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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대면·온라인 강의’, 교육 혁신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사상 초유의 전면적 비대면·온라인 강의가 시작됐다. 교육부 권고에 따라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재택수업을 실시한다.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 내려진 불가피한 조치였다.

문제는 대학도, 교수도, 학생도 준비돼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 대학들의 온라인강의 비중이 1%도 안 된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더군다나 일정한 시간에 특정 장소에 모여서 이뤄지는 강의실교육의 틀을 그대로 두고 강의기법만을 비대면·온라인으로 꿰맞추려 한다. 이런 상황은 교육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알베르 카뮈가 『페스트』에서 “공포와 함께 반성이 시작”됐다고 말했듯이, 이번 감염병으로 인한 비상사태를 미래 대학교육을 위한 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지금 당장의 현실적 어려움이 크지만, 그것을 디지털 기반 교육을 10년 앞당기는 교육 혁신의 구상 속에서 풀어가야 한다. 온라인 학습관리 시스템(LMS)을 증설하는 동시에 그에 적합한 교육 컨텐츠 개발과 학습 설계를 해야 한다.

교육시장에서는 이미 디지털 전환을 통해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사례가 많이 있다. 미네르바 스쿨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 대학들도 혁신적인 교육 플랫폼을 갖추고 있다. 온라인 공개강좌(MOOC), 거꾸로교실(Flipped Classroom)이외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한 실시간 소통 학습(new social learning), 핵심 지식만을 담은 매우 짧은 콘텐츠를 제공한 후에 학습자가 스스로 탐구하는 학습(micro-learning), 가상/증강현실(VR/AR)을 활용한 실험실습 교육 등이 확산하고 있다. 모바일, 초연결, 초지능 같은 첨단 기술은 교육방법의 혁신을 가능하게 한다.

120여 년 전 미국 교육계에서 처음 도입한 학점 단위제 등과 같이 일정한 시간을 채우는 양적 투입의 교육방식으로는 디지털 전환에 성공할 수 없다. 교육 혁신은 단지 재택학습처럼 장소를 분산하는 것만도 아니다. 시간과 공간을 모두 초월해 학습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의 문제 인식을 자극하고 그 문제를 스스로 풀어가면서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인재로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

교육부가 긴급히 대학 원격수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것은 대면 수업을 대체하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대학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구성하기로 한 (가칭)원격교육운영자문위원회에서 미래 교육혁신을 위한 더욱 근본적이고 전향적인 틀을 마련할 것을 기대한다.

교육은 언제나 미래를 향한 실험적 활동이다. 특히 대학은 모든 교육적 가능성이 열려 있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공간이어야 한다. 서로를 이해하고 고통을 분담하면서 지금 우리에게 닥친 위기를 미래형 대학교육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만들어가기를 바란다. 전통적 강의실교육을 넘어 디지털 전환의 교육효과를 극대화하는 구체적 방법들을 찾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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