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개최예정인 도쿄 올림픽의 취소 혹은 연기를 둘러싸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세계스포츠선수들과 각국 시민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손익계산서의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스포츠를 통한 페어플레이 정신 발휘와 세계 인류의 친선과 평화 도모라는 올림픽 정신을 내세우며 만전의 준비를 했던 일본 정부와 올림픽 관련자들에게는 쉽지 않은 결론이다. 개최하지 않을 경우 투자 손실은 수십조에 달하며 참가선수들의 정신적 피해 정도는 헤아릴 수조차 없다고 한다. 

이런 개최 논란은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한 것임을 모두가 알고 있다. 만일 4개월 후에 사태가 진정된다면, 코로나의 위기를 극복한 뒤에 펼쳐지는 세계 인류의 축제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각국의 코로나 감염의 급속한 추세, 백신 개발을 수개월 후로 전망하는 의학계의 어두운 전망으로 보아, 이는 희망고문에 불과하다. 

아베 일본정부의 결단을 방해하는 또 다른 원인이 있다. 일본정부는 올림픽 개최 명분으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위기 극복, 일본의 위상을 높였던 1964년 도쿄올림픽 영광의 재현을 내세우면서 수년간 선전효과에만 치중해왔다. 하지만 이웃한 한국 언론계에서 우려하고 있듯이, 도쿄 주변 경기장이나 숙소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세슘 농도가 대기 중이나 대지의 표면에서 기준치의 수십배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피해는 최대 원전사고였던 러시아 체르노빌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올림픽 개최로 인해 장기적으로 보이지 않는 치명적 질환을 유포한다는 점에서 코로나 19의 위험성보다 훨씬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화해와 평화를 추구하는 올림픽 정신을 찾아볼 수 있을까.   

매년 3월 개최되는 도쿄 마라톤 대회는 각기 다른 색의 피부와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세계시민축제로 매년 기획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에는 소수의 마라톤선수에 국한돼 조촐하게 치뤄진 바 있다. 도쿄올림픽이 세계시민의 축제가 될 것인지 아니면 세계적인 감염병 후유증에 시달릴 것인지 미리 결론을 내야한다. 경제 손익과 국익을 내세우는 국제스포츠 이익단체와 일본 정부의 욕망에 참가선수단과 시민의 안전이 희생될 수 없다. 이런 원칙에서 올림픽 포기 선언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이것이야말로 올림픽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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