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차 맞이한 UIC, 여전히 난항 중

지난 2005년 설립된 언더우드국제대학(UIC)은 ▲전면 영어강의 ▲인문학 중점의 소수정예 강의 등을 내세우며 큰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이후 수업 전반과 소통에 대하 불만이 UIC 내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UIC, 독창적인 융합교육 모델

 

▶▶융합형 교육을 추구하며 창립된 UIC.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며 난항을 겪고 있다.

 

UIC는 미국의 ‘Liberal Arts College’(아래 LAC)를 한국화해 도입한 우리대학교 내 단과대다. UIC 이후 가천대 등 국내대학에서 유사한 형태의 교육모델을 도입했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LAC는 낯선 개념이다. 류일화(CDM/아동가족‧17)씨는 “주위 사람들이 UIC의 구조나 전공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며 “UIC라고 하면 보통 국제학과나 외교통상학부 정도로 생각하고, CDM(문화디자인경영)이라고 하면 일반 경영학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타과 학생뿐 아니라 UIC 재학생들 역시 단과대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다. 박진혁(STP/생공‧18)씨는 “UIC 체제를 외부인에게 설명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재학생들도 이를 완벽하게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LAC는 인문사회 교육에 초점을 맞추며 학과 간 경계가 낮고 소수정예로 강의가 운영된다. 전공 교육보다는 인문사회 교육에 집중한다는 LAC 교육 철학에 따라, LAC 학생들은 졸업 이수학점의 절반 이상을 인문사회 관련 강의로 채운다. 미국의 경우 하나의 대학 전체가 LAC로 운영되는 것이 보편적이나 UIC는 학교 안의 작은 학교와 같은 형태로, 우리대학교 내 하나의 단과대로 자리 잡았다. LAC의 인문학 중심 커리큘럼을 따라 UIC도 ‘Common Curriculum’(아래 CC)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졸업 이수학점인 126학점 중 계열별로 최소 37학점에서 최대 46학점까지를 CC강의로 채워야 한다. UD의 경우 CC 이수학점은 최대 46학점으로, 전공 이수학점인 42학점보다 높다.

UIC는 LAC의 한계점으로 꼽히는 약한 전공 교육 문제도 보완하도록 설계돼 있다. UIC 학장 성태윤 교수(상경대·금융경제학)는 “UIC는 우리대학교의 월등한 교육체계를 바탕으로 전공 교육이 약한 LAC를 보완한 새로운 교육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인문학 교육에 집중하는 기존의 LAC와 달리, UIC는 우리대학교 각종 단과대의 교육‧연구 인력을 활용해 전공 교육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전공 간 진입 장벽이 낮고 융합형 교육을 추구한다는 점 또한 UIC의 큰 특징 중 하나다. UIC 내에서 전공 변경 1회라는 횟수 제한이 있기는 하나, 선발 인원이 정해져 있지 않고 별도의 선발 절차도 없다. 복수전공에도 제약이 없다. UIC 내에서 비교적 신생학부인 HASS와 ISE에는 통계와 경제를 융합한 QRM(계량위험관리), 신소재공학과 나노공학을 접목한 NSE(나노과학공학) 등과 같은 독창적인 융합 학과들이 있다.

 

끊이지 않는 불만, ‘수업부족’

 

UIC의 이상적인 목표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수업 부족 및 수강신청의 어려움을 꾸준히 토로한다. 근본적인 이유로 ▲전공별 정원 무제한 ▲전임교원 부족 ▲높은 수강신청 최대 마일리지가 꼽힌다.

UIC 내에서 전공 선택에 제한이 없다는 점은 UIC만의 장점이지만, 동시에 수강신청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전공별 정원이 없어 학생들이 특정 학과로 쏠리기 때문이다. CTM 학생회장 정광원(CTM‧19)씨는 “HASS 학생의 25% 정도가 CTM에 소속돼 있지만 전공 수업 수는 타 전공과 비슷하거나 1~2개가 많은 정도”라며 “전공 규모에 비해 열리는 수업 수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UIC 부학장 이헬렌 교수(UIC‧일본문학)는 “학생들의 수요는 사회적 분위기 등 여러 요소에 의해 꾸준히 변한다”며 “HASS에서 한 때는 CDM(문화디자인경영)이, 최근에는 CTM(창의기술경영)이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그러나 선호에 따라 전공을 바꾸거나, 고학년까지도 전공을 확정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아 수업을 계획하는 입장에서 사전에 수요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학교 측은 쏠림현상이 오히려 학생들의 복수전공을 유도해 UIC의 융합 교육 철학을 실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성 교수는 “하나의 전공만 공부하면 수업 수가 모자란다고 느낄 수 있다”며 “그러나 UIC가 융합 교육을 추구하는 만큼 본 전공과 연계 가능한 다양한 전공 강의를 듣는다면 수업도 부족하지 않고 UIC의 목적 또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UIC 전임교원이 부족하다는 점 역시 오랜 문제로 지적돼왔다. <관련기사 1800호 1면, ‘언더우드 국제대학만의 정체성, 확립됐나’> 지난 2019학년도 2학기 기준 UIC 전임교원은 41명으로,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48.7명 정도다. 경영대와 문과대가 각각 15.8명, 14.5명인 것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높은 수치다. UIC는 문제 해결을 위해 내부겸직 교원제도*를 시행해 2019년도 2학기 기준 33명의 내부겸직 교원이 UIC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2천500명이 넘는 UIC 규모에 비해 그 수가 여전히 적어 강의가 부족한 상황이다. 성 교수는 “UIC 커리큘럼에 적합하면서도 높은 연구실적을 갖춘 교원을 선발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며 “신생 단과대이다 보니 교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나 꾸준히 교원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수강신청 시 UIC 과목에 설정돼있는 높은 최대 마일리지 값이 수강신청을 더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학과 학제를 따르는 Econ(UIC경제학)을 제외한 대다수 UIC 전공필수 강의와 CC강의는 최대 마일리지 값이 36이다. 학생들은 수강신청에 실패할 경우 안게 될 기회비용이 크고, 전공 강의 수강신청에 성공한다 해도 남은 마일리지로 타 단과대 강의나 교양 수업을 신청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IID(정보인터랙션디자인) 재학생 A씨는 “모든 전공 수업, 특히 전공필수 강의는 대부분 36 마일리지를 넣어야만 수강할 수 있다”며 “최대 마일리지를 넣었지만 수강에 실패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전공에 많은 마일리지를 배분하고 나니 남은 마일리지로는 인기 교양강의를 듣기 어려워 마음에 들지 않는 수업을 들어야만 했다”고 덧붙였다.

CC과목 중 하나인 UIC 세미나 수업도 수강신청 때마다 불만이 터져 나온다. 세미나 과목은 주로 3, 4학년이 수강하는데, 졸업이 임박한 시기에 불안한 수강신청은 학생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선다. 졸업을 앞둔 UIC 재학생 B씨는 “세미나는 졸업하기 위해 꼭 들어야 하는 과목임에도 강의 자체가 너무 적게 열린다”며 “매번 경쟁이 치열해 높은 마일리지를 배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졸업예정자 C씨 또한 “세미나는 36 마일리지를 넣지 않으면 수강신청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며 “심지어 36을 넣어도 이수학점 등에 밀려 수업을 못 듣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UIC 행정실 정대식 팀장은 “세미나 수업마다 사전에 정원의 10% 내외의 여석을 확보하도록 해 졸업 예정인 학생들이 추가로 수업을 신청할 수 있게 해왔다”며 “교수의 승인을 받은 청원서를 제출하면 추가신청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수강 신청의 불편함에 대해 이 교수는 “학생들이 마일리지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는 인지하지 못했다”며 “최대 마일리지 값을 낮춰 학생들의 수강신청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단절된 학생과 학교, 가중되는 혼란

 

단과대 내 소통 창구가 없어 ▲학사 관련 안내사항 ▲프로그램 홍보 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UIC는 커리큘럼 자체가 생소한 데다 학기별로 학사 변경이 잦아 공지사항 전달이 매우 중요하다. 가령, 지난 2019학년도부터 기존의 3계열 5학부 16전공 체계가 3학부 16전공 체계로 변경됐다. 기존의 3계열을 3학부로 변경하면서 HASS계열에 속해있던 TAD‧ISSD‧AS학부가 하나의 HASS 학부로 통합됐다. 이에 단일학과 학부였던 AS를 제외한 ISSD와 TAD 학생회가 해체되기도 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학생들과의 협의나 공지는 없었다고 말했다. 2018학년도 ISSD 학생회 집행부원이었던 박씨는 “학교와 학생 간 협의가 전혀 없었다”며 “변화에 대한 공지조차 이뤄지지 않아 아직도 이를 모르는 재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UIC 내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그램 역시 홍보가 되지 않아 학생들이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UIC에서는 ▲UIC 글쓰기센터 ▲UIC 수학 및 과학 학습지원 센터 ▲UIC 경력개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각각 영어 작문과 수학·과학 역량을 높이고 학생들의 진로와 취업에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그러나 UIC 학생들은 이런 혜택을 체감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안세훈(QRM‧16)씨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존재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아 그 혜택을 누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으로 학생들은 단과대 내 소통 단절을 꼽는다. 복잡한 체계와 운영 방식으로 학생들이 혼란을 겪지만 제대로 된 정보를 구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권동민(Econ‧19)씨는 “학내 커뮤니티 게시판만 봐도 학생들이 얼마나 불만이 많은지 알 수 있다”며 “이야기할 창구가 없어 불만을 호소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UIC는 소통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1년 ‘Student Ambassador’라는 홍보대사를 새로 만들었지만, 현재 활동하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 2년간 단과대 학생회 없이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면서 소통 문제는 더욱 심화된 상태다. UIC 비대위원장 김현준(NSE‧18)씨는 “공지 전달을 위해 노력은 하고 있지만 비대위 체제로는 한계가 있다”며 “필수 전달사항 이외의 정보를 모두 전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학생들은 학과 내 단체 채팅방이나 학교 홈페이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학생들은 해당 채널이 학교의 결정 사항을 일방적으로 공지하기만 해 학생과 학교 간 소통 및 학생의 의견 피력에는 제한이 있다고 말한다. 성 교수는 “학생들이 학교와 소통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인지했다”며 “소통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UIC는 독자적인 교육체계로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이 교수는 “UIC는 최근 우리대학교 내에서 최초로 CK사업**을 유치했고, 매년 세계적인 명문대와 MOU를 맺는 등의 대외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며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대학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UIC가 현재 당면한 문제를 잘 해결해 최고의 글로벌 교육 기관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내부겸직 교원제도: 개설강의의 일정 지분은 UIC에서 개설하겠다는 조건을 달고 교원을 채용하는 제도. 이를 통해 채용된 내부겸직 교원 (Affiliated Faculty)는 행정적으로는 타 단과대 소속으로 합산되지만, 일정량 UIC에 강의를 개설할 의무가 있다.

**CK사업 : 지역사회 수요에 기반해 대학의 강점 분야를 특성화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학부 지원 사업

 

 

 

글 변지현 기자 
bodo_aegiya@yonsei.ac.kr
김수영 기자
bodo_inssa@yonsei.ac.kr

사진 박민진 기자
katarin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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