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지난 2일부터 21대 국회의원 선거 유세가 시작됐다. 각 정당에서는 지역구 및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마치고 선거의 표심을 사로잡을 선거정책 및 선명성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재외국민들은 지난 1일부터 6일(월)까지 선거투표가 진행된다. 시작부터 재외국민들의 투표 참가는 반 토막이 났다. 선거참여를 예정하고 있었던 17만 명 가운데 8만 4천여 명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각국의 도시 봉쇄와 이동제한 조치로 인해 55개국 91개 재외공관의 선거사무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2012년 이래 해외동포와 주재원, 유학생 등 수백만이 넘는 재외국민들의 참여 기회가 일부 차단된 것이다. 

21대 선거에서 코로나 사태로 인해 배제되거나 소외된 계층이 다수 존재한다. 선관위는 확진을 받고 격리 중인 환자들에 대해 거소투표 제도를 활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신청기간이 지난 이후였다. 중증 장애인들도 현장 투표를 할 수 없고 거소투표만 가능하다거나, 요양병원, 양로원에 입원한 환자들도 투표 참여가 어렵다. 코로나19 사태가 전시에 준하는 재난으로 간주하는 선관위의 조치를 한편으로 이해하면서, 우편투표나 이메일 투표가 가능하도록 하는 법률 제정을 미룬 20대 국회의 무책임과 선거 당국의 무성의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선거의 또 다른 특징은 만 18세 이상 참여할 수 있게 한 선거권 연령 인하였다. 무려 53만여 명이 총선 새내기로 참여할 수 있지만, 이들은 대개 고등학교 학생들로 선거에 관한 정치모임을 갖지 못했다. 자신들이 처한 제도 교육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 정책을 발의할 기회조차 차단돼 있다. 또한 성착취·성범죄를 부추기는 n번방에 대해 질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실제 미성년자, 성소수자, 이주여성 노동자들은 자기주장을 제대로 펼 수 없다. 왜냐하면 이들과 연대를 표방하는 정의당, 녹색당 등 소수정당들은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거대 양당의 선거 연대 대상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이번에 새로 채택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원래 소수정당의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것이었지만, 결국 거대정당의 정치적 꼼수와 상호 비방 속에서 원래 취지조차 망각하게 됐다. 이럴 때일수록 헌법상 보장된 모든 계층의 평등한 국민참정권을 주장해야 하며, 사회적 약자, 소외자에 대한 배려와 정치 참여에 눈길을 돌려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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