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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공화국’은 이제 지겹다수도권 집중 현상을 막기 위한 지역인재 채용제
  • 정재홍 기자
  • 승인 2020.04.06 00:14
  • 호수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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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다. 오늘도 수많은 청년이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위해 상경한다. 지방과 수도권의 일자리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한국장학재단을 비롯한 수도권의 153개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는 대규모 사업이 벌어졌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수도권 20대 인구는 362만 명으로 전국 20대 인구의 54%에 육박했다.

학생들을 지방으로 유인하는 지역인재 채용제도?

지역인재 채용제는 지난 2013년 수도권에 집중된 인재를 지방으로 분산하기 위해 도입됐다. 김윤상 전 경북대 교수는 교수신문 칼럼을 통해 “지방의 유능한 젊은이는 서울로 가려 한다”며 “유능한 학생과 교수가 서울로 빠져나가면 지방대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2020년 수시 입시에서 서울권 대학은 16:1의 치열한 경쟁률을 보인 반면 지방권 대학의 경쟁률은 6.5:1로, 전국 192개 대학 평균 경쟁률인 9.3:1보다 낮았다.

지역인재 채용제는 불균형한 학생 분포를 고르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부는 지방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지방에서 일하도록 돕고자 이들에게 지역인재 자격을 부여했다. 이를 통해 지방 대학과 공공기관에 인재를 유치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지역인재 채용제는 기대만큼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현재 정부의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률 목표가 30%인 것에 비해 실제 채용률은 지난 2014년 10.2%, 2015년 12.4%, 2016년 13.3%에 불과했다. 대구대 최 모 교수는 “지역인재 채용제가 생산성에 있어 비효율적이라 판단해 지방 출신의 채용률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도 도입 당시 지역인재 채용이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이었다는 점 역시 낮은 채용률의 원인이다. 이에 지난 2017년부터 정부는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에 한해 지역인재 채용을 의무화했다. 오는 2022년까지 지방 이전 공공기관은 지역인재를 신입 채용인원의 30%만큼 의무적으로 채용해야 한다.

지역인재 채용제도 면밀해질 필요가 있어

그러나 지역인재 채용이 의무화되며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대 출신이 아닌 구직자가 역으로 불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라 지역인재 채용제에서 지칭되는 ‘지역인재’는 공공기관이 위치한 지역의 대학 출신 구직자를 의미한다. 이에 지방 대학 출신자를 무조건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할 경우 지방 대학 출신자가 합격할 확률이 수도권 대학 출신자에 비해 높아질 거라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공공기관 취업 준비생이었던 임종수(29)씨는 “지방으로 가는 것이 망설여지는 사람으로서 제도를 통해 지역 균형을 맞추는 취지에는 동감한다”며 “하지만 모두가 절실하게 취업을 준비하는 만큼 지역인재 채용제는 취업에 제한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지역인재 채용제에 따라 공공기관은 신입 채용인원 중 일정 비율을 해당 지역 대학 출신자로 선발했다. 지역인재에 해당하지 않는 지원자는 전체 신입 인원에서 지역인재 채용인원을 뺀 정원만큼만 채용된다. 또 공공기관이 위치한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방 대학 출신 지원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수도권 및 타 지방 대학 출신 지원자들은 전체 신입 채용인원 중 지역인재로 할당된 인원을 제외한 여석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했다.

이후 지역인재 채용제는 지난 2017년부터 채용할당제에서 채용목표제로 전환됐다. 채용목표제는 지역인재 전형을 따로 두지 않고 블라인드 채용으로 신입 인원을 뽑는다. 정원 내에서 지역인재 채용 목표율이 달성되지 않으면 정원 외로 합격 하한선을 넘는 지역인재를 추가로 뽑는 방식이다.

그러나 채용목표제로 전환된 뒤에도 지역인재 채용제의 미흡함에 대한 지적은 이어졌다. H공기업 정태준 외부인사담당자는 “지역인재 채용제도는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는 제도”라고 말했다. 지역인재 채용제가 블라인드 채용의 본질을 훼손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블라인드 채용은 출신지, 출신 대학 등의 항목을 배제하고 지원자를 선발하는 제도다. 반면 지역인재 채용제는 지원자의 출신 대학을 보고 추가 선발을 진행한다. 출신 대학을 기준으로 추가 선발을 진행하는 지역인재 제도가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와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지방에서 초·중·고교를 다녔어도 해당 지방에 위치한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지역인재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대전에서 초·중·고교 시절을 보낸 전예빈(NSE·19)씨는 “지역인재 채용제도는 넓게 보면 언젠가는 시행돼야 할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온 고향에서 취업하고자 할 때, 수도권 대학 출신이라는 이유로 취업문이 좁아지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지역에서 거주한 기간이나 지역 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아니라 대학의 소재만으로 지역인재를 판가름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성장과 분배는 끊임없이 토론되는 주제다. 지역인재 채용제는 균형 잡힌 인력 분배를 위해 도입됐다. 유능한 청년 인재의 분배는 우리나라 성장과 직결된다. 효과적인 인재 분배를 위해 지역인재 채용제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글 정재홍 기자
socio64@yonsei.ac.kr

정재홍 기자  socio64@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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