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요트연구회를 만나다

누구나 한 번쯤 모험을 꿈꾼다. 넓은 바다로, 세계 각지로 떠나는 상상을 하지만 현실에 부딪혀 포기하곤 한다. 여기 현실의 무게를 이겨내고 대양을 가로지른 사람들이 있다. 연세요트연구회 35기 김인범(전기전자·14, 아래 김)씨와 조유윤(실내건축·14, 아래 조)씨다.

 

▶▶연세요트연구회 김인범(전기전자·14)씨와 조유윤(실내건축·14)씨는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대 아마추어 요트 대회인 ‘Clipper Round The World Race’에 출전했다.

 

Q. 연세요트연구회는 어떤 동아리인가.

김 : 연세요트연구회는 오는 2021년 40주년을 맞이하는 동아리로, 선배들의 지원과 회원들의 회비로 구매한 몇 대의 요트로 세일링*을 한다.

조 : 주말 중 하루를 잡아 한강이나 김포의 마리나항**에서 배를 탄다. 딩기요트라는 선실이 없는 작은 요트 위주로 운용한다. 국내외 각종 대회에 참가하기도 하고 가끔 선배들의 도움으로 8인승 정도의 큰 요트를 타기도 한다.

 

Q. 요트는 부유한 이미지의 스포츠로 진입 장벽이 높게 느껴진다.

조 : 저렴한 가격에 요트를 대여해주거나 요트 타는 법을 가르치는 곳도 많다. 요트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즐길 수 있다.
김 : 화려하고 큰 요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스키나 서핑 같은 스포츠와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요트라는 스포츠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다.

 

Q. 요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김 : 학교에 입학하고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었다. 첫 느낌은 낯설었지만, 요트가 어떤 스포츠인지 알게 되면서 점점 더 좋아졌다. 운동신경이 뛰어난 편이 아니라 스포츠에서 한계를 느낀 적이 많았는데, 요트는 오히려 머리를 써서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조 : 요트를 ‘물에서 두는 체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항상 바다와 하늘로 날아가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넓고 먼 곳에 대한 열망이었다. 지난 2014년 연세요트연구회에 들어와 물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좋아 지금까지 하고 있다.

 

Q. 최근 세계 최대 아마추어 요트 대회이자 요트 세계 일주 대회인 ‘Clipper Round The World Race’에 참가했다고 들었다.

김, 조 : ‘Clipper Round The World Race’는 말 그대로 지구 한 바퀴를 도는 경주로, 홀수년도에 출발해서 짝수년도에 끝난다. 우리는 19-20시즌 경기에 참여했다. 런던에서 출발해 전 세계를 한 바퀴 돌고 다시 런던으로 들어가는 코스였다. 아마추어가 참여할 수 있는 대회로는 가장 긴 여행 구간을 지닌 대회로, 준비 기간을 포함해 약 11개월 정도 걸린다. 총 8개의 구간을 나누어 운영하는데, 우리는 5번째 구간인 lab5에 참가했다. 약 20인승, 70피트 정도의 큰 요트를 타고 대양 항해를 했다. 요트 안에서 일도 하고 잠도 자고 밥도 먹으며 목적지까지 가는 것이다. 원래는 호주 동북부 에얼리비치에서 출발해 중국 싼야, 필리핀을 갔다가 중국 주하이로 가는 코스였지만, 배를 타는 도중 코로나 19 사태가 터지고 종료지가 필리핀 수빗베이로 바뀌게 되면서 경기 중간에 새로운 경로를 짜서 항해해야 했다.

 

Q. 이번 대회에 처음으로 한국 배가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조 : 이번 경기에는 처음으로 대한민국 요트인 Imagine Your Korea호가 출전했다. 이것이 가능하게 된 데에는 스폰서십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대한요트협회와 한국관광공사 등에서 요트 산업을 키우는 데 기여하고자 스폰서십을 제공했다. 그래서 한국 이름을 딴 요트가 처음으로 출전을 할 수 있었다. 우리가 그 요트에 타게 된 한국인 선수단이자 한국 홍보대사로 선발된 두 명이다. 한국인이 이 대회에 참가한 것도 역사상 두 번째다.

 

Q. 세계 일주를 전제로 한 대회이니만큼 물적 또는 심적으로 많은 준비가 필요했을 것 같다. 참가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김 : 처음 요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경험에 끌렸다. 그래서 마지막 학기를 다니던 중임에도 꼭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신청했고, 합격하자마자 휴학했다. 모든 참가자는 4주간 단체훈련을 거쳐야 하는데, 그 훈련이 많은 도움이 됐다. 심적으로도 다져졌고, 큰 요트를 조작하는 법도 많이 배웠다. 물질적인 건 크게 걱정할 게 없었다. 주최 측에서 배마다 식비를 제공하기 때문에, 정박지에 도착하면 그 돈으로 시장에서 카트 3~4개를 꽉꽉 채워 식자재를 구매해오곤 했다.

조 : 참가 결정을 내리는 건 쉬웠다. 공고를 보는 순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김인범씨가 같이 나간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든든한 지원군이 있는 것 같아 좋았다. 리베카 솔닛(Rebecca Solnit) 작가의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정말 좋은 이유가 없다면 절대로 모험을 거절하지 말자” 뒤돌아보니 내 마음과 딱 맞아떨어지더라.

 

Q. 장기간 항해를 한 만큼 기억에 남는 일도 많았을 것 같다.

김, 조 : 항해 기간에 설날이 끼어 있었다. 동료 선원들에게 설날이 어떤 날인지도 가르쳐주고, 우리끼리 파티를 즐겼다. 외국 선원 중에 파란색과 분홍색 선 스틱을 사용하는 이들이 있어 다 같이 얼굴에 태극마크를 그리고 놀기도 했다. 마침 비슷한 시기에 ‘번스나이트(Burns Night)’라는 스코틀랜드 기념일도 끼어 있었다. 그래서 그 친구들과 스코틀랜드 국기를 그리고 전통 빵도 만들어 먹었다. 두 문화권의 기념일을 한꺼번에 챙긴 일이라 더 기억에 남는다.

적도를 통과하던 일도 기억에 남는다. 뱃사람들한테는 적도를 통과하는 게 의미가 크다. 바다에 죄를 지은 인간들이 적도를 통과하며 죄를 씻고 바다의 신 넵튠의 부하가 되는 행사를 지낸다. 각자 원하는 분장을 하고 즐기는 핼러윈 같은 파티다. 우리나라에서 바다의 신은 용왕이니까 우리는 별주부전의 토끼와 자라로 분장했다. 그다음 모든 선원이 넵튠 분장을 한 선장 앞에서 재판을 받는 연극을 한다. 재판이 끝나면 그날 남은 음식을 죽처럼 끓여서 몸에 바른다. 그렇게 죄를 씻고 용왕의 충직한 신하가 된다는 뜻이다. 이런 이색적인 문화 행사들이 기억에 남는다.

뿐만 아니라 매일 밤하늘에는 별들이, 파도에는 형광빛 플랑크톤이 반딧불처럼 반짝이는 광경, 달무리가 지는데 돌고래 무리가 점프하는 광경, 날치들이 날아오는 광경은 정말 최고였다.

 

Q. 지금껏 요트를 타면서 어떤 것들을 배우고 느꼈는지 궁금하다.

조 : 일단 큰 요트를 타게 되면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혼자서는 돛을 조금 움직이는 것도 못 하다 보니 팀워크의 중요성을 24시간 내내 느낄 수 있다. 또 바다에 나가면 우리에게 어떤 날씨가 다가올지 모른다. 일기예보가 있다지만 국지 기후는 예보로 알기 힘들기 때문에 자연이 무언가를 내줬을 때 그것을 잘 이용할 수 있는 비결을 깨닫는다. 자연과 함께 하는 법을 배운 셈이다.

김 : 대양 항해가 쉽지는 않다. 식사도 만족스럽지 못하고 밤에도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러나 그걸 이겨낼 수 있다는 게 재밌다. 아침에 일어나서 갑판에 올라오면 펼쳐지는 장관이 모든 것을 이겨낼 힘을 준다. 또 인생의 교훈들이 맞아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으려면 준비를 해야 한다는 교훈이 적용되더라. 내가 바람을 받을 준비가 돼 있어야 바람이 불어왔을 때 이용할 수가 있다. 그런 식으로 예상치 못한 것에 언제나 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걸 배웠다.

 

Q. 요트라는 스포츠가 우리 사회에 어떻게 녹아들었으면 하는가.

김 : 우리나라는 요트를 타기 좋은 환경이다. 삼면이 바다에 접해 있고, 한강도 꽤 넓다. 요트를 대여하거나 강습 받을 수 있는 점포들도 많다. 다만 홍보가 부족하고 돈이 많이 든다는 편견이 있어 발전이 더디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봐준다면 이 문화도 더 발전하지 않을까 싶다. 모두 한 번쯤 요트라는 스포츠를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 작은 요트는 다루기도 쉽고 금방 배운다. 이미 구축돼있는 인프라를 적극 활용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조 : 자동차 드라이브를 즐기듯이 접했으면 좋겠다. 이미 우리나라에는 배를 이용한 레저 문화가 활성화돼 있다. 배낚시를 즐기는 것처럼 요트를 바다를 즐기는 하나의 방법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세일링(sailing) : 돛의 표면을 흐르는 바람에 의해 발생하는 양력을 주요 동력으로 활용해 해상을 질주하는 행위

**마리나항 : 요트나 레저용 보트의 정박 시설과 계류장, 해안의 산책길, 상점 식당가 및 숙박 시설 등을 갖춘 항구

 

 

글 박진성 기자
bodo_yojeong@yonsei.ac.kr
김수영 기자
bodo_inssa@yonsei.ac.kr

사진 정여현 기자
jadeyju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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