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사용 권한 두고 단체 간 갈등 심화돼

지난 21일 아침 6시경 총학생회(아래 총학)는 총여학생회실로 사용되던 학생회관 324호를 폐쇄 조치했다. 총학은 학생회관 324호에 대집행영장을 붙여 폐쇄 이유를 밝혔다. 이후 23일과 28일 총여학생회(아래 총여)가 두 차례 반박 대자보를 게시하면서 공간 사용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총여학생회, 그동안 무슨 일이?

 

학생회관 324호에 대한 논쟁은 지난 학생총투표(아래 총투표) 직후 시작됐다. 지난 2018년 12월 10일 ‘총여학생회 폐지위원회’는 비상대책위원장 박요한(신학/경영·16)씨에게 ‘연세대학교 총여학생회 폐지 및 총여 관련규정파기, 후속 기구 신설의 안’을 전달했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칙」(아래 회칙) 제19조 제1항*에 따라 해당 안건은 56대 1차 중앙운영위원회(아래 중운위)에 상정됐다.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회의 끝에 중운위가 총투표 실시를 의결함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는 12월 18일 총투표 실시를 공고했다. <관련기사 0호, ‘중운위, 약 26시간의 논의 끝에 총투표 실시 의결’> 총투표는 2019년 1월 2일부터 4일까지 사흘간 진행됐으며, 투표율 54.88% 중 78.92% 찬성으로 해당 안건은 가결됐다.

총여 폐지가 결정되면서 총여학생회실로 사용되던 학생회관 324호의 공간 사용에 대한 문제도 새롭게 제기됐다. 공간에 대한 논의가 총투표에 포함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다. 사용 권한을 두고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지난 2019년 5월 31일 54대 총학 <Flow>는 학생회관 324호 출입문에 ‘공간용도 변경 안내문’을 부착했다. 총학은 안내문을 통해 2019년 6월 9일까지 개인 집기를 정리할 것을 요구했으나, 총여는 간식 행사와 ‘릴레이 공부하기’ 행사를 진행하는 등 학생회관 324호 사용을 지속해왔다.

 

총여 “대화가 먼저”
vs
총학 “퇴실이 먼저”

 

학생회관 324호 사용 논란은 55대 총학 <Mate>의 대집행으로 다시 한 번 불거졌다. 총학은 21일 학생회관 324호의 출입문을 자물쇠로 봉쇄하고 대집행영장을 부착했다. 그로부터 2일이 지난 23일, 총여는 ‘그러라고 있는 총학생회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각각 학생회관 324호와 총학생회실 출입문에 붙여 폐쇄조치에 유감을 표했다. 해당 공간을 두고 총학과 총여는 ▲소통 과정 ▲공간 관리 주체 ▲향후 사용 계획 등에서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먼저 소통 문제가 화두에 올랐다. 총여는 대자보를 통해 “학생복지처(아래 학복처) 중재 하에 총학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12시간도 되지 않아 예고 없이 폐쇄조치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30대 총여학생회장 이민선(신학·16)씨는 “일주일 전에도 총학에 중재자가 배석한 면담을 요청했으나 답변 없이 폐쇄조치가 이뤄진 것은 거절과 다름없다”며 “이는 총학이 1월 면담 당시에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을 2개월 만에 번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학복처를 통한 총여의 면담 요청을 총학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반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씨는 “여전히 총학과 대화를 통해 학생자치의 틀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총학은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퇴실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퇴실이 선행되지 않는 이상 추가적인 대화는 비생산적이라는 것이다. 총학생회장 권순주(기계·16)씨는 “총여의 입장은 학복처를 통해 반복적으로 전달받았고 총여와 면담도 진행했다”며 “지속적인 의견 교환에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권씨는 “총여가 우리대학교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총투표의 결정도 부정하는 상황에서 학생자치를 논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간 관리 주체에 대한 이견도 있었다. 총여는 총학의 폐쇄조치가 월권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기본적으로 공간 사용 권한을 규정하고 집행하는 것은 학교 부처”라며 “강제 집행이 총학의 권한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간관리규정」 제4조 제1항**에 따르면 공간의 활용은 주무 부처의 관리에 따른다. 이에 학복처 학생지원팀 황재훈 차장은 “자치 공간 사용에 관한 의사결정은 학생단체 간 합의를 바탕으로 학복처에서 내린다”며 “학생회관 324호에 대한 학복처의 원칙적인 입장은 공용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황 차장은 “다만 총학에 권한을 위임한 사항은 학생회관 324호의 대관 신청 및 승인에 관한 사항에 한정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총학은 학생회관 324호의 폐쇄는 총학의 당연한 권한이라는 입장이다. 권씨는 “지난 2019년 5월 9일 학복처로부터 학생회관 324호를 자치단체 회의실로 사용할 것을 승인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권한이 대관 사업에 한정된다는 점에 대해서도 “대관 관련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당 공간이 비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향후 학생회관 324호 이용 계획에 대해서도 양측의 의견이 엇갈렸다. 총여 측은 해당 공간을 인권자료도서관(아래 인권도서관)으로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씨는 “대자보에서 밝혔듯 인권도서관을 운영하고자 학복처와 총학에 사업계획서를 공유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에 황 차장은 “지난 2~3월 해당 공간의 인권도서관으로의 용도 변경에 관해 총여와 논의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다른 학생단체와의 논의 없이 총여 측의 요청만으로 진행할 수는 없었다”고 전했다. 총학은 퇴실 후 심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씨는 “공간의 사용 방향을 결정하는 데 이전 사용자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해당 공간을 이용하고자 하는 다른 단체에 동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치지 않는 논쟁, 해결의 실마리는?

 

총여와 총학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 기저에는 지난 총투표 결과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이 있다. 총학은 총여가 이미 총투표 이후 해산됐다는 입장이다. 총여의 존립을 보장하던 회칙이 총투표 이후 개정됐기 때문이다. 권씨는 “당시 총여 구성원들이 다시 규합해 같은 이름으로 활동하는 것은 막을 사안이 아니다”라며 “그러나 총학생회칙 기구로서 인정받았던 권리나 권한은 총투표 이후로 모두 내려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총여는 대자보를 통해 총여가 자치단체로서 여전히 남아있음을 밝혔다. 총여라는 단체가 총투표에 의해 회칙에서 삭제된 것은 사실이나, 이것이 곧 자치단체로서의 기능 상실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씨는 “우리도 학교의 울타리 안에 있는 자치단체”라며 “총학이 그토록 빨리 우리와의 대화를 단절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씨는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공간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총학이 할 일”이라며 “여전히 대화의 여지가 열려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학복처는 두 단체 사이의 입장 차를 좁히기 위한 중재자 역할에 힘쓰고 있음을 밝혔다. 황 차장은 “원인과 이유를 불문하고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원만하게 타결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총학과 총여는 공간에 대한 논의를 위해 지난 1월 면담을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그 후에는 관련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화 없는 긴장 속에서 양측이 원만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제22조로 개정됨
**「공간관리규정」 제4조 제1항 : 모든 공간의 신설, 배정, 사용, 변경, 조정, 회수, 처분, 용도 지정 권한은 총장에게 있으며, 주관부서의 중앙관리 하에 공동으로 사용함을 원칙으로 한다.

 

 

 

글 김수영 기자
bodo_inssa@yonsei.ac.kr
이현진 기자
bodo_wooah@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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