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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코로나19] 우리는 혐오와도 전쟁 중?코로나19 위기 속 퍼지는 '포비아'
  • 송정인 기자
  • 승인 2020.04.12 23:01
  • 호수 56
  • 댓글 0

전 세계는 지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아래 코로나19)와 전쟁 중이다. 정부는 코로나19의 대대적 확산을 최대한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대면접촉을 줄여 추가 감염을 방지하자는 목적이다. 그러나 바이러스만큼 강한 위력으로, 심지어 사회적 거리 두기와 같은 방지책도 없이 우리 곁에 머무는 존재가 있다. 바로 포비아(phobia)다.

포비아란 특정 물건, 환경, 또는 상황을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피하려 하는 불안장애의 일종*이다. 자신이 느끼는 공포가 불합리하고 그 공포가 자신에게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두려워하는 것이다. 코로나19에서 비롯된 특정 집단에 대한 포비아는 매우 심각하다.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이유로, 가족이 의료진이라는 이유로, 한국에 공부하러 온 중국 유학생이라는 이유로 이들은 수많은 사람의 지탄과 기피의 대상이 됐다. 모두가 공통의 위기에 직면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혐오 속 높아지는 벽은 코로나19 포비아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동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코로나19로 촉발된 포비아 중 가장 두드러지는 혐오 현상은 단연 인종차별이다. 유럽이나 미국에 공부하러 간 동양인들이나 교민들은 단순히 동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과 회피의 시선을 받았다. 음악 창작 활동을 위해 해외 체류 중인 가수 윤종신은, 본인의 SNS에 미국 내 심각한 동양인 차별로 인해 며칠째 차 안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당초 교환학생 자격으로 2020학년도 1학기를 체코에서 수학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이를 포기하고 귀국한 최모씨는 동양인으로서 당시 겪었던 일련의 차별을 회상했다. 그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인 2월 중순 즈음 체코에 입국했는데, 그때부터 현지인들의 불만 가득한 시선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밤에 길을 걸어가던 중 모르는 백인 남성 또는 10대 남성 무리의 위협을 받았던 적도 있다”며 현지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또 교환학생으로 2020학년도 1학기를 미국에서 지낼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귀국한 손모씨도 “지나가는 차가 경적 울리면서 “Go back to China”라고 외쳤다”고 회상했다. 이렇듯 동양인을 향한 차별과 배제는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에서 비롯된 포비아에 기반한 혐오는 진행 중이다. 가장 흔한 혐오는 국내에 거주 중인 중국인들을 향한 경계와 원망의 정서다. 코로나19 발원지가 중국 우한시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인천에 거주 중인 대학생 조모씨는 “평소 같으면 중국인들을 봐도 별생각이 들지 않겠지만, 요즘에는 솔직히 말해 두려운 마음이 든다”고 전했다. 중국 유학생들이 정부 방침에 따라 2주 동안 격리 기간을 보낸 후에도 이들을 향한 부정적 시선은 거둬지지 않는다. 조씨는 “자가격리 이후에도 지속적인 정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누굴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이동 경로를 확실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학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명받은 이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단지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계속해서 ‘안전하지 못한 사람’으로 여겨진다.

또한 확진자가 다녀간 곳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오면, 사실이든 아니든 무조건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방역을 철저히 완료했음에도 여전히 늘지 않는 손님에 폐업 위기에 처한 곳도 많다. 확진자가 다녀가지 않았어도 자체 방역 소독에 나섰다가 확진자 방문 식당으로 오해받아 피해를 보는 상황도 존재했다.

의료진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받게 되는 염려와 편견의 시선도 적지 않다. 일부 의료진의 배우자들은 무급휴가를 강요받기까지 했다. 온종일 방호복을 입고 땀을 흘리며 의료현장을 누비는 의료진이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자비로 원룸을 얻어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모두가 괴로운, 열악한 환경 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연대가 아닌 혐오와 차별을 택했다. 이러한 배척의 정서는 격리 혹은 치료조차 불가능하다. 포비아의 공포가 코로나19보다 위협적, 장기적으로 드리워질 수 있는 이유다. 최모씨는 “교환학생을 포기한 이유는 코로나19의 두려움도 있었지만, 동양인 혐오 때문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듯, 포비아의 공포는 코로나19 자체에 대한 공포보다 더욱 광범위하다.

“제가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에 대한 폭언 관련 보고를 얼마나 많이 받는지 상상하기 힘드실 겁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신체적 공격을 당하기도 합니다. 정부는 책임을 지고 이러한 일을 멈춰야 합니다. 위협을 극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국제적 공조와 협력의 정신을 이끌어내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죠.”

지난 3월 15일, 영국 방송사 BBC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전한 인터뷰 내용의 일부다. 강 장관의 답변에서 알 수 있듯, 코로나19가 파죽지세로 전 세계를 위협하는 가운데 사람과 국가 사이 차별은 거세지고 있다.

세계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계적 연대가 필요하다.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타인 혹은 타 국가가 아닌, 바로 코로나19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모두가 증오와 공포의 감정을 뒤로하고 서로의 손을 잡아야만 한다. 그렇게 이 위기를 무사히 극복해야만 한다. 그 합심을 통해 우리 곁에 포비아가 아닌 ‘휴머니즘’이 도래한 봄날이 찾아오길 소망한다.

*출처 : 서울대학교병원 의학 정보

글 송정인 기자
haha2388@yonsei.ac.kr

송정인 기자  haha238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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