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김선기 연구원을 만나다

“요즘 대학생들은 예전하고 달라서….”
“요즘 젊은 친구들은….”

 

일상생활에서 종종 듣게 되는 문장이다. 신세대부터 N포세대까지 청년들을 지칭하는 말도 많아졌다. 기성 언론, 정치인 그리고 연구자들은 요즘 청년들이 과거의 청년들, 지금의 기성세대와는 다르다고 말한다. 그들은 청년들이 보수화되고 있고, 경쟁에만 몰두한다고 말한다. 또 학벌주의에 오염돼 있으며, 책을 읽지 않고 투표도 하지 않아 문제라고 말한다. 과연 진짜 그럴까? 이 논리와 ‘다른 이야기’를 꺼내고 있는 『청년팔이 사회』의 저자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김선기 연구원을 만났다.

 

▶▶김선기 연구원이 우리 사회의 세대주의에 대해 말하고 있다.

 

고함20은 나를 고(Go) 하게 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에서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곳에서 그는 동료 연구자 및 연구 활동가들과 ‘청년 담론’에 대해 새롭고 다양한 담론을 생산하고 있다. 김 연구원이 처음부터 청년 문제에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다. 김 연구원의 대학 시절, 특히 20살 새내기 시절은 보통의 대학생과 비슷했다. 1학년 학교생활을 마친 후, 2학년이 된 김 연구원은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함께 전공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과 함께 20대 인터넷 언론 「고함20」을 시작하게 됐다.

2000년대 당시는 청년 운동 초창기 시절이었다. 청년들의 일자리나 주거에 관련된 문제들은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 김 연구원은 “지금은 여러 SNS 매체를 통해 청년들도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고, 「대학내일」 등 청년을 위한 언론 매체도 있다”며 “하지만 그때는 학보사에 대한 관심도 저조했고, 학내외로 청년 미디어가 부재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고함20」은 20대의 독특한 시선으로 사회 현상을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우리 스스로 청년언론이라고 정의 내리지는 않았지만, 청년들의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활동을 많이 했다”며 “운동권에 있던 분들이 취재 요청서도 보내주고 청년 운동과 관련된 여러 행사도 진행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점점 ‘청년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김 연구원은 「고함20」 이후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청년오픈플랫폼 Y,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등의 청년 단체에서 활동했다.

청년 단체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던 중, 그는 관련 논문들을 접하면서 ‘세대주의’에 대해 알게 됐다. 세대주의를 설명하기에 앞서 김 연구원은 ‘세대’의 탄생 배경을 먼저 소개했다. 국가의 성립 이전에는 학교에 가야 하는 연령이나, 징집 연령, 투표할 수 있는 연령 등 기준이 없었다. 그러나 근대국가의 탄생 이후 세대라는 기준이 생겨났다. 그는 세대주의를 “‘Generationalism’이라는 개념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저서 『청년팔이 사회』에 의하면 ‘Generationalism’은 로버트 볼(Robert Wohl)의 『1914 세대』에서 처음 사용됐으며 “정치가, 저널리스트, 지식인들이 정치적, 사회적 문제들을 세대의 개념으로만 풀어 이야기하는 현상”을 뜻한다. 그렇다면, 사회 현상을 세대의 개념으로만 설명하는 것에는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그들의 청년 담론을 비판한다

 

김 연구원은 “문제의 본질을 ‘세대’로 흐리게 해 세대 내 동질성을 강화하고 세대 간 이질성을 과장하는 것”이 세대주의의 문제점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 진행형인 ‘밀레니얼(Millennials generation) 세대’가 이를 가장 잘 드러낸다고 말한다. 밀레니얼은 미국에서 시작된 말로 지난 1982년부터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신세대를 의미한다. 김 연구원은 “밀레니얼은 테크놀로지(technology)에 민감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멀티태스크(multitask)에 약하고 칭찬도 많이 해줘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다”며 “그러나 똑같은 밀레니얼이더라도 누군가는 기계에 능할 수 있고, 누군가는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의 문제를 어떤 특정 세대 전체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2015년 5월 24일 「조선일보」에서 사용한 ‘달관 세대’라는 표현 또한 세대주의의 문제점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달관 세대’는 일본 ‘사토리세대’에서 시작된 말로, 높은 청년 실업률로 이미 좌절한 청년들이 희망도 의욕도 없이 무기력해진 모습을 의미한다. 당시 「조선일보」는 달관 세대란 ‘안분지족’ 하는 법을 깨달은 욕망 없는 세대이며 정규직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저가 옷과 햄버거에서도 행복을 느끼는 세대라고 표현했다. 요즘 청년들이 더는 고급의 삶에 집착하지 않고 적은 돈만 벌고 만족하며 일을 덜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객관적 설명 같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적은 돈에 만족해야 하는 청년들의 현실을 정당화하려는 기성세대의 논리가 숨어있다.

가장 광범위하게 언급되는 세대론 중 하나인 ‘3포세대’ 또한 예외는 아니다. 김 연구원은 저서 『청년팔이 사회』에서 3포세대론에 담긴 세대주의 문제를 설명한다. 지난 2011년 5월 12일 「경향신문」에 등장한 3포세대론은 청년들이 연애, 결혼, 출산마저 포기할 만큼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쳤음을 부각했다. 그러나 김 연구원은 3포세대론이 “명문대 학생들만을 집중적으로 표상”하고 “여성 청년의 상황을 간과”한다고 지적한다. 명문대 학생들의 취업이 힘들어진 시기에 이르러서야 청년 빈곤이 사회문제로 불거지기 시작했고, 경력단절을 겪는 여성들에게 연애, 결혼, 출산은 포기가 아닌 거부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3포세대론은 명문대생의 취업난을 청년층 전체의 취업난으로 해석한다. 또 여성과 남성이 처한 사회경제적 차이를 간과해 연애, 결혼, 출산에 대한 남녀의 태도를 동일시한다. 그 결과 ‘명문대에 다니는 남자 대학생’의 문제를 과대 반영하게 된다. 이렇듯 3포세대론에는 세대 내 이질성을 간과하고 특정한 정체성을 표준으로 삼는 세대주의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또한 ‘연애-결혼-출산’이라는 기존의 규범에 부합하지 못하는 청년을 연민의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따라서 김 연구원은 오늘날의 청년에게 맞는 “새로운 표준을 발명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좋은 청년팔이의 조건

 

그렇다면 청년 문제, 청년 정책 등 ‘청년’이 들어간 개념은 전부 세대주의적이므로 폐기해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김 연구원은 “청년 운동이 지닌 힘과 잠재력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대 초반의 청년당사자운동이 유의미했다고 평가했다. 당시 활동가들은 청년유니온, 민달팽이유니온 등을 결성해 청년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요구했다. 김 연구원은 “이런 운동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청년 정책과 청년 기관들도 없었을 것”이라며 “세대주의를 전략적으로 잘 활용하려는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청년당사자운동에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본의 아니게 ‘청년’을 중요한 기표로 만듦으로써 세대주의적 사고를 공고히 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그는 ‘일은 하지 않고 나랏돈만 받으려 한다’는 등 청년을 둘러싼 편견을 얘기하며 청년당사자운동이 이에 대응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제도권이 주도하는 세대주의 또한 마찬가지다. 청년 정책, 청년 공약 자체를 없애는 것보다 ‘윤리적인 청년팔이’를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윤리적인 청년팔이를 위해선 ‘청년 내부의 불평등과 다양성을 고민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늘리기’ 공약을 예로 들었다. 계급과 부문에 따라 달라지는 구직경험을 고려하지 않고 일자리 개수만 늘리는 정책으로는 취업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같은 연령이라도 중산층 대학생과 일용직 청년노동자가 겪는 취업 문제는 다르다. 인문사회 계열 대학생과 예체능 계열 대학생의 취업 문제 또한 다르다. 청년이 모두 다른 상황에 놓여있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늘리기 정책이 포괄하지 못하는 청년은 무수히 많다. 김 연구원은 “세대주의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쓰이기 위해선 청년 내부의 다양한 정체성을 상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이 지향하는 바는 ‘탈-청년’이다. 정치 참여 등의 권리를 차별 없이 누리는 것이 청년층의 바람이라면, 청년이라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지 않은 사회를 최종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청년 개개인의 노력 또한 필요하다. 김 연구원은 “청년층 사이에서도 나이 어린 사람을 미성숙한 존재로 대하는 장면을 종종 목격한다”며 “청년부터 서로를 평등한 시민으로 대우하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우리를 규정하는 ‘청년’이라는 제약을 딛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쉽게 풀리지 않을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김 연구원의 날카로운 비판은 계속될 것이다.

 

글 김병관 기자
byeongmag@yonsei.ac.kr
송정인 기자
haha2388@yonsei.ac.kr

사진 홍예진 기자
yeppeuji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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