젠더(gender), 섹슈얼리티(sexuality)로 정의한다. 그러나 퀴어 이론을 비롯한 기존의 성 담론에서는 성을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하는 이분법적 경향이 강하다. 이것이 성별 이원제다. 이 담론에서 간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현재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간성이란, 태어날 때부터 의학적으로 남성 혹은 여성으로 구별될 수 없는 사람을 의미한다. 간성으로 태어난 이들도 사회적 규범에 의해 불가피하게 남성과 여성 중 하나를 선택해 살아가야 한다. 이렇듯 성에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Q. 그렇다면 ‘한국에서 살아가는 트랜스젠더들’이 어떠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생각하는가.

A. 방금 받은 질문에 이미 답이 있다. ‘처해 있다’는 단어에서 이미 한국 사회 속 트랜스젠더의 입지를 유추할 수 있다. 트랜스젠더의 삶이 어떠한지 다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의 시민권이 정말 열악한 상태에 놓여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개인적으로 트랜스젠더에 관해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이야기가 있었다. 바로 한국 최초로 트랜스젠더임을 커밍아웃한 박환희 변호사의 인터뷰다. 그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살아가는 트랜스젠더가 몇 명인지조차 우리는 알 수 없다. 인구 통계조차 없는 존재들이기에, 아무도 이를 모른다”는 말을 남겼다. 인구조차 알 수 없다는 것은, 트랜스젠더를 위한 정책과 맞춤 서비스 제공이 전무하다는 말과도 같다. 그들도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인데, 존재 자체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숙명여대 입학 포기 사건에서도 엄연히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해 공부할 권리가 있는 한 청년이 트랜스젠더란 이유 하나만으로 거센 항의에 밀려 교육권을 잃는 것을 봤다. 이 사건에서 알 수 있듯, 트랜스젠더는 ‘사회 진보’의 이름으로도 그들의 당연한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

 

Q. 페미니스트로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터프(TERF)** 진영의 반감과 배척 여론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A. 트랜스젠더를 사회가 만들어 놓은 이미지로만 일반화해 이들을 사회에서 배제하고자 하는 것은 소수자 혐오라고 생각한다.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 등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여성의 안전은 여전히 위험 속에 놓여있다. 하지만, 현재 여성들이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내세워 트랜스젠더를 배제하는 것 또한 여성 안전만큼이나 심각한 문제다.

결론적으로 사회 속에서 트랜스젠더가 설 자리를 앗아가며 그들의 인권과 교육권을 침해하는 행동을 일종의 ‘운동’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여성의 안전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이유로 트랜스젠더를 우리로부터 배제하자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의견이다.

 

Q. 그렇다면 한국 사회 속에서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신장할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A. 위에 언급했듯, 트랜스젠더는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그 존재 자체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국가와 국민은 이들에 대해 더 알아야 한다. 그들의 존재를 인식하고 파악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은 국민을 방치하는 것과 같다. 트랜스젠더 인구수 조사 등의 통계 작업부터 시작해 기본적인 정책과 서비스를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트랜스젠더 권리 보장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Q.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청년들과 동등한 사회 구성원의 입장에서 요청하고 싶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손을 잡고 함께 가자. 사회가 변화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특정한 움직임에 동참할 때, 그 운동이 ‘마이너스’의 운동이 돼서는 안 된다. 나와 남을 가르는 운동, 끊임없이 문을 닫으며 울타리 속에 갇히는 결과만 초래하는 운동은 옳지 않다는 말이다. 계속해서 벽을 세우고 그 벽 뒤의 협소한 자리에 머무는 것이야말로, 그동안 한국 사회 속 가부장제가 강요한 것이다. 우리가 함께 연대해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간성: 생물학적 용어로, 생식기나 성호르몬, 염색체 구조와 같은 신체적 특징이 이분법적 구조(남성과 여성)에 들어맞지 않는 사람을 가리킨다.
**터프(TERF): 트랜스젠더를 배제하는 급진 페미니즘(Trans-Exclusionary Radical Feminism)의 약어

 

 

글 조재호 기자
jaehocho@yonsei.ac.kr
송정인 기자
haha2388@yonsei.ac.kr

사진 홍예진 기자
yeppeuji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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