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채린 보도부장 (사회·17)


무관심하고 무지했던 
지난 나를 반성한다

 

학보사 기자를 하기 전까지, 아니 어쩌면 학보사 기자를 시작하고 나서도 난 내 의견이 없는 사람이었다. 살아가면서 어떤 가치를 중점으로 둬야 하는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몰라서였던 것 같다. 정의로운 세상을 바란다는 마음으로 언론인의 꿈을 갖고 있었지만 내가 생각하는 정의로운 세상이, 내가 바라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몰랐다. 그러다보니 내가 지금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더라.

지금껏 나는 어떤 문제에 대해 나서서 목소리 높여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총여학생회가 사라지던 순간에도,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백양로로 나와야 했을 때도 내 귀와 입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래서 취재를 하기 전에는 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부당함에 목소리를 높이고, 연대해서 분노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기자 활동을 하면서도 여러 학생 대표들을 만나고, 시위에 나서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생을 한다고만 생각했던 것 같다. 무지하고 무관심했다. 나에겐 그들이 단지 취재 대상 정도에 지나지 않았던 듯하다. 

그러던 내가 학보사 기자 활동을 시작한지 4학기 차인 지금, 많은 것들이 변했음을 느낀다. 지난 2019년에 있었던 류석춘 교수 사건과 인권 강의 시위 등 일련의 일들을 취재하면서, 그 중심에 사람들이 모이고 또 모여서 연대하면서 그들의 의견을 말했을 때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걸 몸소 느꼈다. 각자 그들이 생각하는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며, 지난 날의 나를 많이 돌아보고 또 후회했다. 왜 무관심했을까. 왜 알려고 하지 않았을까. 과거의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지금의 내게 후회로 돌아왔다. 

적어도 기자 활동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안 되는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한 걸음씩 꾸준히 나아가더라. 수업만 들으면서 학교를 다니기에는 학교라는 작은 사회 속에서도 부당함은 꾸준히 발생했고, 그때마다 나서는 사람들이 있었다. 취재를 다니면서 눈이 열리고 귀가 열렸다. 중앙도서관 앞에는 한 학기에 몇 번씩이나 대자보가 붙고 떨어진다. 이전에는 수없이 지나쳐왔는데, 지금 나는 한참을 서서 읽고 또 읽는다.

 

과연 우리에게 동일한 
인권 보호가 이뤄지고 있나요

 

학보사 기자를 하고 여러 사건들을 지켜보면서, 인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됐다. N번방 사건을 접하고 며칠 동안 마음이 쓰이고 불편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다보니 N번방 사건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니더라. 지금까지 소라넷, 다크웹, 버닝썬 사건 등 내가 무관심했던 지난 날 동안 문제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또 반복돼 왔더라.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의 인권이 처참하게 밟혔을까.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느끼던 가정과 학교의 울타리가 무너진 곳에서 그들의 인권이 과연 지켜지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 사회가 지켜주지 못한 그들의 인권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너무나도 쉽게 일탈이라고, 비행청소년이라고, 책임을 그들에게만 전가하고 있는 듯하다. 승리, 김학의 등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이들의 인권은 너무나도 잘 지켜지고 있다. 그럼 지금 이 순간에도 불특정 다수에게 고통 받고 지옥 속에 살고 있는 피해자들의 인권은 이들과 동일하게 지켜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것에 의하면, 내가 생각하는 인권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권리가 아닌 것 같다. 고등학생 때 배웠던 인권은, 이상적인 개념에 불과했나 싶다. 이 사회가, 이 나라가 모든 국민들의 인권을 보호해주는 것이 사회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묻고 싶다. 과연 '모든' 사람들의 인권이 동일하게 보호되고 있는지. 어쩌면 처음부터 사람마다 지니는 인권의 무게가 다르지는 않았는지.


결국에는 지금의 n번방 사건이 일어날 때까지, 내가 더 관심 갖지 않고 목소리 내지 않았음에 후회하고 반성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을 위해서 지금 세상의 부당함에, 여러 문제들에 목소리를 내보고자 한다. 지금도 어디선가 각자의 자리에서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힘쓰고 있는 이들을 지지하고, 그들과 연대하고자 한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