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코로나19 전염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이를 보도하는 언론의 자세가 주목받고 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과 직결된 감염병 보도에서 정확성보다는 속보에만 몰두하고, 과학적 근거가 충분치 못한 기사로 지나친 국민 불안과 사회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더욱이 4월 총선을 의식한 듯 일부 언론은 ‘우한 폐렴’, ‘대구 코로나’, ‘신천지 사태’ 등 특정 지역이나 종교단체에 대한 혐오성 발언으로 코로나19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선동적 보도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에 직접 노출됐거나 잠재적 위험에 노출된 집단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대단히 선정적이거나 반대로 무관심하다. 예컨대 확진 환자의 동선에 대해 신상털기식 보도나 사생활 침해를 일삼는 보도로 특정 번호의 확진자는 희대의 파렴치범으로 전락했으며, 이에 극도의 불안과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결국 지난 9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서서 필요 이상의 과도한 사생활 공개로 확진자가 비난, 조롱, 혐오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되며, 확진자 정보 공개에 대한 합리적 기준이 마련돼야 함을 강조했다.

특히 언론은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취약하고 위험에 노출된 집단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대부분은 요양원과 정신병동, 여타 사회복지시설의 입소자들이다. 이들은 신체적·정신적 질환으로 오랫동안 소외된 삶을 살다가 영문도 모르는 죽음을 맞이했다. 또한 “미싱 밟고 실밥 따던 옛날의 공장”노동자로 비유되던 콜센터 직원들은 최근 집단 감염에 노출됐다. 이들은 고객의 폭언과 성희롱 속에서도 묵묵히 본연의 일을 해왔던 극한의 감정노동자들이다. 발음을 정확히 하기 위해 마스크도 없이 폐쇄된 공간에서 장시간 노동하다가 집단으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병폐 중 하나인 사회적 양극화, 즉 건강과 보건의 양극화, 경제와 노동의 양극화 등에서 극단에 서 있던 취약계층이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인한 취약계층의 고충과 이러한 고충에 노출되게 한 근본적인 원인 분석에 언론은 여전히 인색하다. 일례로 집단 감염이 일어났던 교도소와 수형자들의 삶에 대해 관심을 두는 언론은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다. 

언론은 현상을 보도함과 동시에 그 과정과 원인을 근본에서부터 살필 수 있는 넓은 안목과 냉철한 분석력을 함께 갖춰야 한다. 부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리 언론이 기존의 재난 보도준칙과는 다른 별도의 감염병 보도준칙을 세우고, 감염자에 대한 인권을 존중하며, 감염병에 노출된 취약계층의 위기와 고충에 보다 집중해 진정으로 국민 전체를 대변하는 언론으로 새롭게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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