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학생회비의 고질적인 문제를 파헤치다

각 학과 학생회는 매년 학기 초 학생회 운영과 각종 행사, 복지사업에 사용될 학과 학생회비(아래 과비)를 걷는다. 그러나 과비에 대해 ▲책정과 내역 설명 미흡 ▲4년 치를 걷는 방식 ▲이관 및 환불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내가 낸 과비,
어떻게 사용되고 있나

 

학과 학생회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과비를 걷는다.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 ▲국어국문학과(17만 5천 원) ▲인문과학부 소속 학과(17만 원) ▲디자인예술학부(18만 원) ▲자연과학부 소속 학과(20만 원) ▲생명과학기술학부 소속 학과(19만 5천 원) ▲사회과학부 소속 학과(17만 원) ▲경영학부(14만 원) ▲환경공학부·임상병리학과(21만 원) ▲의공학부·패키징학과(23만 원) ▲보건행정학과·컴퓨터정보통신공학부(25만 원) ▲물리치료·작업치료·방사선학과(24만 원)는 4년 치 과비를 한 번에 납부받는다. 이외 ▲EIC·GED(2만 5천 원) ▲원주의과대 소속 학과(1만 원)는 학기 단위로 과비를 납부받는다. 과비는 대체로 4년 기준 10만 원 중반대에서 20만 원 초반대로 형성돼있다.

학생들은 ▲과비에 대한 설명 부족 ▲납부 방식 등을 이유로 과에 불만을 표해왔다. 우선, 학생들 사이에서 과비 책정 기준과 사용 내역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대부분 학과는 과비를 전년도와 동일하게 책정하며, 구체적인 책정 기준을 공지하지는 않는다. 학생들은 과비 책정 기준과 사용 내역에 관한 설명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유태(과기수학·19)씨는 “학생회비 20만 원이 어떻게 책정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 한채윤(인예영문·18)씨는 “과비 납부 전 대략적인 예산안으로라도 그 쓰임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 일부 학과 회장들은 “과비를 전년도와 비슷하게 책정하거나 동결한다”며 “한 해에 예정된 행사를 기준으로 책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과비의 거래 명세도 알기 어려운 구조다. 대부분 학과에서 과비의 사용 내역은 사본·원본 없이 간략한 형태로만 제공된다. 이는 일반 학생들이 정확한 사용 내역을 파악하기 어렵게 한다. 송시온(화학및의화학·19)씨는 “종강총회에서 보여주는 자료 이외에 실제 영수 내역은 알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과비 정보 제공과 관련해 패키징학과 비상대책위원장 이남걸(패키징·16)씨는 “학생들이 구체적인 사용 내역 열람을 요청하면 공개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며 “아직 요청은 없었다”고 답했다.
 

4년 치 과비를 한 번에 납부하는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현재 미래캠 내 ▲EIC ▲GED ▲원주의과대 소속 학과를 제외한 모든 학과에서는 과비를 학기·연 단위로 걷지 않고 4년 치를 일괄적으로 걷는다. 한씨는 “10만 원 후반에서 20만 원 이상의 금액은 신입생에게 부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씨는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MT비나 개강 및 종강총회비 할인 등을 통해 과비 혜택을 체감한다”며 “그러나 고학년이 될수록 학과 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확률이 커 4년 치 혜택을 누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생명과학기술학부 비상대책위원장 주예은(생명과학기술학부·19)씨는 “과비를 1년 단위로 걷게 되면 학년마다 책정되는 과비가 달라진다”며 “또 한 장부를 학년으로 구분해 내역을 기입하면 정리·관리 과정에서 혼잡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정감사 시 실수 유발 방지를 위해 4년치를 한 번에 걷는다”고 말했다.

 

임시 분반에 내는 과비,
다른 학과로 진입하면?

 

대부분 학과의 모집단위가 학부 체제인 미래캠은 과비 이관에서 문제를 보이기도 한다. ▲인문과학부 ▲자연과학부 ▲사회과학부 신입생은 학번에 따라 임시 분반을 배정받는다. 신입생은 모집단위가 인문과학부일 경우 영어영문·역사문화·철학과로, 자연과학부일 경우 수학·물리·화학및의화학·정보통계학과로, 사회과학부일 경우 경제·글로벌행정·국제관계학과 중 한 학과의 학생으로 소속된다. 4년 치 과비도 해당 분반에 납부한다.
 

하지만 인문과학부와 사회과학부의 경우, 신입생의 임시 분반과 진입할 전공 학과가 달라도 과비는 진입 학과로 이관되지 않는다. 대신 이들은 진입 학과의 납부자로만 처리된다. 이로 인해 신입생과 학과 학생회는 골치를 앓는다. 신입생은 1학년 당시에 자신이 어떤 전공을 선택할지 몰라 납부를 망설이기 때문이다. 과비 납부율이 낮은 학과의 학생회도 타 분반 납부자가 진입하면 이들에게 과비 혜택을 그대로 적용하기에 재정적으로 부담이 된다. 글로벌행정학과 소속 A씨는 “입학 초 임시 분반과 전공으로 선택할 학과가 달라 과비 납부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경제학과 학생회장 이찬희(정경경제·15)씨는 “학과별 비용 차이로 인한 문제는 예방하고 있다”며 “임시 분반 때 납부한 과비는 다른 학과로 진급 시 이관되지 않아 단과대 협의를 통해 세 학과의 과비를 동일하게 책정했다”고 전했다.
 

자연과학부는 과비 이관을 협의한 상태다. 과기대 학생회장 김경훈(컴정공·15)씨는 “1차 단과대 회의에서 자연과학부가 과비 이관 안건을 제시했다”며 “자연과학부 회장단 회의를 통해 임시 분반에서 다른 학과로 진입 시 기존에 낸 과비의 이월금을 진입 학과로 이관하도록 결정했다”고 밝혔다. 과기대는 「자연과학부 학생회칙」을 제정하고 관련 내용을 명시했다. 회칙에 따르면 1년마다 자연과학부 학생회장단 회의를 통해 납부된 과비 중 이월 예정금을 정하고 인원수에 맞게 과비를 이관한다.

 

과비, “환불은 어려워”

 

한 번 납부한 과비는 환불받기도 힘들다. 학생들은 ▲미흡한 환불 안내 ▲환불을 꺼리는 분위기 ▲관련 규정의 부재로 환불을 요청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학기 초 배부되는 과비 공지문에는 환불에 대한 안내가 없다. 한씨는 “과비를 환불받기 위한 절차에 관해 들어본 적이 없다”며 “과비를 환불받고 싶더라도 원활한 학과 생활을 위해 요청을 꺼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대부분 학과에는 과비 환불과 관련된 규정이 마련돼있지 않다. 특정 학과에서는 별도의 규정 없이 퇴학과 같은 특별한 사유에만 환불을 허용하기도 한다. 컴퓨터정보통신공학부 학생회장 이은진(컴정공·18)씨는 “환불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나, 퇴학 시에만 가능하다”고 전했다. GED 학생회장 백승호(GED·17)씨는 “환불 규정이 마련돼있지 않다”며 “이번에 회칙개정으로 세부 기준을 정해 학생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어국문학과 비상대책위원장 이진솔(인예국문·18)씨도 “전례가 없었으나 필요성을 인지하고 현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과비에 대한 학생사회의 여론이 좋지 않다. 지난 2019학년도 2학기 감사위원회의 감사 결과, 25개 학과 중 9개여 학과에서는 영수증 누락과 불명확한 사용처 등의 시정 사항이 보고됐다.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과비에 대한 불만을 담은 글들이 속속 게시됐다. 한편, 학생복지처 학생복지부 문병채 부장은 “각 학생회비 수입 및 지출 내역이 투명하게 관리되도록 노력하겠다”며 “관련 학생회 홈페이지에 공개할 방안을 총학생회와 협의해 모색하겠다”고 전했다. 학생과 학생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과비 운영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글 김소현 기자
smallhyun@yonsei.ac.kr
권은주 기자
silverzo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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