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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산다’, 나도 가능할까?학령기 마친 성인 발달장애인, 평생교육 통해 지역사회에 들어서다
  • 박준영 기자
  • 승인 2020.03.22 18:47
  • 호수 1846
  • 댓글 0

성인이 된다는 것은 자립의 시작을 의미한다. 부모의 통제에서 벗어나 사회에 한 발짝 들어서게 된다. 그러나 자립이 막연한 꿈에 불과한 이들이 있다. 성인 발달장애인은 졸업과 동시에 갈 곳을 잃는다. 비장애인에게는 일상적인 사회생활이 이들에겐 힘든 여정이 된다.

“우리가 평생 돌볼 수 없는데…”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은 어디로 가야 하나

발달장애인 대부분은 특수학교나 특수학급에서 교육과정을 마친다. 졸업이 가까워질수록 부모의 고민은 깊어진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신체와 나이상으로는 성인이 되지만 성인으로 자립할 실질적인 능력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서울시복지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가족 구성원이 성인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기간은 평균 34.4년이다.


이들에게 이토록 오랜 기간 돌봄이 필요한 이유는 주로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에서의 어려움 때문이다. 지난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 18~64세 성인 발달장애인의 75.8%가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경제적 자립 또한 쉽지 않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성인 발달장애인의 고용률은 2019년 기준 27%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대부분 직업재활시설의 보호작업장에서 열악한 조건으로 근무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보호작업장 장애인 노동자의 평균 시급은 2천835원으로, 2018년 최저임금인 7천53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성인 발달장애인은 주거 독립을 꿈꾸기도 힘들다. 이들은 주로 집에서 함께 사는 부모나 형제와 같은 가족에게 보살핌을 받는다. 가족들은 평생 발달장애인을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감과 불안에 시달린다. 지난 2012년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부모 중 41.8%가 여가생활을 완전히 포기했고 52%가 우울증 의심 증세를 보였다. 20대 발달장애인 자녀를 키우는 A씨는 “항상 아이 옆을 지켜야 해서 사회생활은 전부 포기하고 사는 중”이라고 전했다. 발달장애인을 돌보기 위해 생업을 포기하기도 한다. A씨는 “지방이라 주변에 아이를 맡길 시설도 없고 장애활동보조 이용시간마저 한정적이다 보니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돌보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발달장애를 지닌 자녀를 돌보다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도 있다. 지난 2015년 광주에서 아버지가 발달장애를 지닌 아이를 살해한 뒤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유서에는 발달장애인 부모로 살아가는 고통과 자식에 대한 미안함이 가득했다. 이후 발달장애인을 가족이 오롯이 책임지는 현실이 주목받으며 사회가 함께 부담을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장애인이라고 ‘보호’만 받나요?
자립하고픈 성인 발달장애인

그동안 발달장애인은 보호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장애의 기준이 신체기능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장애의 원인을 사회적 환경으로 간주하는 자립 생활 패러다임이 등장했다. 장애인의 자립이 어려운 이유가 부족한 지원서비스와 사회적 장벽이라는 인식이다. 이 관점에 따르면 자립은 모든 것을 혼자 해내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개입을 최소화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과정이다. 행위를 수행할 능력보다 행위를 선택할 결정권에 초점을 두는 셈이다.


이에 발달장애인을 주체적인 사회구성원으로 키우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영등포구장애인체육회 마명주 사무국장은 “발달장애인이 성인이 된 이후 퇴화하지 않기 위한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며 “가족 이외 사회구성원의 도움을 받으며 살 수 있도록 사회화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존의 장애인 시설은 대부분 보호에 초점을 맞춰 운영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주간 보호센터다. 주간 보호센터는 평일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성인 발달장애인에게 복지서비스를 제공해 가족의 부담을 덜어준다. 주간 보호센터는 일상생활조차 힘든 중증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안식처가 됐다. 그러나 주간 보호센터에서 일상생활 지원 외에 사회생활에 필요한 교육까지 기대하긴 어렵다. 지난 2019년 한국장애인개발원이 293개 보호시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의료지원 사업과 식사 제공 사업을 적절히 수행 중이라 답한 비율은 각각 81.1%, 97.2%이었다. 반면 의사소통 훈련과 대중교통 이용 사업은 각각 25.4%, 37.3%만이 ‘적절히 수행 중’이라고 답했다. ‘보호’를 넘어 ‘자립’을 원하는 발달장애인에게는 사회에 나설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제 첫걸음 뗀 평생교육센터,
궁극적 목표는 사회 들어서기

장애인부모연대는 평생교육센터 확대를 요구한다. 평생교육센터는 장애인 돌봄 역할만을 수행하던 기존 복지 시설과 다르게 발달장애인의 자립에 초점을 맞춘 교육기관이다. 평생교육센터는 지난 2019년 기준 서울시 14개 자치구에서 하나씩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 발달장애인은 장애 정도에 따라 직업 및 사회적응 훈련을 받는다. 치료와 교육을 병행해 발달장애인이 사회로 진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평생교육센터의 양적·질적 보완이 필요하다. 우선 1곳의 평생교육센터가 수용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은 30명이다. 발달장애 특성상 시설을 소수 정예로 운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종로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관계자 B씨는 “현재 대기 인원이 20명이라 대기 기간을 예측할 수 없다”고 전했다.


평생교육센터에서 발달장애인의 교육을 담당하는 사회복지사 전문성 역시 문제로 제기된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 없이도 사회복지 자격증이나 학위를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 국장은 “현장에서 발달장애인을 처음 마주하는 사회복지사도 많다”며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복지사의 이해 부족을 우려했다. 사회복지사 사이에서 발달장애인 비선호 현상도 문제다. 마 국장은 “다른 유형의 장애인에 비해 돌봄 업무 강도가 강한 데 비해 급여조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라며 “사회복지사가 전문 인력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급여가 보장돼야 한다”고 전했다.


평생교육센터의 궁극적인 목표는 성인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안착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발달장애인은 지역사회에 속하지 못하고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 구립 도서관, 문화센터 등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발달장애인에게는 예외다. A씨는 “아이의 갑작스러운 행동으로 주변에서 따가운 눈초리가 쏟아질까 봐 이용을 꺼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이용 시설과 경로가 분리되다 보니 장애인은 지역사회에 포함되기 쉽지 않다. 결국, 평생교육센터에서 교육이 이뤄져도 지역사회 협조 없이는 무용지물인 셈이다. 박수경 교수(사과대·장애인복지)는 “발달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지역사회 안에 둬야 한다”며 “정부나 지자체의 의지만 있다면 불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강남평생교육센터는 수서종합사회복지관 내에 있어 복지관을 이용하는 주민들과 만남이 자연스레 이뤄진다.

성인이 됐어도 발달장애인에게 완전한 자립은 꿈같은 이야기다. 어쩌면 평생 주변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집에서 가족의 도움만 받는 것과 지역사회로 나와 구성원들과 삶을 공유하는 것은 사뭇 다르다.. 이들을 위한 선택지를 넓혀줌으로써 스스로 삶을 정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협력과 지원이 절실하다.

글 박준영 기자
jun0267@yonsei.ac.kr

그림 민예원

박준영 기자  jun0267@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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