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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가] 4월의 독립서점, '이후북스'책을 읽고 달라진 하루들이 세상을 바꿀거야
  • 김병관 홍예진 기자
  • 승인 2020.04.12 18:00
  • 호수 56
  • 댓글 0

당신은 책을 읽으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는 말을 믿는가. 여기, ‘그렇다’고 자신 있게 답하는 서점이 있다. 망원동에 위치한 이후북스는 개업한 지 5년 된 중견 독립서점이다. 지난 2016년 12월, ‘황부농’과 ‘상냥이’가 신촌에서 문을 연 게 시작이었다. 지금은 더 넓어진 공간에서 직원 ‘원스텝’과 함께 풍요로운 이야기를 써나가고 있다. 기자는 쏟아지는 햇빛에 세상이 환하던 날, 곳간처럼 책들이 쌓인 책방에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셋은 인터뷰 질문에 옥신각신하면서도 환한 웃음을 터뜨리며 답을 이어나갔다.

▶▶이후북스를 운영하는 '황부농'과 '상냥이'는 직접 책을 읽어보고 판매도서를 선정한다. 직원 '원스텝'은 독립 서적 작가로, 책을 쓰며 서점 운영을 돕고 있다.

Q. 서점 소개를 부탁한다. 서점을 어떤 계기로 열게 됐는지도 궁금하다.

A. 황부농: 주로 독립출판물과 작은 출판사의 책을 판매하는 책방이다. 지난 2016년 신촌에서 처음 개업했다. 망원동으로 이사 온 지는 4개월 정도 됐다. 이후북스라는 책방 이름에는 ‘책을 읽은 이후엔 하루가 달라진다’는 뜻이 담겨있다. 몰랐던 것들을 알게 해주는 책을 읽고 나면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것 같다. 책을 가볍게 읽는 것도 좋지만, 독서를 통해 우리의 생각과 삶을 바꾸어 나갔으면 좋겠다.

상냥이: 서울살이가 지겨워 제주도에 간 일이 책방을 열게 된 계기가 됐다. 원래는 제주도에 카페를 개업하려 했었다. 그러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카페를 열지 못하게 됐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 고심하며 제주도를 여행했다. 그러던 중 제주시의 독립서점 ‘소심한 책방’에 갔는데, 그 공간이 너무 매력적이더라. 작은 공간에 책들이 꽂혀있고 사람들이 오순도순 모여 있는 게 아늑해 보였다. 그래서 서울로 오자마자 당장 책방을 열었다. 책을 좋아하는 것과 잘 파는 것은 다르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채로. (웃음)

Q. 별명이 독특하다. 별명에 담긴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A. 황부농: 별명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지은 것은 아니다. 손님들이 불러준 별명이 자연스럽게 굳어져 지금까지 쓰고 있다. 나는 책방에서 주로 분홍색 모자를 쓰고 일해서 ‘분홍 사장님’으로 많이 불렸다. ‘분홍’ 앞에 내 성씨 ‘황’을 붙여 황부농이 됐다.

상냥이: 17년 지기 친구인 황부농이 별명을 지어줬다. 성격이 상냥해서다. 황부농은 손님들에게 책 설명도 잘 안 해준다. (웃음) 주로 내가 손님이나 제작자들을 대하는데, 그러면서 상냥이가 된 것 같다.

원스텝: 직원으로 뽑히고 나서 직접 별명을 지었다.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자는 마음으로 원스텝이라고 지었다. 성이 원 씨이기도 하다.

Q. 독립서점이 골목마다 생겨나고 있다. 다른 독립서점들과 차별화되는 이후북스만의 특징이 있는가.

A. 황부농: 운영자가 다르면 책방의 성격도 자연스럽게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독립출판물도 종류가 많아져서 독립책방마다 큐레이션 된 책이 천차만별이다. 우리 책방에는 독립출판물이 70%, 기성출판물이 30% 정도 있다. 독립출판물의 경우에는 까다롭게 선별하지 않는다. 독자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요소가 하나라도 보이면 들여놓는 편이다. 굳이 기준을 꼽자면 내용의 진솔성과 표지 디자인을 보는 것 같다. 기성출판물의 경우에는 순전히 내 취향으로 입고하고 있다. 페미니즘, 노동, 인권, 동물권, 환경과 관련된 책 중 손님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이 있으면, 보이는 족족 들여놓는다.

상냥이: 독립책방은 주로 혼자 운영하는데, 우리 책방은 세 명이 운영한다는 점도 다르다. 세 명의 시너지가 장점으로 작용하지는 않더라도 차별점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웃음) 세 명이 운영하다 보니 휴무일 없이 매일 열 수도 있다. 공간의 규모 면에서도 다르다. 우리 책방은 30평 정도로, 독립책방 중에서 꽤 큰 편이다. 그래서 모임 공간을 따로 둘 수 있고, 독립출판물의 성격에 맞게 매대 진열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원스텝: 독립 서적을 출판한 작가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 점이 특히 좋은 것 같다. 독립출판물 중에는 책등이 없는 얇은 책들이 많다. 이런 책들은 책장에 끼워놓으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책방은 벽 한쪽에 정면으로 진열할 수 있는 매대를 따로 마련해놓아 손님들이 고르기 편하게 해놓았다. 넓은 공간을 독립출판물의 성격에 알맞게 꾸밀 수 있어 책방의 정체성도 잘 드러나는 것 같다.

Q. 모임 공간을 따로 마련한 만큼 다양한 모임을 운영하더라.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해 달라.

A. 상냥이: ‘매일 10문장 글쓰기’ 모임을 소개하고 싶다. 온라인 모임인데, 일주일 중 5일은 10문장씩 써서 카페에 올리고 나머지 이틀은 다른 팀원의 글에 10문장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요즘처럼 사람들이 글쓰기에 부담감을 느끼는 시대도 없는 것 같다. SNS에 게시물을 올릴 때도 뭐라도 써야 하지 않나. 글쓰기가 어려울 땐, 일단 한 문장을 쓰고 그다음 문장을 계속 이어나간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수월하다. 매일 짧게라도 꾸준히 글 쓰는 모임을 만들어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동력이 되고 싶었다. 생각보다 힘든데 다들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원스텝: 소설 쓰는 금요일이라는 뜻의 ‘소금’ 모임도 있다. 금요일에 모여 한 시간 반 동안 각자 글을 쓰고 이야기 나누는 모임인데, 소설이 아닌 글을 써도 무방하다. 글을 함께 쓰다 보면 좋은 기운이 생기는 것 같다. 글 쓰는 사람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홀로 완성해야 해 외로울 때가 많지 않나. 그런데 소금 모임에서는 서로 피드백도 해주고 응원도 하며 동료처럼 함께 쓸 수 있다.

상냥이: 황유미 작가의 『피구왕 서영』, 서귤 작가의 『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 등이 소금 모임에서 쓰였다.

Q. 단순히 책만 파는 서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모임을 통해 어떤 공간으로 남고 싶은가.

A. 황부농: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창작자들의 용기를 북돋아 주는 공간이길 바란다. 책방 입장에서 창작자는 함께 가는 동료와 같다. 그분들이 책을 내 우리가 팔 수 있으면 우리에게도 좋은 것이다.

상냥이: 서점은 창작자가 없으면 먹고 살 수 없다. 누군가 책을 내야 우리가 팔 수 있지 않은가. 창작자들이 글만 써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는 월세 및 작업비 지원 프로젝트도 운영하고 있다. 이후북스 북클럽 멤버 중 1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회비 수입의 10%를 지원한다. 지난 북클럽 1기 때는 황유미 작가가 받았다. 북클럽 회비가 4만 원인데, 회원이 50명이었으니 20만 원을 지원한 것이다. 놀라웠던 건, 다른 창작자에게 지원하라고 양보한 멤버가 36명이나 됐다는 것이다. 다들 천사인 줄 알았다. (웃음) 물론 20만 원은 월세를 내기에도 부족한 돈이다. 그런데 이 돈을 50명이 모아줬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지 않나. 나머지 49명이 당신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지금 북클럽 2기를 모집하고 있는데 회원 신청이 많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세 명을 지원하는 게 목표다.

원스텝: 독립출판계가 은근히 끈끈한 것 같다. 독립책방과 독립출판 작가들은 공생하려는 게 있다. 이런 선순환이 잘 이뤄져 더 재미있는 작업을 자유로운 환경에서 할 수 있게 된다면, 언젠간 기성출판을 뛰어넘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 해본다. (웃음)

Q. 독립출판사 ‘이후진프레스’도 운영하고 있다. 독립서점과 독립출판사를 함께 운영하는 만큼, 독립출판물에 대한 애정도 남다를 것 같다. 독립출판물의 매력이 무엇인가.

A. 원스텝: 독립출판은 제작부터 유통까지 개인이 맡아서 한다. 누구의 편집도 없이 개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온전히 할 수 있다. 상업적으로 판단하는 기성 출판사가 다루기 꺼리는 내용을 독립출판은 자유롭게 펴낼 수 있다. 또 대단한 작가가 하는 얘기처럼 느껴지는 기성출판물과 달리 독립출판물은 내 주변의 친구 같은 사람들이 하는 얘기다. “얘도 이런 생각을 했네”라며 조금 더 내 일처럼 가깝게 생각할 수 있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상냥이: 해열 작가의 『난 가끔 아빠를 죽이는 상상을 하곤 해』를 예로 들 수 있다. 술에 취해 가정 폭력을 행사하는 아빠 몰래 숨어서 쓴 일기를 엮은 에세이다. 기성 출판사의 상업적 기준에서는 이런 형태로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독립출판물은 직접 만들고 유통하면 되니까 상관이 없다.

Q. 마지막 질문이다. 독립출판물을 딱 한 권만 추천할 수 있다면 어떤 책을 고르겠는가.

A. 상냥이: 폴 매달렸니 작가의 『난 슬플 땐 봉춤을 춰』를 추천하고 싶다. 폴댄스를 운동으로 경험한 30대 여성의 에세이다. 폴 댄스는 남성의 시각으로 대상화되기 쉬운데, 책 내용은 그렇지 흘러가지 않는다. 폴 댄스를 배우며 자신의 몸에 대한 시각이 바뀌어 가는 과정이 잘 드러나 있다. 예를 들어, 콤플렉스였던 굵은 허벅지가 폴 댄스를 할 때는 굉장히 유능한 몸으로 기능하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마르고 청순해 보이는 몸이 결코 건강한 몸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황부농: 그리고 폴 댄스를 배우는 과정 자체가 너무 웃기게 기술돼 있는 책이다.

상냥이: 유쾌하면서도 사회 고발적이다.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읽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은 후 아카데미 시상식을 봤는데 여배우들이 다 근육질인 게 보이더라. 너무 멋있어서 보는 내내 소리 질렀다. (웃음)

이후북스 추천 독립서적: 폴 매달렸니 작가의 『난 슬플 땐 봉춤을 춰』

봉에 매달렸더니 신세계가 열렸다

책은 작가가 미쳤다고 자책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내가 미쳤지, 왜 이걸 시작했지?” 폴 씨는 폴 댄스 학원을 등록한 첫날부터 완전히 ‘멘붕’ 상태다. 근력이라곤 1도 없는 그에겐 스쿼트와 플랭크 같은 기본 운동마저 벅찼다. 폴을 잡아보기도 전에 체력이 바닥 난 그는 하루 만에 등록을 후회한다. 그러나 1년 2개월 지나면 폴 씨는 폴 위에서 공중제비까지 돌게 된다. 끈덕지게 단련한 복근과 전완근의 힘으로 ‘인벌트’ 동작을 성공시킨 것. 그렇게 폴 씨는 여린 몸에 집착하던 과거를 탈피하고 ‘어깨깡패 알통왕’의 길을 걷는다.

『난 슬플 땐 봉춤을 춰』는 폴 댄스를 배우는 30대 중반 여성의 성장담이자, 대상화된 시각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관점으로 재구성되는 여성의 몸에 대한 기록이다. 작가는 폴 댄스를 배우며, 자신이 그간 자신의 몸을 홀대해왔음을 깨닫는다. 폴 씨는 콤플렉스인 하체는 가리고, 날씬한 상체는 드러내는 식으로 자신의 몸을 끊임없이 검열해왔다. 그래서 폴 댄스는 그에게 새로운 신체 경험이 됐다. 살이 폴에 닿는 마찰력으로 매달려야 하는 폴 댄스를 하기 위해선 몸을 최대한 드러내야 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폴팬츠와 처음 마주한 충격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저건 의상이 아니다. 빤쓰야, 빤쓰.” 그러나 빤쓰 같은 의상도 자주 입다 보면 일상이 되는 법. 폴 씨는 수강생들의 다종다양한 신체 속에 자연스레 섞여 있는 본인의 신체를 보며 몸에 대한 시각이 바뀌는 경험을 한다. 그동안 여성의 몸을 규율했던 미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기능적인 시각을 갖게 된 점이 가장 큰 변화다. 폴 씨는 근육 하나 없이 살집 있는 팔을 보더라도 이제 이렇게 생각한다. “그 팔들은 뚱뚱한 게 아니다. 그냥 팔은 원래 이렇게도 생겼고 저렇게도 생겼다.”

폴 씨가 담담하게 풀어놓는 폴 댄스 이야기는 인생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폴 씨는 어려운 동작을 연달아 취해야 할 때 숨을 참는 습관이 있다. 긴장한 탓에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다음 동작을 생각하느라 숨 쉬는 것을 잊기 때문이다. 그러면 결국 근육에 산소가 부족해져 폴에서 미끄러지게 된다. 인생도 똑같다. 폴 씨는 2년 전 쏟아지던 업무를 무리하게 처리하다가 땅바닥에 주저앉은 적이 있었다. 일을 잘해야 한다는 강박과 과로에 지친 탓이었다. 폴에서 미끄러진 어느 날 그는, 2년 전 그날을 떠올리며 무슨 일이든 평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깨닫는다. 이처럼 폴 씨의 폴 댄스 이야기는 세상과 나에 대해 깨우쳐가는 수행기다. 그래서 그가 슬플 때마다 봉춤을 추는 건지도 모르겠다. 폴 댄스가 선사하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신세계로 들어가려고. 그곳에선 자신의 몸과 마음을 더 잘 돌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글 김병관 기자
byeongmag@yonsei.ac.kr

사진 홍예진 기자
yeppeujin@yonsei.ac.kr

김병관 홍예진 기자  byeongma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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