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학생증 이모저모, 그리고 새 학생증까지

우리나라의 고등학생들은 대부분 혹독한 수험생활을 거쳐 대학교에 입성한다. 그들이 갑갑한 한 칸짜리 책상을 벗어나, 비로소 대학생이 됐다고 실감할 때는 언제일까? 내 얼굴과 이름, 그리고 연세의 상징이 선명히 찍힌 학생증을 손에 쥐는 순간이 아닐까. 2020학년도 1학기부터 학생증 디자인이 바뀐다. 학생증의 재탄생을 기념해, 우리대학교 학생증의 A to Z를 준비했다.

 

해시태그로 살펴보는 학생증

 

#그땐_그랬지

까마득한 30여 년 전 우리대학교 학생증은 어땠을까. 익명을 요청한 문과대 L교수가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L교수는 “당시 많은 학생이 외상 할 때 가게에 학생증을 맡겼다”고 전했다. 외상이라니, 오늘날 신촌 거리에서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L교수는 “독수리다방 건너편 가게 주인들은 학생들의 얼굴도 속속들이 알았다”고 정겨운 나날을 회상했다. 아쉽게도 외상 거래에서 학생증의 위상에도 말로가 찾아왔다. 외상값을 갚는 대신 학생증을 포기해버리는 학생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L교수는 “어느 날 학생증을 내고 외상을 하려고 했더니 가게 주인이 고개를 저었다”며 “가게에 연대생들이 찾아가지 않은 학생증이 수천 개가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나도_있다_학생증

여기, 학생증을 받은 특별한 존재가 있다. 바로 시각장애인 안내견 ‘눈송’이다. 눈송이는 지난 2019년 4월 17일 명예학생증 전달식에서 안내견 최초로 공식적인 우리대학교 학생이 됐다. 종합서비스센터 행정팀 백기범 부장은 “실질적으로 눈송이 학적에 등록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안내견의 날을 맞아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와 우리대학교 홍보팀이 기획한 행사의 일환이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관계자는 “학생증은 같은 공동체 구성원임을 보여주는 상징”이라며 “안내견이 우리와 함께 생활하는 사회적 생명체임을 알리고자 했다”고 행사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어디까지_가고_싶니

학생증으로 우리대학교 시설만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학생증만 있으면 서강대·이화여대·홍익대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으니. 우리대학교 학술정보원은 별도 신청을 받아 고려대 도서관 이용증도 배부한다. 고려대 도서관 출입을 신청한 김연중(QRM‧18)씨는 “고려대 도서관을 이용해보고 싶어 신청했다”며 “집이 고려대에 가까운 학생들에게 유용한 혜택이다”라고 말했다. 학술정보원 관계자는 “매년 천 명 정도의 학생이 신청한다”며 “코로나19 사태 추이를 지켜본 뒤 올해도 신청을 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우리_학생증은_복덩어리

학생증을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학내외에서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백양누리에 있는 ▲파리바게트 ▲샐러디, 제4공학관 ▲마호가니, 세브란스 병원 내 ▲공차 ▲본죽 등의 매장에서는 학생증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총학생회(아래 총학)에서도 혜택 확대 사업을 지휘하는 중이다. 55대 총학 <Mate>는 54대 총학 <Flow>의 ‘Flow-ship’을 확장한 ‘Mate-ship’ 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신촌 인근 상점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사업을 학생증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총학생회장 권순주(기계·16)씨는 “‘Flow-ship’은 별도의 카드가 있어야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수혜자가 많지 않았다”며 “학생증만으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여러 가게와 협의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이 만들고 학생이 뽑은 새 학생증

 

남색과 무채색의 대조가 두드러지는 단정한 디자인, 지난 2019년까지 우리대학교 재학생들이 사용해온 학생증이다. 그러나 정겨운 지난 모습은 잊어라. 이번 2020학년도 1학기부터 새 학생증이 배부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학생증 디자인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새 학생증 디자인 표본

 

새 학생증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대외협력처 대외협력팀 전제은 직원은 “김용학 전임 총장이 떠나기 전 학생들에게 좋은 선물을 주고 싶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백 부장은 “연세인의 자긍심과 멋을 드러내는 학생증을 만들어야겠다는 협의가 있었다”며 “학생들이 주체가 된 학생증을 만들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지난 2019년 12월 2~11일까지 ‘학생증 디자인 공모전(아래 공모전)’이 개최됐다. 공모전에는 무려 141개의 디자인이 제출됐다.

열화와 같은 참여 속 지난 2019년 12월 13일, 1차 심사가 진행됐다. 학생대표자, 학교 관계자, 우리은행 관계자 등이 본관에 모여 머리를 모았다. 1차 심사에서 추려진 8개 디자인이 2차 심사대에 올랐다. 2차 심사는 신촌‧국제‧미래캠 학생들과 교직원 모두를 대상으로 한 투표 형식으로 진행됐다. 나흘간의 투표기간 동안 총 9천851명이 응답했다. 이 중 최다 득표수인 4천656표를 받은 김진희(의류환경‧15)씨의 작품이 최종 선정됐다.

평소 취미로 디자인을 해 온 김씨는 여러 가지 시안을 만들고 주변에서 가장 선호했던 것을 공모전에 제출했다. 김씨에게 공모전은 도전이었다. 김씨는 “디자인에 서툴러 학생증 속 다각형을 일일이 다 그려 넣었다”고 털어놨다. 김씨의 이 같은 노력 끝에 연세에 길이 남을 디자인이 탄생했다. 김씨는 “졸업을 앞두고 학교에 뭔가를 남기게 돼 기쁘다”며 “실물로 제작된 학생증을 보고 싶다”는 기대를 드러냈다.

 

새 학생증, 언제쯤 만날 수 있나요?

 

학생이 직접 디자인하고 선택했지만, 정작 신입생들의 손에는 학생증이 없는 웃지 못할 상황도 발생했다. 코로나19 사태 때문이다. 온라인강의 기간이 연장되면서 학생증 배부 역시도 거듭 연기됐다. 지난주까지 새 학생증은 신입생을 대상으로 3월 30일부터 배부가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백 부장은 “비대면‧온라인 강의가 4월 10일까지 연장됨에 따라 학생증 배부도 4월 셋째 주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다음 주 중에 구체적인 일정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대학교 학생이라면 누구나 처음 학생증을 쥐고 벅차하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황효근(철학·19)씨는 1년 전 이맘때를 회상하며 “학생증에 붙은 우리대학교 마크를 보니 대학생이 됐다는 게 실감이 났다”며 “소속감이 생겨 우리대학교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뿌듯함까지 느꼈다”고 전했다. 그렇기에 수차례 연기되는 배부 일정에 가장 애가 타는 것은 단연 신입생이다. 강병욱(독문‧20)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지망하던 연세대였다”며 “하루빨리 학생증을 받고 싶다”고 설레는 마음을 내비쳤다.

새로운 디자인의 학생증은 재학생들 사이에서도 화제다. 예쁜 새 학생증, 신입생들만 가지라는 법은 없다. 백 부장은 “새 학생증을 원하는 재학생도 발급받을 수 있도록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 학생증이 학생들의 품에 안길 날이 머지않았다. 특히 이번 학생증은 학생의 손에서 빚어졌기에 의미가 색다르다. 새로운 학생증과 함께할 학생들의 미래가 기대된다.

 



글 변지현 기자
bodo_aegiya@yonseia.ac.kr
이현진 기자
bodo_wooah@yonsei.ac.kr

사진 박민진 기자
katarina@yonsei.ac.kr
그림 이현진 기자
bodo_wooah@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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