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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에 답할 때가 된 성교육학생의 궁금증과 변화 요구 반영해야
  • 박준영 정재홍 기자
  • 승인 2020.03.15 23:12
  • 호수 1845
  • 댓글 0

최근 몇 년간 ‘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대학가를 휩쓸었다. 문제가 된 발언들은 대학생의 왜곡된 성인식을 여실히 드러냈다. 동시에 성교육의 필요성을 다시금 보여줬다. 대학생의 성 인식은 유아기와 청소년기에 이미 형성되기 때문이다. 평생의 성 인식 입지를 세우기 위해선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

‘유튜브’로 성 접하는 아이들…
왜곡된 인식 갖기 쉬워

유튜브는 학생들의 지식창고가 됐다. 특히 성에 관련된 지식을 SNS나 유튜브 같은 미디어로 얻는 학생들이 많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중학생의 22.5%가 SNS나 유튜브 등 인터넷을 통해 성 지식을 습득한다. 이는 성교육(48.9%)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미디어로 성을 접하면 왜곡된 성 인식이 자리 잡을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유튜브와 같은 해외 사이트는 유해 키워드 제한 기능이 없어 청소년도 쉽게 유해한 성인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또한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 중 다수는 비전문가에 의해 제작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은 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못할 뿐 아니라 편향된 시각을 갖게 한다. 행복한성문화센터 배정원 대표는 “유튜브 영상의 대다수는 스킨십이나 상대 심리에 관한 남성 중심적 시선을 보인다”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8년 한국여성정책원 조영주 연구원이 주도한 ‘청소년 성교육 수요조사 연구 : 중학생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성 지식을 습득한 학생은 다른 경로로 성 지식을 얻은 학생에 비해 성매매, 성폭력, 남성 성욕에 대한 고정관념 지수가 높았다. 이는 성매매가 남성의 성욕을 푸는 데 필요하다거나 여성에게 성폭력 책임이 있다는 등 왜곡된 성 관념이 자리잡혀있음을 의미한다.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이하 아하!센터) 조민정 교육팀장은 “성에 대해 배울 때는 정보습득뿐만 아니라 개인과 또래 집단이 지니는 성 고정관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며 “SNS나 유튜브를 통해 성 지식을 습득하면 비판적인 검토 과정을 충분히 겪지 않기 때문에 낮은 성 감수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밌고 현실적인 성교육은 없나요?

인터넷으로 성을 접하는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왜곡된 성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학교 내 성교육이 강조된다. 그러나 교내 성교육이 올바른 성 지식을 전달하고 잘못된 성 지식을 정화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교육 시간이 부족할 뿐 아니라 내용마저 현실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초·중·고등학교에서는 학년별로 15시간 이상의 성교육이 의무 시행된다. 그러나 오롯이 성교육만 진행하는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교육부가 기술·가정, 체육, 보건 등 관련 과목으로 성교육 대체를 허용하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A(19)양은 “생명이나 보건 시간에 신체구조를 배우지만 성교육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며 “성교육 시간이 따로 확보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교육이 특별 강연이나 영상 수업으로 대체돼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규모 강연이나 영상 수업은 몰입도가 떨어지고 일회성 수업에 그쳐 효과적인 정보전달이 이뤄지기 힘들다. 서울 소재 고등학교 보건 교사 B씨는 “교사가 직접 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조심스러워 영상자료로 대체하는 편”이라며 “학교에서 성교육은 시수만 채우면 그만인 분위기다”라고 덧붙였다.


그나마 진행되는 성교육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이어진다. 학생들의 궁금증을 충분히 해결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하!센터가 지난 2018년 13~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학생의 27.4%, 여학생의 49.3%가 학교 성교육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교육 방식이 지루하고, 피임 등 성행동 준비 및 결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고등학생 C(19)양은 “실질적인 피임 방법을 알고 싶은데 청소년이 성관계를 맺을 때의 부정적인 면만 부각해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피임과 같은 성 지식 외에 성의 개념을 폭넓게 다루는 성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도 크다. 남성과 여성을 탈피한 젠더, 성 소수자와 같은 개념까지 포괄한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2013년 서울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성 소수자 중 47.4%가 괴롭힘 등으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2017년 한국여성연구원이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학생의 성 권리 인식 및 경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학생의 58.6%가 성 정체성에 관한 정보를 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교실에서 이뤄지는 성교육은 폭넓은 성에 관한 논의는커녕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상황이다. 성교육의 기초자료가 되는 교육부의 ‘성교육 표준안’이 대표적 사례다. 2015년 발표된 표준안에 따르면 성교육 시 야동, 동성애, 성적 자기결정권 등의 용어를 사용할 수 없다. 현실에서 필요한 논의를 제외한 채 형식적인 교육만 진행하는 셈이다.

바뀔 수 있는 성교육 패러다임,
시작된 변화의 움직임

유네스코는 지난 2018년 국제 성교육 지침서 개정판을 발행했다. 개정판의 핵심은 ‘포괄적 성교육’이다. 포괄적 성교육은 성교육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먼저 성에 대한 자연스러운 이해부터 시작한다. 스웨덴의 경우 초등학생에게 인간의 성과 생리를, 중학생에게 피임 기술을 교육한다. 성에 대한 실질적인 지식을 전달하고 생물학적 성의 개념을 초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처럼 포괄적 성교육은 학생들이 성에 대해 능동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배 대표는 “성을 금기의 개념으로 학습하면, 성에 대한 접근에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제대로 된 피임법 등 실질적인 내용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 당국도 변화를 모색하는 중이다.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 2019년 11월 초·중·고·특수학교 보건 교사 950명을 대상으로 실질적 성교육을 위한 성교육 기초연수 과정을 신설했다. A씨는 “작년 11월 성교육 수업 혁신을 위한 연수가 있었다”며 “연수의 효과는 기대되지만, 현장에서 성교육이 원활하게 진행하려면 우선 성교육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괄적 성교육은 성의 다양성과 인권 존중 또한 가르친다. 배 대표는 “기존의 섹스(sex) 중심의 성교육에서 벗어나 섹슈얼리티(sexuality) 중심의 성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섹슈얼리티는 성적 행위뿐 아니라 성 감수성과 성 정체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캐나다의 경우 여성과 남성의 다름을 존중하기 위한 과정의 일환으로 여성학과 남성학이 교육과정에 신설됐다. 소수자 인권 교육 역시 포괄적 성교육의 일부다. 교육을 통한 소수자에 대한 이해는 무지에서 비롯된 맹목적인 혐오를 줄일 수 있다.

성교육 연구는 진행형이다. 학교 내 성교육의 중요성이 비단 청소년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청소년기 성 가치관은 정규교육과정을 마치고 대학생이 된 후에도 이어진다. 배 대표는 “성교육은 자신이 어떻게 좋은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배움”이라며 성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학교 성교육이 끊임없이 진화해야 하는 이유다.

글 박준영 기자
jun0267@yonsei.ac.kr
정재홍 기자
socio64@yonsei.ac.kr

박준영 정재홍 기자  jun0267@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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